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러쉬의 일상

2017. 6. 16.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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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ds of His Own

동네 목욕탕에서 크러쉬를 만났다

시그너처 패턴이 인상적인 니트 폴로 셔츠는 Missoni. 쇼츠는 Onitsuka Tiger× Andrea Pompilio by Beaker. 슬리퍼와 양말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비 오는 휴일 오후에 전화 인터뷰라니 새롭다. 뭘 하는 중이었나 차 안이다. 강원도에 공연하러 가는 길이다.

직접 제안한 목욕탕 촬영은 어땠나 재미있었다. 늘 스튜디오, 아니면 예상 가능한 로케이션에서 촬영해 왔으니까. 아마 오랫동안 이번 촬영을 기억할 것 같다. 워낙 물속에 있는 걸 좋아한다. 수영이든, 목욕이든. 그걸 사진으로 표현해 보고 싶은 마음이 오래전부터 있었다.

5월에 긴 연휴가 있었는데 뭘 하고 보냈나 5월 3일이 생일이어서 팬들과 생일 파티를 좀 특별하게 했고 가족들과 홍콩 여행을 다녀왔다. 가족과 함께한 첫 해외 여행이었다.

생일 파티 티켓이 금세 매진됐다고 들었다. 음악을 제외하고, 팬들이 크러쉬에게 열광하는 이유는 뭘까 의도치 않게 반려견 ‘신두유’가 한몫하는 것 같다(웃음).

신두유 인스타그램 계정(@shindoyou) 팔로어가 5만 명을 넘더라 그 계정은 내가 관리하지 않는다. 두유가 직접 한다. 하하하. 농담이다. 내가 음악과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일상을 SNS를 통해 공유하는 것을 사람들이 좋아해 주는 것 같다.

앨범 준비는 마무리된 건가 맞기도, 아니기도 하다(웃음). 최종 마무리 중이다.

이번 앨범에는 몇 곡이 수록되나 싱글 앨범이라 세 곡 정도.

발표 시기는 언제로 예상하나 6월 첫째 주, 늦어지면 둘째 주.

시그너처 패턴이 인상적인 니트 폴로 셔츠는 Missoni.

트로피컬 프린트 셔츠와 쇼츠는 모두 Allsaints.

5월 27일에 예정된 서울재즈페스티벌 무대에서 신곡을 듣지 못하겠네 아무래도 그렇게 됐다. 새 앨범 수록곡들은 보다 힙합 느낌이기도 하고.

자세히 설명해 달라 앨범은 전반적으로 업 템포로 구성될 예정이다.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최근 잔잔한 노래 위주로 부르다 보니 사람들이 나를 부드러운 음악을 하는 뮤지션으로 인식하는 것 같다. 그게 아니라는 것을 각인시키고 싶다. 이번 앨범은 다중적인 의미를 갖는다. 복잡한 동시에 심플하다고 할까? 큰 주제는 ‘일탈’이다. 내 일상에 관한 일탈, 사랑에 관한 일탈 등. 내가 추구해 온 ‘일상에서 힌트를 얻는 음악’은 유효하지만 보다 날것 같은 느낌이 들 수 있다.

개인적으로 크러쉬의 가사는 잊고 지냈던 감정을 건드린다. 예를 들어 지난해에 발표한 <Wonderlust> 앨범의 수록곡 ‘어떻게 지내’에서 ‘적당히 먼 새벽’과 같은 구절이 그렇다 사흘 정도 고민해서 쓴 가사다. 굉장히 늦게 자는 습관 탓에 내게 새벽은 일상이다. 그 시간에 익숙하게 느끼는 스산함과 쓸쓸함을 말하고 싶었다. 사실 어법으로는 모순적인 말이다. 그래서 주위 사람들에게 들려줬을 때 ‘뭔 소리야’라는 반응이 꽤 있었다.

