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윤정의 원더풀 다뉴브강] 물안개 걷히면 또 다른 나라.. 한 줄기 강의 마법

이귀전 2017. 6. 22.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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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버 크루즈를 마치고 파리로
독일 뉘른베르크에서 인천까지 직항 항공편이 없어 경유지로 파리를 선택했다. 강변에서 크루즈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관광객이 보인다.
 이른 아침, 크루즈는 어제 도착한 그 자리에서 조용히 다뉴브강 물결을 흘려보내며 아침 햇살을 창가에 전달해 준다. 하지만 다뉴브강 위에서 맞이하는 아침도 오늘이 마지막이다. 뉘른베르크에서 크루즈 일정을 마치고 헤어짐을 기다리고 있다. 승객도 각자의 생활로 돌아가는 만큼 여느 때와 다른 선상의 아침이다. 늦은밤 객실로 배달된 소식지를 보니 모든 승객들은 각자의 일정에 따라 짐을 객실 앞에 놓아 달라는 당부가 있었다. 라운지에는 이른 새벽 첫 출발 승객을 위하여 오전 3시부터 아침식사가 준비되어 있다.

객실번호에 따라 소지품 인식표의 색상이 달리 배정된다. 하선 이후 선택 투어로 프라하 여행을 함께하는 일부 승객들을 제외하고는 일정에 따라 공항으로 개별 안내를 받는다. 파리로 향하는 비행기가 오후로 예약되어 있어 그나마 여유롭지만 짐은 오전 9시까지 푸른 색상의 인식표와 함께 객실 앞으로 내어 달라 하니 나 또한 덩달아 부산스럽다. 그나마 짐을 정리하고 나서 점심시간까지는 여유를 즐길 수 있다. 선상에서의 마지막 시간이다.

크루즈 객실번호에 따라 배정된 다른 색상의 인식표를 달고 승객 일정에 따라 공항으로 이동하기 위한 짐들이 크루즈 앞에 놓여 있다.
다뉴브강 위에서 맞이하는 마지막 아침식사를 하는 식당은 다른 날과 달리 조용하다.
아침을 마치고 별다른 프로그램이 없어 라운지에서 커피 한 잔을 들고 갑판으로 올라갔다. 다뉴브강을 눈에 담고자 이리저리 둘러본다. 이 강을 거스르며 보낸 지난 며칠은 시시각각 다른 풍경을 자아내는 순간순간이 감동이었다. 바람과 햇살에 따라 흔들리는 나무와 강물은 농담이 다른 한 폭의 수채화를 매번 선물했다. 강둑에서, 선상에서, 그리고 높은 고지대 관광지에서 바라본 다뉴브강은 시간에 따라, 시선 높이에 따라 색깔이 다른 장르의 영화 한 장면이었다. 이렇듯 한줄기의 강이지만 다른 풍경과 역사를 담고 아름다운 이야기를 매순간 들려주었다.

헝가리 부다페스트를 출발해 오스트리아 빈을 거쳐 독일의 뉘른베르크까지 세 나라 일곱 도시를 방문했다. 육로로 방문하는 여행지와 달리 수로로 방문한 이번 기회는 색다른 경험이었다. 국경선 없이 때때로 물안개를 헤치며 다른 나라를 맞이하기도 했다. 같은 듯 다른 풍경이 이어지다가도 각각의 문화를 보듬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생활은 다채롭게 다가왔다. 국경선을 접한 이들은 서로의 문화를 공유하고 있지만 가슴에는 서로를 상처 입혔던 아픈 역사를 간직하고 있기도 했다.

크루즈 라운지에서 커피 한 잔을 들고 갑판으로 올라갔다. 다뉴브강을 눈에 담고자 이리저리 둘러본다. 지난 며칠간 크루즈에서 맞이한 시시각각 다른 풍경을 자아내던 순간들이 감동적인 모습으로 떠오른다.
흘려보내는 강물처럼 아쉽게 지나간 시간을 다시 돌아보며 다뉴브강을 바라보는데 라운지에서 웅성거림이 들린다. 선상 스태프가 또 다른 크루즈를 설명하고 있다. 승객들이 다음 휴가를 위한 계획을 세울 수 있도록 안내를 받는다. 귀를 기울이니 아시아지역 프로그램이 들려온다. 장강, 메콩강, 이라와디강의 크루즈 안내다. 곁에서 다른 승객이 아시아에서 온 내게 나열되는 강의 문화는 어떠한지 물어본다. 경험이 없어 달리 자세한 이야기를 건넬 수 없지만 아시아의 강들도 유럽 못지않게 흥미로운 이야기와 아름다운 풍경을 선사한다는 이야기를 전했다.

