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비리포트] '김성근' 한화 vs '이상군' 한화, 뭐가 달라졌나?

조회수 2017. 7. 19. 17:1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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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근 감독 체제와 동일한 43경기를 치른 이상군 대행체제, 어떻게 달라졌을까?


올 시즌 한화 이글스를 이끈 두 명의 사령탑, 김성근 전 감독과 이상군 감독대행. [사진=OSEN]

지난 5월 23일, 한화와 김성근 감독이 결별했다. 형식은 자진 사퇴를 빌었으나 사실상 경질에 가까웠다.  16시즌 종료 이후 불안한 동거를 이어가던 한화와 김성근 감독은 2017시즌 43경기 만에  각자의 길을 걷게 됐다.

이후 한화는 이상군 감독대행이 이끌고 있다. 당초 시즌 중 새 감독 선임이 유력해 보였으나, 구단은 6월 13일 감독대행 체제로 잔여 시즌을 치르겠다고 천명했다.

그리고 후반기 첫 경기인 7월 18일 청주 NC전을 마치면서 ‘이상군 호’는 ‘김성근호’와 같은 43경기째를 소화했다. 과연 ‘김성근 한화의 43경기’와 ‘이상군 한화의 43경기’는 어떻게 달랐을까?

#1. “승률 0.419 vs 0.429”

'김성근 한화'와 '이상군 한화'가 거둔 승수는 같았다. [사진=OSEN] 

승률에서 극적인 변화는 없었다. ‘김성근 한화’가 18승 25패로 승률 0.419를 기록했고, ‘이상군 한화’는 18승 1무 24패로 승률 0.429를 기록했다. 리그 순위가 9위에서 8위로 한 계단 상승하기는 했지만 한화가 잘했다기 보다는 kt가 추락한 덕분이다.

물론 ‘이상군호’에도 변명의 여지는 있다. 김성근 감독 체제에서 16경기 104.2이닝을 합작한 알렉시 오간도와 카를로스 비야누에바는 이상군 감독대행 체제에서 6경기 34.2이닝 소화에 그쳤다. 선발 전력의 반 이상을 차지하던 이들의 공백 속에서 순위를 한 계단이나마 끌어올린 것은 의미있는 결과다.

하지만 한화의 성적에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는 것 역시 분명한 사실이다. 승률이 제자리 걸음을 하는 사이 중위권과의 격차는 더욱  벌어졌다. 김성근 감독 체제에서 4.5경기였던 5위와의 격차는 어느새 두 배 가량인 8.5경기다. 잔여 경기가 58경기 밖에 남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10년 연속 포스트시즌 탈락의 아픔이 목전에 다가온 상황이다.

#2. “베테랑 중용 vs 유망주 육성”

대행 체제 이후 한화는 유망주 육성에 공을 들이고 있다. [사진=OSEN] ⓒ KBReport.com(케이비리포트)

김성근 감독은 상당한 경력을 갖춘 베테랑 급 선수들을 선호하는 경향을 보였다.  권혁, 배영수, 송은범, 정우람, 심수창 등 30대 초중반의 FA 선수를 영입했고, 임경완, 권용관, 이재우 등 30대 중반을 넘긴 방출 선수를 영입하기도 했다.

반면 유망주들은 계속해서 팀을 빠져나갔다. 김민수, 임기영, 조영우, 박한길을 FA 보상선수로 내줬고, 노수광과 오준혁은 트레이드로 팀을 옮겼다. 2015시즌 종료 후에는 ‘꼼수 논란’ 속에 방출한 최영환이 롯데로 이적하기도 했다. 이들 모두 당시 20대 초반의 젊고 유망한 선수들이었다.

대행 체제 이후 선수단 구성 정책이 확 바뀌었다.  먼저 베테랑들에게 ‘칼바람’이 불었다. 단 2달 만에 한화는 이재우, 이양기, 조인성, 송신영, 이종환을 방출했다. 만 31세 이종환을 제외하면 모두 30대 후반~40대 초반의 노장들이다.

