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CJ헬로비전 합병불허 궁금증 풀렸다..그래도 남는 문제

김현아 2017. 7. 1. 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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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전 대통령 재판에서 공정위 직원들 증언
심사 지연은 4.13 총선 지상파 방송보도 우려때문
불허로 바뀐 이유는 최순실 지원요구 거절때문
정권 눈치보는 경제검찰 공정위
부끄러운 태도..합병불허 공무원들, '이달의 공정위인상' 수상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일년 반 이상 방송통신 업계를 달궜던 ‘SK텔레콤-CJ헬로비전 인수합병 불허’가 박근혜 전 대통령 의견때문이라는 법정 증언이 나왔다.

이틀 전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 씨 재판에 공정거래위원회 직원들이 나와 공정위는 애초 ‘조건부 찬성’ 의견이었는데 박 전 대통령이 합병에 부정적 입장을 보여 합병을 불허하게 됐다고 증언한 것이다.

공정위 직원은 “SK그룹이 재단에 추가 출연을 거절해 불이익을 받은 것 아니냐”는 검찰 질의에 “그럴 가능성이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간 ▲공정위 심사가 지나치게 지연된 이유 ▲공정위 입장이 조건부 찬성에서 합병 불허로 돌변한 이유 등이 관심이었는데,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김세윤 부장판사)심리로 열린 최순실 게이트 공판에서 드디어 실체적 진실이 밝혀진 셈이다.

하지만 경제 검찰임을 자임하는 공정위 역시 청와대 압력에서 자유롭지 못했다는 비판과 함께, 법정 증언에 나선 담당 사무관이 이 사건으로 ‘이달의 공정위상’까지 받았던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다.

◇심사 지연은 4.13총선 지상파 보도 우려 때문

SK텔레콤은 2015년 12월 1일 합병 관련 인가 신청서를 내면서 합병시한을 2016년 4월로 신고했다. 하지만 공정위는 깜깜무소식이었다.

2016년 4월 20일경 SK텔레콤 등에 심사보고서를 보낼 것이란 예측 보도들이 쏟아졌지만, 공정위는 기업결합과 명의로 시정조치 방향이나 내용, 일정은 결정된 게 없고(4월 19일), 역대 최장기간을 넘어서지 않았다(4월 20일)는 해명자료만 냈다.

심사기한이 지나치게 늘어지면서 CJ헬로비전 주주들의 불안감과 직원들의 고통, 찌라시까지 동원한 ‘헐뜯기’ 전쟁만 남은 업계 분위기를 걱정하는 사람이 많았지만 공정위는무시했다.

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이 2016년 5월 26일 “비공식적으로 정재찬 공정거래위원장에게 절차 진행이 느리지 않냐는 얘기를 한 적이 있다”고 언급하자, 당시 정재찬 공정거래위원장이 즉시 반박할 정도였다.

그러나 2017년 6월 29일, 박 전대통령과 최순실 씨의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 26차 공판에서 진실이 밝혀졌다.

공정위 직원들의 법정 증언에 따르면 공정위는 ▲2015년 12월 28일 1차 보고서▲2016년 2월 22일 2차 보고서 ▲2016년 3월 18일 3차 보고서를 청와대에 전달했다.

특히 4.13 총선이전인 2016년 3월 28일 조건부 합의 허가를 건의하는 내용으로 합병심사보고서를 SK텔레콤에 송부하려했지만 청와대 지시로 연기됐다.

당시 청와대 경제수석실 행정관으로 근무했던 인민호 공정위 과장은 증인으로 나와 “안종범 전 수석이 박 전 대통령이 어떤 의견을 갖고 계시다니 기다려달라고 지시했다”고 증언했다.

4.13 총선 때 SBS 등 지상파 방송 보도를 고려해 심사를 늦췄다고 진술하기도 했다.

인 과장은 검찰이 “안 전 수석이 4.13 총선 전 조건부 승인 취지의 보고서를 보내면 합병에 반대하는 방송사 및 언론사들이 총선과 관련해 부정적인 방송을 하지 않을까 우려해서 상정 날짜를 알아보라고 한 것이냐”는 검찰 질의에 “그렇다”고 답했다.

공정위 스스로 경쟁제한성 판단 같은 정책적 요인이 아니라 정치적 상황을 고려했다고 자인한 셈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2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국정농단 사건’ 26차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호송차서 내려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2017.06.29. 출처: 뉴시스
◇ 불허로 뒤바뀐 이유는 최순실 지원 요구 거절때문

2016년 4월 1일 합병기일이 지나고 같은 해 4월 13일 총선이 끝난 뒤에도 청와대는 한참 동안 공정위에 합병관련 입장표명을 하지 않았다.

