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하의 참사.. "안 보고 그냥 자길 잘했다"

석남준 기자 2017. 6. 15.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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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반 16분까지 0대2로 끌려가.. 수비·공격 모두 지리멸렬
28년간 이어온 월드컵 인연, 끝모를 졸전으로 끊어질 위기

1986 멕시코월드컵부터 지난 2014 브라질월드컵까지 8회 연속, 28년 동안 이어져 온 한국과 월드컵의 인연이 끊어질 위기에 처했다. 한국 축구 대표팀이 14일 열린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8차전 카타르와의 원정 경기(카타르 도하)에서 2대3으로 졌기 때문이다. 현재 한국은 A조에서 1위 이란(승점 20)에 이어 2위(4승1무3패·승점13)다. 문제는 3위 우즈베키스탄(4승4패·승점12)과의 승점 차가 '1'에 불과해 조 2위까지 주어지는 월드컵 본선행 티켓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점이다.

한국이 중동 축구에서도 비교적 약체로 꼽히는 카타르에 패한 건 1984년 12월 아시안컵 본선에서 0대1로 진 이후 33년 만이다. 현재 FIFA(국제축구연맹) 랭킹에서 한국은 43위, 카타르는 88위다. 카타르는 이번 최종예선 8경기에서 겨우 6골을 넣었는데, 5골을 한국전에서 뽑아냈다. 또한 한국이 월드컵 예선에서 3점 이상을 허용한 것은 1961년 11월 열린 1962 칠레월드컵 플레이오프에서 유고슬라비아에 1대3으로 패배한 이후 56년 만이다.

14일 새벽잠을 설쳐 가며 한국과 카타르의 월드컵 아시아 지역 최종예선 중계를 지켜본 팬들도 허탈하긴 마찬가지였다. 이근호가 이날 경기 전반전 슈팅이 가로막히자 아쉬움에 한쪽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인 모습. 그는 “(선수들이) 더 간절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이날 카타르전 패배를 '도하 쇼크'라 부르기도 하지만 일부 축구 팬은 "이미 쇼크를 여러 번 겪어 더 이상 놀랍지 않다"는 반응까지 보인다. 축구 커뮤니티에선 "이제 화가 나지 않는다" "(새벽 4시 경기여서) 고민하다가 보지 않고 그냥 잤는데 선택 잘한 듯" 등의 자조적인 반응이 주를 이뤘다. 한국은 이날 패배를 포함해 이번 최종예선 4차례의 원정 경기에서 무승(1무 3패)을 기록했다.

한국은 카타르에 전반 25분, 후반 6분 잇달아 골을 내줘 0-2로 끌려갔다. 한국은 후반 17분 기성용(스완지시티), 25분 황희찬(잘츠부르크)의 골로 동점을 만들었다. 하지만 선제골을 넣은 하산 알 하이도스에게 후반 30분 결승골을 허용하고 그대로 무릎을 꿇었다.

경기 초반부터 한국 공격수들은 중계 화면에 잘 잡히지 않을 정도로 '실종' 상태였고, 수비진은 호흡이 맞지 않아 카타르에 넓은 공간을 내줬다. 주 공격수 손흥민(토트넘)이 전반 33분 오른쪽 팔 골절로 물러나는 악재까지 겹쳤다. 한준희 KBS 해설위원은 "기본적인 볼 간수와 위치 선정이 되지 않았고 오프사이드 라인을 맞추지 못하는 등 수비 컨트롤에 완전히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카타르는 두 골을 앞선 상황에서도 특유의 '침대 축구'를 하지 않고 계속 한국을 압박했을 정도로 자신이 넘쳐 보였다. 카타르 선수가 중앙선 부근 자기 진영에서 공을 빼앗은 뒤 한국 페널티박스 안까지 올라오는 동안 전력을 다해 쫓아가거나 태클하는 한국 선수가 없었던 장면이 여러 번 나왔다. 그만큼 투지도 없었다.

손흥민 대신 베테랑 이근호(강원)가 투입되면서 한국은 다소 활기를 찾았지만 경기를 뒤집는 데는 실패했다. 2년 4개월 만에 태극마크를 단 이근호는 "아시아이긴 하지만 다른 팀은 120%를 하는데, 우리가 안일한 마음으로 경기하면 당연히 이길 수 없다. 좀 더 간절해야 할 것 같다. "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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