이들의 빈 자리는 유망주들이 메웠다. 한화는 베테랑 방출 이후 강승현, 김태연, 이충호, 박상원, 정경운을 정식 선수로 등록했다. 만 31세의 강승현 외에는 모두 20대 초중반의 젊은 선수들이다.

이들 중 박상원을 제외한 4명은 1군에도 모습을 드러냈다. 강승현은 선발과 구원을 오가며 마운드에 활력을 불어넣었고, 이충호도 6경기 중 5경기를 무실점으로 막으며 나쁘지 않은 출발을 보였다. 김태연은 7경기 연속 무안타 끝에 다시 2군으로 내려갔지만, 데뷔 타석 홈런포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이외의 선수 기용도 마찬가지다. 이상군 감독대행은 93년생 김재영과 95년생 김범수를 중용하며 이들을 육성할 의지를 내비쳤다. 기복이 심해 팀 전력에 큰 도움은 되지 못하고 있지만, 잠재력만큼은 상당하다는 평가다.

# 6월 29일 1타자 상대 후 행운의 첫 승을 기록한 이충호 


#3. “팀 홈런 8위 vs 3위”

감독 교체 이후 한화의 화력은 급상승했다. [사진=OSEN] ⓒ KBReport.com(케이비리포트)

타선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었다. 김성근 감독 체제에서 한화는 장타를 기대하기 어려운 팀이었다. 장타율은 0.394로 리그 8위였고, 홈런 역시 30개로 8위에 그쳤다. 장타가 터지지 않으니 OPS도 낮았다. 김성근 감독 체제에서의 43경기 동안 한화는 0.738의 OPS(6위)를 기록했다.

이후 43경기는 달랐다. 장타율 0.481로 리그 4위를 기록했고, 홈런은 59개를 때려내며 리그 3위에 올랐다. OPS 역시 0.844로 3위. 김성근 감독 시절보다 장타율은 1할 가까이 높아졌고, 홈런은 두 배로 늘었다.

물론 김성근 감독 체제에서의 43경기와 이상군 감독대행 체제에서의 43경기를 단순 수치로만 비교할 수는 없다. 최근 KBO리그는 시즌 초와 달리 다시 타고투저 현상을 보이고 있다. 5월 21일까지 리그 평균 OPS가 0.744였던 반면,  이후에는 0.832로 높아졌다. 경기당 홈런 역시 1.75개에서 2.36개로 크게 늘었다.

하지만 이를 감안하더라도 10개 구단 순위를 기준으로 볼떄 한화 타선이 상대적으로 강해진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한화의 팀 OPS, 홈런, 득점 등의 지표는 리그 중하위권에서 중상위권으로 올라갔다. 극강의 화력을 과시 중인 KIA, NC, 넥센 바로 아래가 한화 타선이다.

다만 앞으로도 이 페이스를 유지할 것이라 장담하기는 어렵다. 최근 한화 타선에는 큰 변수가 생겼다. 커리어하이급 활약을 보이며 타선을 이끌던 이성열이 햄스트링 부상 재발로 6주 진단을 받으며 이탈한 것. 이 악재를 극복하지 못한다면, ‘이상군 매직’ 혹은 ‘고동진 효과’라는 찬사는 삽시간에 사그라들 수도 있다.

#전반기 최고의 활약을 보인 이성열

#4. “구원진 ERA 7위 vs 2위”

선발진은 초토화 상태지만 최근 한화의 뒷문에는 안정감이 생겼다. [사진=OSEN] ⓒ KBReport.com(케이비리포트)

앞서 언급했듯, 이상군 감독대행은 사실상 오간도와 비야누에바가 빠진 상태에서 시즌을 치뤄야 했다.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던 외국인 선발 두 명이 빠지니 로테이션이 제대로 돌아갈리 만무했다. 한화의 선발진 ERA는 김성근 감독 시절의 4.21(리그 5위)에서 6.67(리그 9위)로 폭등했다.

