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르면 90분 더 가까워진 바다 파도 끝에 서다

양양 | 글·사진 정유미 기자 2017. 7. 19. 2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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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서울~양양 동서고속도로 타고 간 ‘서퍼들의 천국’ 죽도

올여름 가장 뜨는 바다는 강원도 양양이다. 지난달 30일 서울~양양 간 동서고속도로가 뚫려 90분 만에 양양 황금 모래사장에 발도장을 찍을 수 있다. 이제 당일 여행도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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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양은 서퍼들의 천국이다. ‘마피아 같아서 일단 들어오면 그것으로 끝. 출구는 없죠!’ ‘지구상에서 즐길 수 있는 가장 행복한 경험.’ 서핑은 요즘 가장 떠오르고 있는 레포츠다. 양양에서 서핑이 처음 시작된 곳은 죽도다.

서울~양양 간 동서고속도로는 다리와 터널로 이뤄진 고속도로다. 새로 뚫린 동홍천~양양 간 71.7㎞에는 터널이 35개, 교량이 58개나 된다. 국내 최장, 세계 11번째로 길다는 인제 터널은 11㎞나 된다. 돌아가는 맛이 없어진 만큼 ‘드라이브 하는 맛’은 없어졌지만, 동해안은 그만큼 가까워졌다.

대학 새내기 때 처음 찾은 죽도는 한적하고 자그마한 어촌이었다. 비뚤배뚤한 좁은 골목에 민박집은 고작 몇개밖에 없었다. 밤새 모래사장에 앉아 어깨동무를 하고 목청껏 노래를 불렀던 젊은 날의 추억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먼 해안에서 고르게 밀려온 파도는 한쪽부터 차례로 부서졌다.

“죽도 해수욕장은 파도가 좋아 서퍼들의 천국으로 통하지요. 서핑의 기원은 불확실하다고 해요. 수천년 전 태평양 여러 섬나라 원주민들의 축제에서 시작되었을 거라고 추정될 뿐입니다. 그때는 신이 허락해야만 파도를 탈 수 있었으니까요.”

양양 인구해변에서 바라본 죽도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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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양군청 노영식씨(47)를 따라 죽도 해변으로 들어서는데 놀랄 만큼 달라져 있었다. 서퍼들을 기다리는 보드들이 도열해 있었다. 모래는 부드러웠고 바다는 속살이 훤히 보일 만큼 맑았다.

흐린 날씨에도 검은 슈트를 입고 바다로 뛰어드는 젊은이들이 여럿 보였다. 온몸을 바다에 맡긴 젊은이들은 곡예를 하듯 구불구불 파도를 탔다. 꼿꼿이 섰다가, 앉았다가, 다시 한 바퀴 미끄러지듯 돌더니 파도의 끝에 서기를 반복했다. 잔잔하던 파도는 바람이 불자 금세 일어섰다. 어디쯤에서 밀려왔는지 가늠할 길 없는 파도의 얼굴이 시시각각 변했다. 록밴드 비치 보이스의 ‘서핀 유에스에이’가 저절로 입에 맴돌았다.

“죽도에 전망대가 있다고요?”

양양군청 이성섭 과장(56)이 “예전에는 외로운 섬이었지만 모래가 쌓여 육지가 되었다”며 “죽도에는 구멍이 숭숭 뚫린 화강암이 많아 경치가 진짜 아름답다”고 귀띔했다.

360도 바다를 볼 수 있는 죽도전망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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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앞에 보이는 죽도는 섬 둘레가 1㎞, 높이가 53m에 불과했다. 멀찌감치 섬을 올려다본 기억은 있지만 오른 적은 없었다. 천천히 10분 정도 걸어서 죽도정 입구에 도착했다. 새로 지은 전망대까지는 100m. 30도를 웃도는 폭염까지도 참을 만했지만 가팔라 보이는 경사가 아찔했다. 편안하게 슬리퍼를 신은 것도 걱정이었다. 다행히 전망대까지 오르는 길은 산책로처럼 나무 데크로 잘 꾸며져 있었다.

전망대길은 조릿대가 무성했다. 조선시대에는 여기서 난 장죽을 조정에 진상했다고 한다. 하늘로 쭉쭉 뻗은 100년 정도 된 소나무들은 키가 20m쯤 돼 보였다.

10분 정도 오르자 마침내 죽도정이 나왔다. 대나무 섬이라서 그런지 격자무늬로 지어진 정자는 다소곳하고 차분해보였다. 죽도정에서는 바다가 여름 숲에 가려 잘 보이지 않았다. 바로 옆에 4층 규모의 철골 전망대가 보였다. 높이가 17m 정도인데 진도 6의 지진에도 견딜 수 있도록 튼튼하게 지어졌다고 적혀 있었다. 독일 최초의 국립공원인 바이에른 숲에서 만났던 트리톱(tree top)을 압축해 놓은 것 같았다.

대나무·소나무숲에 자리한 죽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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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글빙글 계단을 360도로 꽈배기처럼 올라가며 동서남북 바다를 보는데 흥미로웠다. 철골 전망대에 서자 짙푸른 바다가 파노라마로 펼쳐졌다. 압권은 저 멀리 남쪽으로 보이는 휴휴암이었다. 휴휴암은 온갖 번민을 바다에 내던지고 쉬고 또 쉬어가라는 뜻에서 이름 지어진 사찰이다. 관세음보살이 누워 있는 듯한 바위를 거북이가 따라가는 모양새인데 사진으로 담기에 그만이었다. 다시 찾은 죽도는 매력이 넘쳤다.

<양양 | 글·사진 정유미 기자 youm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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