[민 기자의 心스틸러] '미운 오리 새끼'에서 '음악천재'로 거듭난 헨리

민경원 입력 2017. 7. 26. 11:09 수정 2017. 10. 13.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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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과 미스틱 콜라보 웹예능 '눈덩이 프로젝트'서
신치림에게도 밀리지 않는 프로듀서 면모 과시
손대는 악기마다 마스터하며 차세대 음악왕 노려
2008년 슈퍼주니어M 데뷔 후 꾸준한 노력 빛 발해
SM과 미스틱이 만나 선보인 웹예능 '눈덩이 프로젝트'. SM 헨리와 미스틱 윤종신이 공동 프로듀서로 등장한다. NCT 마크와 박재정을 중심으로 노래 한 곡이 완성되는 과정이 담겨 있다. [사진 SM]
지난달 시작한 웹예능 ‘눈덩이 프로젝트’는 여러모로 관심과 기대를 한몸에 받았다. 지난 3월 SM엔터테인먼트가 미스틱엔터테인먼트의 최대주주가 된 이후 처음으로 선보이는 컬래버레이션이자 앞으로 두 회사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고자 하는지를 엿볼 수 있는 프로젝트이기 때문이다. 매주 수·목·금 오전 11시 네이버 TV와 V앱을 통해 2회씩 선보이고 이를 묶어 Mnet을 통해 화요일 오후 9시에 내보내는 프로그램은 기대 이상이었다. ‘황금어장’ 등을 만든 미스틱의 여운혁 PD와 ‘우리 동네 예체능’ 등을 선보인 SM 이예지 PD의 만남은 노련함과 신선함이 적절히 배합돼 새로운 생태계와 맞아떨어졌고, 양사 소속 아티스트가 적재적소에 등장해 보고 듣는 즐거움을 더했다.
프로그램의 줄기는 간단하다. NCT 마크의 팬이었던 박재정이 두 회사가 특별한 관계가 됐다는 소식을 듣고 콜라보 희망을 밝히면서 일이 눈덩이처럼 불어난다는 내용이다. 두 사람의 만남이 성사된 이후 곡을 만들기 위해 미스틱 수장인 윤종신과 헨리가 프로듀서로 나서고 이에 걸맞은 사운드를 구현하기 위해 윤종신의 '음악노예'인 하림과 조정치 등이 차례로 등장하는 식이다. 이들의 협업으로 ‘레모네이드 러브’ 곡이 완성되자 신동이 뮤직비디오 감독으로 나서는 등 두 회사 안의 인적자원만으로도 기획부터 실행까지 원스톱으로 가능함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실로 놀라운 시너지 효과다.
'진짜 사나이'에서 '1도 모르겠습니다' 유행어를 만들어낸 헨리. [사진 MBC]
이 중에서도 단연 눈에 띄는 것은 등장하는 신마다 시선을 강탈하는 심스틸러 헨리(Henry Lau·28)의 활약이다. 그간 예능 프로그램에서 보여준 그의 이미지가 “무슨 말인지 1도 모르겠습니다”(‘진짜 사나이’)로 대변되는 허당이나 ‘세 얼간이’에서 3얼을 맡고 있는 ‘바보미’(‘나 혼자 산다’)라면, ‘눈덩이 프로젝트’에서 그는 10년 차 가수이자 프로듀서로서 내공을 유감없이 발휘한다. 헨리가 대선배 윤종신의 멜로디를 두고 “그건 너무 올드하다”고 지적하거나 기타 천재 조정치에게 “실력이 의심되니 테스트를 해보고 싶다”고 말하는 그림을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전남 목포 가는 KTX 기장에게 “전라도 가보셨느냐”고 묻는 허당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그렇다고 말만 앞서는 것도 아니다. 여섯 살 때 시작해 콩쿠르를 휩쓸었던 바이올린 실력을 바탕으로 악기왕 하림과의 대결에서도 밀리지 않는다. 아랍의 우드나 그리스의 부주키쯤은 10초면 스케일과 연주법을 터득하고 심지어 몽골의 마두금이나 스웨덴의 니켈하르파는 하림보다 능숙하게 연주해 감탄을 자아낸다. 악기를 쥐는 법조차 가르쳐주지 않은 상황에서 눈썰미와 음악적 센스만으로 즉흥 연주를 해낸 것이다. 결국 “SM에 우리 실력을 보여달라”던 윤종신은 “너보다 나은데”라며 하림을 책망하고, 조용필의 ‘바운스’를 루프스테이션으로 재해석한 영상을 보고 “가짜 아니냐”고 묻던 하림도 그의 실력을 인정한다.
