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골짜기에 '무인카페'가 있다

조찬현 2017. 6. 25.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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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스아메리카노도 가능.. 산에서 먹는 백숙도 일품

[오마이뉴스조찬현 기자]

 올여름 무더위에 마음 한 자락 내려두고 싶은 지리산의 벽소령 계곡이다.
ⓒ 조찬현
올여름엔 이곳에서 잠시 쉬어가고 싶다. 경남 함양 마천의 지리산 자락에 있는 이색 무인카페 꽃자갈과 우리야영장펜션이다. 무더위에 마음 한 자락 내려두고 싶은 멋진 곳이다. 지리산 계곡 어느 곳이나 다 마음이 쏠리긴 하지만 지리산의 동쪽에 위치한 이곳은 남원과 구례의 느낌과는 또 다르다. 아늑하고 포근하게 내 마음을 감싸 안는다.

이곳을 찾게 된 이유는 순전히 무인카페 때문이다. 지리산자락에 있는 이색 무인카페 꽃자갈이 궁금했다. 산중에서 지키는 주인장이 없이 무인으로 운영하는 카페는 이채롭다. 입장료 5000원으로 다양한 커피와 야생차, 토스트, 과일 등을 먹을 수 있다. 이곳에서 차 한 잔을 챙겨와 유유히 흐르는 물가의 넓은 바위에 앉아 마시면 행복 그 자체다. 잠시만 머물러도 이내 마음이 한가로워진다.

무인카페 꽃자갈... 30여 가지 야생 꽃차와 커피 맘껏 즐겨

 경남 함양 지리산 자락의 이색 무인카페 꽃자갈이다.
ⓒ 조찬현
계곡 물에 발을 담그고 해찰을 부려본다. 투망을 치는 이도, 낚시를 하는 이들도 있다. 모두의 얼굴엔 해맑은 웃음꽃이 가득하다. 숨 가쁘게 흐르는 세상사를 뒤로 한 채 이곳에 들어서면 그저 한가롭기만 하다. 무거운 마음 잠시 내려두고 그냥 물처럼 바람처럼 머물다 보면 마음이 편안해져온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걸어가는 길들이 자갈길입니다. 이곳에 와서 잠시나마 마음 편하게 꽃길을 걸었으면 하는 마음에 꽃자갈이라 이름 지었지요. 이곳 벽소령 계곡의 바위들도 자갈로 보는 것이지요."

꿈보다 해몽이라더니 이곳 꽃자갈 주인장(오현)의 설명이 참 그럴싸하다. 그의 말에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고 있다.

달밤에 푸른 숲 위로 떠오르는 달빛이 맑고 하얗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 벽소령은 오히려 푸르게 보인다는 벽소한월(碧宵寒月)에서 유래했다. 이곳의 계곡물은 벽성천과 덕정천을 지나 엄청강으로 이어지다 진주 남강으로 흐른다.

 무인카페 꽃자갈의 오현 관장이 꽃차를 덖고 있다.
ⓒ 조찬현
 카페에 들어서면 카페 곳곳에 나붙은 카페 사용설명서가 보인다.
ⓒ 조찬현
 무인카페 꽃자갈에는 산국, 매화, 생강꽃, 박하, 겨우살이, 구절초차, 민들레 꽃차 등 30여 가지나 준비되어 있다.
ⓒ 조찬현
무인카페는 참 매력적이다. 카페에 들어서면 카페 곳곳에 붙은 카페 사용설명서가 보인다.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시고 싶으면 컵에 얼음을 채우고 커피머신의 에스포레소 버튼을 누르면 된다. 지리산 산중에서 나 스스로 챙겨 먹는 커피라니, 세상 참 많이도 변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어 안쪽의 꽃차방에서 지리산 꽃차도 한 잔 즐겨볼 일이다. 산국, 매화, 생강꽃, 박하, 겨우살이, 구절초차, 민들레 꽃차 등 30여 가지나 준비되어 있다. 이곳에선 그냥 내 맘대로 다양한 차를 즐기면 된다.

몸보신에 아주 그만인 '한방 닭백숙'

 보양식인 한방백숙에는 엄나무 황귀 표고 꽃버섯 등 10여 가지 한약재가 들어갔다.
ⓒ 조찬현
 갖은 한약재에 녹두와 찹쌀 감자까지 들어가 있어 술안주와 한 끼니 식사로 충분하다.
ⓒ 조찬현
계곡물에서 그저 정신없이 놀다보니 허기가 진다. 우리야영장펜션 식당에 한방 닭백숙을 주문했다. 백숙에는 엄나무, 황귀, 표고, 꽃버섯 등 10여 가지 한약재가 들어갔다. 녹두와 찹쌀 감자도 들어가 있는 음식이라 술안주는 물론 한 끼니 식사까지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다.

반찬은 지리산에서 채취한 고사리나물과 장녹나물, 머위나물 등 나물류가 주를 이룬다. 자리공이라 불리는 장녹나물 무침은 인기다. 관절염에 좋은 것으로 알려진 장녹나물은 여린 잎을 채취해 가마솥에 삶아 흐르는 물에 한밤을 지새웠다. 이렇게 독성을 뺀 후 말려 들기름에 무쳐냈다. 은은하게 다가오는 나물 특유의 향이 좋다. 지리산의 정기를 받고 자란 튼실한 고사리나물은 유난히 식감이 돋보인다. 

뭉게구름이 흘러가는 맑은 하늘, 자연이 빚어놓은 걸작 아름다운 바위들, 쉼 없이 계곡을 흐르는 물소리에 눈도 귀도 즐겁다. 때 이른 무더위는 어느새 씻은 듯이 사라졌다. 옛날 옛적에는 아무래도 이곳에서 신선들이 살지 않았을까. 이곳에 머물다 보면 잠시나마 한여름 밤의 헛된 꿈같은 이런저런 상상을 하게 된다.

여기저기 도란도란 모여앉아 밤새도록 이어기 꽃을 피운다. 흥겨운 술자리도 이어진다. 그러다 밤이 깊어 가면 계곡물소리 자장가 삼아 단잠을 청한다. 그렇게 지리산의 하룻밤이 저물어간다.

  강태공의 낚싯줄에 물고기 한 마리가 걸려들었다.
ⓒ 조찬현
다음 날 아침이다. 청량한 기운이 가득하다. 산 능선에는 안개가 자욱하다. 밤사이 한줄기 소나기가 지나갔나, 나뭇잎에는 영롱한 빗방울이 조롱조롱 맺혔다. 흐르는 계곡 물에 낚싯줄을 담갔다. 얼레에 감긴 낚싯줄을 이용해 가짜 미끼로 고기를 유인하는 견지낚시다. 얼마를 기다렸을까, 강태공의 낚싯줄에 물고기 한 마리가 걸려들었다.

"손맛이 짜릿해요."

박씨 아저씨는 손맛이 짜릿하다고 했다. 이 맛에 강태공들이 낚시를 즐긴다고 말했다.

아침밥은 우리야영장펜션 주인장이 지리산 계곡에서 미리 잡아 갈무리해둔 피라미와 잡고기로 매운탕을 끓였다. 매운탕과 지리산 산나물에 먹는 아침밥은 지리산의 숨결이 가득 담겨 있다. 이 건강한 아침밥 한 상에 여행의 여독과 지난밤의 술기운이 사르르 녹아내린다.

 지리산 자락의 벽소령 계곡에 위치한 우리야영장펜션이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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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다음 블로그 '맛돌이의 오지고 푸진 맛'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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