가사는 주로 무엇으로 쓰는지 궁금하다. 아이폰 메모장이든 연필이든 매번 다르다. <Wonderlust> 앨범의 모든 곡은 오선지에 펜으로 썼다. 당시에는 아날로그 정서를 추구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녹음을 예전 방식으로 할 정도였다.

책 읽는 거 좋아하나 한동안 독서에 심취했던 적 있었지만 요즘은 앨범 작업에 대한 부담감 때문인지 책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여유가 생겨도 그냥 잔다(웃음).

여행 좋아한다면서. 요즘 가고 싶은 곳은 LA. 햇살 맞으면서 드라이브도 하고, 타코도 먹고, 여유도 부리고 싶다.

오늘 눈뜨자마자 들은 음악은 비도 오고 기분이 그렇고 해서 맥 드마르코(Mac Demarco)의 노래를 듣고 싶어졌다. 그의 ‘Dreams from Yesterday’를 들으면서 샤워했다.

트라이벌 무드가 느껴지는 독특한 질감의 아노락과 점퍼, 팬츠는 모두 Sacai.

색감이 경쾌한 커버 올은 Sacai by Boon The Shop. 베이식한 하이톱 스니커즈는 Converse. 양말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종종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혼술’ 신이 올라오더라. 술 좋아하나 곱창과 소맥의 조합을 좋아한다. 양꼬치에 중국 맥주를 마시는 것도 즐기고. 집에서 혼자 먹을 땐 위스키. 혼술 할 때 <치코와 리타>처럼 차분한 감성의 영화를 보기도 한다.

LP를 수집한다는데 그중에서 아끼는 음반은 주로 희귀 앨범들을 모으는데 그중 딱 하나를 꼽으라면 마일스 데이비스의 <Sketches of Spain>.

왜 그 앨범인가 마일스 데이비스 본인이 가장 아낀 앨범으로 절판돼 귀한 대접을 받고 있다. 예전에 LA에 갔을 때 운 좋게 중고 레코드 숍에서 구입했다. 사람들에게 잘 알려진 마일스 데이비스의 스타일보다 연주가 좀 더 화려한 느낌의 앨범이다. 들으면 들을수록 좋다.

최근 시각적으로 자극받은 게 있다면 올해 초 대림미술관에서 관람한 닉 나이트 사진전. 전시를 보면서 적었던 메모들은 지금 봐도 중구난방이지만, 많은 영감을 받았다. 정석적이지 않고 거침없는 스타일의 사진이 강렬하게 다가왔다.

일상에서 언제 음악적인 영감을 얻나 시시때때로 다양하게. 지금 떠오르는 한 가지는 운전을 하면서도 힌트를 얻는 것 같다. 목적지로 가는 동안 보이는 풍경이나 시간, 날씨에 맞춰 음악을 선곡하기 위해 고민을 많이 하는데 그러면서 영감을 얻기도 한다. 얼마 전 밤늦게 친구들과 축구하기 위해 차를 몰고 나섰을 땐 문득 <Wonderlust> 앨범이 생각나더라. 사실 가수들은 본인 앨범 잘 안 듣는다. 작업하고 녹음하면서 질리도록 들으니까. 오랜만에 차 안에서 그 앨범을 듣는데 뭔가 벅차 오르면서 울컥 눈물이 났다. 작업 당시의 감정선이 다시 그려지는 듯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이 앨범에 진심을 다했던 것 같다. 그래서 더 의미가 깊은 앨범이다.

새 앨범에 대한 부담이 클 수밖에 없겠다 앨범 준비하면서 부담이 안 된다는 뮤지션의 말은 다 거짓말이라고 보면 된다.

사진 장덕화

에디터 김영재

컨트리뷰팅 에디터 이경은

의상 박지연, 박상욱

헤어 태현(MIZANGWON by TAEHYUN)

메이크업 미애(MIZANGWON by TAEHYUN)

디자인 전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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