'눈덩이 프로젝트'에서 프로듀서 헨리는 소속 가수 마크를 엄격하게 트레이닝 시킨다. [사진 SM]
빼어난 음악성 뿐만 아니라 프로듀서로서의 면모도 눈에 띈다. 헨리는 마크에게 “누가 최고냐(Who is the best?)”고 재차 물으며 자신감을 불어넣고, 행여 그가 신인 래퍼로서 기죽지 않도록 발음과 뉘앙스를 매만지며 “네가 최고”라고 치켜세운다. 단순히 멜로디를 만들고 가사를 붙이는 게 아니라 아티스트가 해당 곡을 제대로 소화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것이다. 캐나다 토론토 출신으로 홍콩계 아버지와 대만계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연습생이 된 이후 중국어와 한국어를 배운 그가 빠른 언어 습득의 비결로 꼽은 것 역시 바로 자신감이었다. 그렇게 앞뒤 안재고 도전한 결과 이번에 발매된 엑소 4집 수록곡 ‘전야’에도 작곡가로 이름을 올릴 수 있었던 게 아닐까.
사실 밝은 모습에 가려져 있지만 헨리는 오랫동안 ‘미운 오리 새끼’였다. 버클리 음대에서 공부하고 춤과 노래 고루 재능을 보인 실력파였지만, 2008년 슈퍼주니어 M의 마지막 멤버로 합류하면서 이를 보여줄 기회가 많지 않았다. 당시만 해도 팀 내 따로 또 같이 활동하는 유닛 개념이 없었던 상황에서 팬들이 ‘슈퍼주니어 추가 영입 반대 팬 연합 대책위원회’까지 구성해 반대하는 바람에 헨리는 국내 활동을 할 수 없었던 탓이다. 여기에 중국인 멤버 한경이 탈퇴하고 조미까지 중국 활동 중심으로 노선을 변경하면서 중국계지만 중국인이 아닌 그가 설 곳은 더욱 좁아질 수밖에 없었다.
중화권을 공략하기 위해 만들어진 유닛 슈퍼주니어 M. 윗줄 맨 왼쪽이 헨리. [사진 SM]
그런 와중에서도 헨리는 꾸준히 음악작업을 계속해왔다. 2013년 ‘13년 만의 SM 첫 남자 솔로 가수’라는 타이틀로 두 장의 미니앨범을 냈고, ‘그리워요’ 등 자작곡을 꾸준히 발표해왔다. ‘아는 형님’에 나가서는 교가를 만들었고, ‘오빠 생각’에서는 가야금과 해금을 연주하며 입덕을 부추겼다. 화이트잭슨으로 ‘복면가왕’에 등장해 ‘빌리진’을 선보이기도 했지만 예능인 이미지를 지우기엔 역부족이었다. 노래에 집중하기엔 그가 너무 웃겼던 걸까. 그럼에도 “타고난 재능은 없다”는 말만큼은 분명하게 새겨진 듯하다. “어렸을 때부터 매일 5~6시간씩 연습한 결과”로 느리지만 천천히 대중의 마음을 움직이고 있으니 말이다. 아마 또다시 10년이 흐른다면 우리는 아이돌 출신, 예능인 출신이라는 꼬리표가 아닌 진짜 ‘음악천재’를 보게 될지도 모르겠다.

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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