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클라이번 우승' 선우예권 "다른 대회보다 5~6배 준비했다"

박정환 기자 입력 2017. 6. 28. 13:05 수정 2017. 6. 28.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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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니스트 선우예권 © News1

(서울=뉴스1) 박정환 기자 = "다른 대회보다 5~6배 이상 준비해서 미국 반 클라이번 국제피아노콩쿠르에 참가했습니다. 제 이름이 세미파이널 통과자에 들어간 것을 확인하는 순간 너무 긴장한 나머지 일어나다가 휘청거리며 의자에 살짝 머리를 찧었습니다."

미국 '반 클라이번 국제피아노콩쿠르'에서 우승한 피아니스트 선우예권(28)이 28일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세종예술아카데미에서 기자와 만나 "콩쿠르에서 후회하고 싶지 않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선우예권은 이날 간담회에 앞서 반 클라이번 국제피아노콩쿠르에서 연주했던 2곡을 연주했다. 세미 파이널 연주곡인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장미의 기사 듀엣 주제의 사랑을 말하다'와 세미 파이널 연주곡인 슈베르트-리스트의 가곡 '라타나이'는 오는 8월에 발매 예정인 콩쿠르 우승 실황음반에서 각각 2번째와 6번째에 실리기도 했다.

반 클라이번 재단과 심사위원단은 현지시간 지난 10일 미국 텍사스주 포트워스 베이스퍼포먼스 홀에서 선우예권에게 1위인 금메달을 수여했다. 이 대회에서 한국인의 우승은 선우예권이 처음이다.

선우예권은 "반 클라이번 콩쿠르는 다른 대회보다 연주 분량이 많은 대회"라고 했다. 그는 "연주자가 최종 결승까지 독주곡 2번을 포함해 6번을 연주해야 했다"며 "콩쿠르 출전 자격 제한이 30세인 경우가 많아서 이번에 마지막이라는 마음가짐으로 준비를 많이 했다"고 했다.

그는 이번 콩쿠르를 준비하면서 지인들과 연락을 끊었다고도 했다. "콩쿠르를 준비한다는 것 자체가 정신적 스트레스를 많이 준다"며 "아무리 좋은 말로 응원하더라도 그 자체가 스트레스로 다가오기 때문에 콩쿠르를 준비하는 동안 부모님과 지인들에게 연락을 끊었다"고 했다.

올해 대회는 대륙별 예선을 거쳐 선발된 15개국의 30세 이하 젊은 피아니스트 30명이 기량을 겨뤘다. 한국인 참가자 5명 가운데 선우예권, 김다솔, 김홍기가 12명이 겨루는 준결선에 진출했고, 그중 선우예권이 6명으로 좁혀진 결선까지 올랐다. 선우예권은 결선 무대인 9일 밤 라흐마니노프 피아노협주곡 3번을 연주했다.

이른바 '콩쿠르 부자'라 불리는 선우예권은 16세 때부터 1년에 2~4번씩 크고 작은 국제 콩쿠르에 출전해 지금까지 8개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그는 "콩쿠르에 많이 출전한 것은 경력을 쌓고 우승 특전으로 주어지는 연주 기회를 얻겠다는 마음이 아니었다"며 "금전적으로 어려웠기 때문에 연주를 계속하려면 다른 선택지 없이 콩쿠르에 참가해야 했다"고 했다.

그는. 한국인 피아니스트로서 최다 국제 콩쿠르 1위 입상 기록을 소유하고 있다. 2015년 인터내셔널 저먼 피아노 어워드에서 한국인 최초이자 최연소로 우승을 차지했으며 2014년 방돔 프라이즈(베르비에 콩쿠르) 역시 한국인 최초로 1위 수상, 2009년 인터라켄 클래식 국제 음악 콩쿠르 1위, 2012년 윌리엄 카펠 국제 피아노 콩쿠르 1위 및 청중상, 체임버상, 2012년 피아노 캠퍼스 국제 콩쿠르 1위 및 청중상, 2013년 센다이 국제 음악 콩쿠르 1위, 플로리다 국제 피아노 콩쿠르 1위, 줄리어드 콘체르토 콩쿠르 1위를 석권했다.

반 클라이번 콩쿠르는 그가 우승한 콩쿠르 중에서 가장 권위 있는 대회다. 이 대회는 1958년 차이콥스키 국제콩쿠르에서 우승해 일약 '미국의 영웅'으로 떠오른 미국의 피아니스트 반 클라이번(1934-2013)을 기념하는 대회다. 1962년을 시작으로 4년 주기로 열리며 미국을 중심으로 활동하기 희망하는 피아니스트에게는 '등용문'의 역할을 하고 있다. 한국은 2005년 양희원(미국명 조이스 양)이, 2009년 손열음이 각각 2위에 해당하는 은메달을 수상한 바 있다.

선우예권은 이번 대회 우승을 실감할 수 없었다고 했다. "우승했다는 기쁨보다 '이제 끝났구나'라는 마음이 더 컸다"며 "우승 후 인터뷰와 사진촬영 등 연주 외적인 부분에서 바빠진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 실감이 나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국내보다 해외에서 잘 알려진 연주자다. 서울예고 졸업과 동시에 도미해 미국 커티스 음악원, 줄리아드 음대 등에서 수학하며 활동해왔다. 그간 국내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2008년 카네기홀 뉴욕 데뷔를 포함해 볼티모어 심포니 오케스트라, 벨기에 국립 오케스트라, 프랑스 매로크 필하모닉 등 주요 오케스트라와 협연했다.

특히 2015년에는 한국 피아니스트 최초로 세계적인 클래식 축제인 스위스 베르비에 페스티벌에서 독주회를 선보였다. 이어 11월에는 독일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등 독일 순회공연을 성황리에 마쳤다. 12월에는 바이올리니스트 클라라 주미 강과 러시아 마린스키 극장에서 듀오무대를 갖는 등 유럽 무대에서의 주가를 더욱 높였다.

선우예권은 반 클라이번 콩쿠르 우승 이후 바쁜 일정이 예정돼 있다. 먼저 12월20일 서울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선우예권 피아노 리사이틀'이 열리고, 2018년 4월 통영국제음악제 및 11월 세종문화회관 40주년 기념공연에서 협연 예정돼 있다. 피아노 리사이틀의 경우 우승 직후 전석매진돼 표를 못 구한 팬들을 위해 12월15일 추가 공연을 준비하고 있다.

피아니스트 선우예권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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