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코퀸' 배우 남지현 "연기인생 플랜 다 짜놨다"

이유진 기자 8823@kyunghyang.com 2017. 7. 19. 0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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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드라마 <수상한 파트너> 촬영을 막 마친 배우 남지현을 만났다. 그녀는 여전히 드라마 속 씩씩한 봉희같은 모습으로 앉아있다.

해맑은 미소를 보니 자양강장제를 한입에 털어 넣은 느낌으로 정신이 순간 맑아진다.

SBS 드라마 ‘수상한 파트너’에서 은봉희 역할을 맡은 남지현
SBS 드라마 ‘수상한 파트너’에서 은봉희 역할을 맡은 남지현

갑자기 보고 싶은 영화 이야기를 꺼낸다. “혹시 영화 <덩케르트> 보셨어요?”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광팬이며 그의 전작인 영화 <인터스텔라>를 너무나 좋아한단다. 볼만한 영화가 쌓여있다며 달콤한 휴식을 한입 베어 물 참으로 눈이 반짝반짝 빛난다.

“지금 학교를 휴학 중이에요. 9월에 복학 예정이라 그동안에는 좀 쉴 수 있을 것 같아요. 아직은 제가 하고 싶은 것들을 할 수 있다는 게 실감나진 않아요. 어리둥절해요. 머리로는 끝났다고 알고 있지만 마치 내일 촬영장에서 부르면 아무렇지 않게 나갈 거 같은 느낌이에요.”

남지현은 복학을 하고 지창욱은 군입대를 한다. 그와는 4개월간 호흡이 잘 맞는 이상적인 ‘파트너’였다. 로맨틱 코미디 장르인 만큼 키스신도 3번이나 있었다. 남지현은 그리 설레거나 낭만적인 순간은 아니었다고 말한다.

“키스신은 설레거나 어색할 여유도 없는 촬영이에요. 예쁘게 나오는 타이밍과 앵글을 잡기 힘들어서 굉장히 고도의 집중력과 기술력을 요하는 신이죠. 리허설도 많이 하고 대화도 나누면서 다 같이 만드는 장면이에요. ‘설레어서’가 아닌 ‘힘들어서’ 기억에 많이 남는 장면이죠.”

이번 드라마를 통해 그녀는 ‘로코퀸’이라는 수식어를 달았다. 여자 배우라면 누구나 한번쯤 갖고 싶은 타이틀이다. 그만큼 남자 배우와 ‘케미가 돋는다’는 표현과 같은 맥락으로 작품 안에서 보여주는 여성적 매력의 척도를 나타내주기도 하기 때문이다.

“로맨스라는 장르 자체가 메인이 되는 두 주인공의 합이 굉장히 중요하잖아요. 사실은 일부에서는 ‘지창욱과 남지현이 잘 어울릴까? 걱정어린 시선도 있었어요. 로코퀸이라고까지 말씀해주시니 뿌듯하고 감사해요. 그 수식어에 맞게 열심히 해야지요.”

다짐의 표현으로 두 주먹을 불끈 쥔다. 남지현은 아역 시절부터 연기력을 인정받으며 성장에 대한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드라마 <선덕여왕>에서 어린 덕만이 역할을 하던 남지현의 모습을 보며 사실은 연기파 배우가 될 거라고 예상했었다. 그런데 달달한 여주인공 역할이 제법 잘 어울린다.

“아직은 어리고 다양한 모습을 점차적으로 보여드려야 하는 입장에서 제 나름대로 세워놓은 플랜이 있어요. 매 작품마다 계획적으로 캐릭터를 선택하고 플랜의 방향성을 실천하고 있는데 다행히 잘 되어가고 있는 것 같아요. 연기력을 요하는 개성 강한 캐릭터도 보여드려야지요.”

똑똑한 줄은 이미 알고 있었지만 생각보다 더 철두철미하다. 남지현의 연기 플랜이 궁금해졌다.

“1차 목표는 어른이 됐다는 걸 확실히 인식시켜드리는 거였어요. 그건 이번 작품인 <수상한 파트너>를 통해서 많이 이뤄진 것 같아요. 시청자들은 저를 어릴 때부터 성장과정을 다 보셨기 때문에 급작스런 변화는 받아들일 수 없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 다음 목표는 새로운 작품에 들어갈 때마다 그 전작과 비슷한 듯 다른 연기로 조금씩 변화를 주며 앞으로 나갈 계획이에요.”

아직 20대 초반 그녀의 앞날은 새털처럼 많은 날이 남았고 필모그래피도 산더미처럼 쌓아질 것이다. 배우의 전성기는 연기의 깊이도 깊어지고 폭도 넓어지는 30대에 비로소 온다.

“아직 먼 듯 하지만 따지고보면 7년 후에요. 30대에 저는 그냥 지금하고 비슷할 것 같아요. 제 플랜에 의하면 좀더 다양한 모습은 이미 보여드렸을 것 같고 그걸 다지는 작업을 하고 있지 않을까요? 이런 장르를 할 때 이런 장점이 있고 저런 장르를 하면 보완해야할 것에 대한 판단이 설테니 단단하게 굳히는 작업을 하고 있겠죠?”

작품의 수가 늘어나는 만큼 상대 배역의 숫자도 늘어날 것이다. 함께 연기 호흡을 맞춰보고 싶은 연기자를 물었더니 예상외의 답변을 내놓는다.

“제가 아역 연기부터 시작했으니 같은 아역배우 출신인 친구들이 많아요. 시장이 좁다보니 두세 작품에서 만나는 경우도 있었구요. 가끔 생각하는 건데 같이 아역 연기를 하던 친구들을 다시 만나서 같이 성인 연기를 해보면 어떨까 싶어요. 여진구, 이현우, 노영학 등 저희끼리 뭉쳐서 어른 연기를 하면 정말 웃기고 이상할 것 같아요.”

남지현은 우연히 시작한 아역 배우를 거쳐 성인 연기자로 안착했다. 남이 보기에는 엘리트코스를 통해 운좋게 배우의 길을 걷고 있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그 이면에는 상처도 많았고 고민도 많았다. 때로는 이 길이 맞는지 의심이 들 때도 있었다.

“중고등학교 다니면서 굉장히 고민하던 시기가 있었어요. 우연히 시작하게된 연기. 이걸 하면서 내가 과연 행복할까? 다른 누군가의 자리에 내가 있는 건 아닐까? 겉으로 들어나지 않는 실패도 몇 번 있었어요. 그러다 스무살이 되고 일하는 환경도 바뀌고 일상도 바뀌니까 저절로 생각이 환기가 되더라구요. 긍정적인 마음을 가졌더니 그때부터 연기가 재밌고 즐거워요.”

고민과 좌절의 순간이 있었지만 그 조차도 헛된 시간이 아니었다. 남지현은 앞으로의 일에 더 철저하게 플랜을 짜고 목표를 세운다.

배우 남지현 앞에 아무리 큰 고비가 와도 ‘답을 찾을 것이다. 늘 그랬듯이’

<이유진 기자 8823@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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