장강(또는 양쯔강)은 중국 대륙 중앙부를 흐르는 강으로 중국에서 가장 긴 강일 뿐만 아니라 나일강, 아마존강에 이어 세계에서 세 번째로 긴 강이다. 큰 하천을 일컫는 일반명사인 강(江)이 원래 이 강을 가리키는 고유명사였다고 한다. 수천년 중국 역사에서 수상교역의 중심지였으며 숱하게 나타났다 사라져간 중국 제국들의 격전지를 돌아보는 장강 크루즈도 매력적이다. 메콩(Mekong)강은 세계에서 12번째로 긴 강이자 10번째로 수량이 많은 강이라고 한다. 중국 칭하이성에서 발원해 윈난성과 미얀마, 타이, 라오스, 캄보디아, 베트남을 거쳐 남중국해로 흐른다. ‘앙코르의 흔적’이라고 이름 붙여진 메콩강 크루즈는 인도차이나의 아름다운 문화와 열강의 격전지였던 아픈 역사를 함께 둘러볼 수 있을 것이다. 내게는 낯선 이라와디강은 미얀마 중앙을 흐르는 강이다. 에야와디강으로도 부르는 이 강은 미얀마에서 가장 중요한 강으로 ‘만달레이의 기억’이란 일정으로 소개되고 있다.

우리에게 서양의 문화 역사가 궁금하듯 서양인들에게는 동양의 낯선 문화가 매력적인 여행을 선사할 것이다. 우리나라를 둘러볼 크루즈 여행이 없어 추천 기회가 없는 것이 아쉬웠다. 크루즈 일정은 아니더라도 한국의 강들로 매우 아름다우니 꼭 한국에 들르라는 인사를 건네며 아쉬움을 달랬다. 

파리 에펠탑을 담고 센강변에서 저물어 가는 석양을 바라보며 헝가리에서 오스트리아, 독일을 거쳐 프랑스에 이르는 이번 크루즈 여행을 마무리한다.
파리를 찾은 많은 관광객들이 센강변을 둘러보고 있다. 센강을 운항하는 유람선을 타려는 이들도 보인다.
뉘른베르크에서 가장 오래된 프로테스탄트교회로 알려진 성 로렌츠교회. 구 시가지를 관통하는 쾨니히 거리에 위치한 이 교회는 고딕 양식의 최고봉으로 꼽힌다.
뉘른베르크에서 다뉴브강 크루즈가 끝나고 더 이상 여행을 계속할 수 없는 아쉬움은 다음 기회 승용차를 이용한 독일 도로 여행으로 기약하기로 했다. 괴테 가도(街道)나 그림형제의 메르헨(동화) 가도처럼 유명인사와 문화의 흔적을 찾는 여행도, 알펜 가도처럼 아름다운 자연을 중심으로 다니는 여행도 모두 매력적일 것이다. 물길을 따라온 크루즈 여행을 마치고 다음 기회 승용차로 떠나는 가도 여행을 기대하면서 비행기를 이용해 남은 여정을 정리하기로 했다.

뉘른베르크에서 인천까지 직항 비행기가 없어 경유지로 파리를 선택했다. 프랑크푸르트를 거쳐 한국으로 되돌아올 수도 있지만 독일 지방 도시에서 프랑스 파리까지 국제선이 있어 이 기회에 며칠 프랑스에 머물기로 했다. 내게는 다른 승객들이 선택한 프라하보다 나은 여정일 듯싶다. 선상 직원 배웅으로 크루즈 일정을 마친 뒤 뉘른베르크 공항을 떠났다. 두 시간이 채 되지 않아 며칠간 들어왔던 딱딱한 느낌의 독일어를 벗어나 부드러운 프랑스어로 번잡스러운 도시에 도착했다.

성 로렌츠 교회에서 5분 정도 걸으면 뉘른베르크 마르크트광장이 나온다. 세계적인 크리스마스 시장으로 유명한 마르크트광장은 20m 높이의 ‘아름다운 분수’란 뜻의 쇠너부르넨이 자리 잡고 있다.
뉘른베르크의 성벽을 따라 마르크트광장에 이르는 길에 있는 해시계. 뉘른베르크 1509년 피터 헨라인(Peter Henlein)이 세계 최초로 휴대용 시계를 만들 만큼 시계제조업이 유명하다.
뉘른베르크 모형도.
공항에서 시내로 들어서는 길은 여느 도시처럼 교통체증이 심하다. 시내를 관통하는 강을 따라 지난 시간 동안 여행해서인지 붐비는 고속도로의 바깥 풍경이 짜증스럽지 않고 낯설다. 마주하고 스쳐 지나가는 도로 차량들과 차에서 흘러나온 라디오 소리가 또 다른 여행으로 안내한다.

오후 늦게야 호텔 체크인을 마쳤다. 짐 정리를 하지 않고 저녁식사를 위하여 에펠탑의 레스토랑으로 향했다. 식사보다 야경을 위하여 미리 예약해 두었다. 줄 서지 않고 에펠탑을 오를 수 있어 시간이 부족한 관광객에게는 썩 좋은 선택이다. 호텔을 나서니 파리 상징물인 에펠탑이 보인다. 에펠탑에서 센강변으로 저물어 가는 석양을 바라보며 헝가리에서 오스트리아, 독일을 거쳐 프랑스에 이르렀던 이번 여행을 마무리한다.

여행가·민트투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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