다른 부문도 마찬가지였다. 퀄리티 스타트는 17회에서 9회로 반토막이 났고, 선발 이닝 역시 20이닝 이상 줄었다. 최근 심해진 타고투저 현상을 감안하더라도 처참한 하락 폭이다. 사실상 이상군 감독대행 체제의 한화는 ‘리그 최악 선발진의 팀’이었다.

하지만 구원진의 성적은 달랐다. 김성근 감독 체제에서 5.08(리그 7위)에 머물렀던 구원진 ERA는 이상군 감독대행 체제에서 4.74(리그 2위)로 확 낮아졌다.  리그 최강 불펜팀인 NC(1위 4.68)와 비교해도 별 차이가 나지 않는 뛰어난 기록이다.

철저한 관리와 무리하지 않은 기용으로 불펜의 부담을 덜어낸 덕이 컸다. 이상군 감독대행은 이동걸, 강승현, 김범수, 이충호 등 기회가 적거나 없었던 선수들을 대거 기용하며 구원진의 깊이를 끌어올렸다. 

가용 자원이 많아지니 혹사 논란도 사라졌다. 김성근 감독 체제에서 9차례에 달했던 3연투는 이상군 감독체제에서 2회로 크게 줄었다. 5월 23일까지 30구 이상 투구가 9차례에 달했던 송창식은 이후 19경기에서 단 한 차례만 30구를 넘겼다. 한화는 더이상 ‘혹사의 팀’이 아니다.

# 달라진 한화, 후반기 목표는?

대반전 도전/리빌딩 천명. '이상군 체제 한화'의 목표는? [사진=한화 이글스]

사령탑 교체 이후 한화는 여러 측면에서 상당히 달라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타선의 장타력이 살아났고 특정 투수들에 의존하지 않고도 뒷문의 짜임새도 좋아졌다. 시즌 중 감독 교체로 혼란을 겪기도 했지만 잘 수습되어가는 모양새다. 지금 상황에서 새 시즌을 시작한다면  5강도 노려볼 만한 상황이다.

하지만 그 뿐이다. 현재 한화와 가을야구 까지의 간극은 상당하다. 김성근 감독 시절에 비해 승률은 고작 1푼이 올랐을 뿐이고 5위와의 격차는 8.5경기까지 벌어졌다. 5위보다는 최하위 kt와의 경기 차가 더 적다. 비야누에바가 곧 복귀하고 오간도도 복귀 시동을 걸고 있다지만,  중위권 경쟁이 격화된 상황에서  ‘8.5경기’차를  잔여 58경기 만에 좁힌다는 것은 이변이 발생하지 않는 한 불가능에 가깝다.

시즌 100경기를 전후해  한화 구단 그리고 이상군 감독 대행은 잔여 시즌 방향성을 확실히 해야할 것으로 보인다. 살아난 경기력과 실낱같은 가능성을 보고 10년만의 포스트시즌 진출에 도전할 수도 있고 냉정한 판단 하에 승리보다는 육성과 안정에 초점을 맞춰 내년을 기약할 수도 있다.

어느 쪽도 장단점은 있다. 지금까지 그래왔듯, 어느 쪽을 택하더라도 한화의 다수 팬들은 열정적인 응원을 보낼 것이다.

다만  지난 2년간 경험한 ‘PS 없는 올인야구’, 혹은 2010년대 초반의 ‘육성 없는 리빌딩’이 올 시즌까지 되풀이된다면 한화의 미래는 어두워질 따름이다. 시즌 후반기를 맞게 된  ‘이상군 대행 체제'는 어떤 형태로든 과거와는 달라진 색깔을 보여야 한다.

[관련 칼럼: SK 김성근 vs 한화 김성근, 뭐가 달랐나]


[기록 출처: 야구기록실 KBReport.com, KBO 기록실, STATIZ]


계민호 기자 / 정리 및 편집: 김정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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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제공: 야구기록실 KBReport.com(케이비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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