심사 기한이 다가오자 공정위는 청와대에 의견을 재촉했고, 안종범 전 수석은 “VIP가 합병에 대해 우려하고 계신다, 합병반대 의견”이라고 전했고, 이를 당시 김철주 청와대 경제금융비서관이 신영선 공정위 사무처장을 청와대로 불러 전달한 뒤 7월 4일 공정위는 ‘합병 불허’ 취지의 심사보고서를 보냈다.

김인원 공정위 사무관은 2017년 6월 29일 재판에 출석해, 상관인 선중규 당시 공정위 기업결합과 과장이 ‘불허가 나는 쪽으로 결론 내자’고 주문하면서 최종 의견서를 작성하게 됐다고 밝혔다. 2016년 6월까지 ‘전면 불허’내용의 문건은 작성된 바 없다.

그는 “선 과장이 전면 불허 취지 의견을 내자고 한 이유를 아느냐”는 검찰 질문에 “알지 못한다”고 답했지만, SK측이 최순실씨에 대한 지원을 하지 않은 이유로 박근혜 정부에 밉보여 CJ헬로비전 인수합병이 무산된 것일 수 있다는 가능성은 인정했다.

김 사무관은 그럴 개연성이 있다고 여긴 이유에 대해 “최순실 사건 이후 청와대 압력이 있다는 보도들이 나왔다”고 진술했다.

공정위의 심사 방향이 ‘조건부 찬성’에서 ‘전면 불허’로 뒤집힌 것은 2016년 2월 16일 박 전 대통령과 최태원 SK그룹 회장 독대 이후 SK그룹은 더블루K와 독일 비덱스포츠에대한 89억 상당의 사업예산 지원 요구를 받았지만, 이를 거부하면서 불이익을 받았다는 게 박영수 특별검사팀 시각이기도 하다.

◇정권 눈치 보는 공정위…부끄러운 공정위인상

▲SK-헬로비전 인수합병 금지를 결정한 공정위원들. 첫번째 줄 왼쪽부터 정재찬 위원장, 김학현 부위원장, 두번째 줄 김석호 상임위원, 신동권 상임위원, 세번째 줄 김성하 상임위원, 이한주 비상임위원, 네번째 줄 고동수 비상임위원, 이재구 비상임위원이다. 이날 왕상한 비상임위원은 불참했다.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 결정이 지연되다가 결국 불허된 이유는 ▲4.13 총선 때(이 합병에 반대했던 SBS등)지상파 방송 눈치를 봐야 했고▲최순실 씨 사업에 자금 지원을 하지 않았다는 괘씸죄 때문이라는 게 드러난 진실이다.

같은 맥락에서 2016년 7월 15일 공정위 과천 심판정에서 열린 ‘SK텔레콤·CJ헬로비전 기업결합 전원회의’ 역시 요식행위에 지나지 않았다는 평가가 가능하다.

당시 회의는 오후 2시부터 시작해 저녁 10시를 넘겨 끝났지만 미디어 시장의 시계를 거꾸로 돌리는 결정이라는 비판이 컸다.

알뜰폰 매각이나 요금인상 금지 같은 조건을 부과한 게 아니라 아예 불허해 미디어 시장의 자발적인 구조개편을 막았기 때문이다.

이는 지역 규제를 폐지하고 전국 기준 점유율 규제로 일원화하면서 IPTV와 케이블TV(SO) 등을 합쳐 유료방송 수평규제체계를 도입하려는 전문 부처(미래부)의 정책 방향과도 달랐다.

하지만 공정위는 같은 해 ‘7월의 공정인’으로 이 인수합병 업무를 맡은 기업결합과 김인원·양동훈 사무관, 경제분석과 최미강·전우철 사무관을 선정해 상을 줬다.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간 기업 결합 심사과정에서 관련 시장의 경쟁제한적 우려를 해소하는 결정을 내리는데 기여했다’는 게 수상이유였다.

2016년 6월까지 단한차례도 ‘전면 불허’ 보고서를 쓰지 않았다가 박 전 대통령의 의견을 받은 윗선의 지시로 180도 결정을 바꾸고, 그 뒤 1년 만에 법정에서 부끄러운 진술을 한 공무원들이 ‘이달의 공정인’ 상을 받은 셈이다.

김현아 (chaos@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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