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IDE] 카타르전 전술 분석: 한국은 왜 무너졌나

유현태 기자 2017. 6. 14.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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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울리 슈틸리케 감독 ⓒ대한축구협회

[스포티비뉴스=유현태 기자] 장점은 극대화하고 단점은 최대한 감추는 것이 싸움의 기본이다. 카타르는 준비를 했고 한국은 충분한 준비를 하지 못했다.

한국은 14일(한국 시간) 카타르 도하 자심 빈 하마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년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지역 최종 예선 카타르와 경기에서 2-3으로 졌다.

카타르의 호르헤 포사티 감독은 슈틸리케호에 '맞춤 전략'을 들고 경기에 나섰다. 경기가 뜻대로 풀리지 않자 한국은 허둥거렸고 경기 흐름을 놓쳤다. 먼저 두 골을 내줬다.

한국은 0-2로 뒤진 상태였던 후반 17분, 후반 25분 기성용과 황희찬이 골을 넣으며 2-2 동점을 만들었다. 동점에 들떴기 때문일까. 역전을 위해 나서다가 카타르가 준비한 '선 수비 후 역습' 콘셉트에 무너졌다. 후반 29분 선제골의 주인공 하산 알 하이도스에게 결승 골을 내줬다.

맞춤 전술을 넘으려면 더 세밀하고 특별한 준비가 필요했지만 그 수준엔 미치지 못했다. 감독의 전술 부족, 준비 부족을 꼬집지 않을 수 없는 경기였다.

▲ 한국-카타르 선발 명단

# 카타르의 전략① - 압박

한국은 후반 17분 기성용이 동점 골을 넣기 전까진 완전히 카타르의 전략에 말려들었다. 경기력도 불안했고 분위기도 좋지 않았다. 카타르의 수비, 압박 타이밍이 좋았다.

공격수는 공을 받아 놓는 타이밍에 가장 취약하다. 공을 잡아 두려는 한국 선수들을 빠르게 압박했다. 카타르의 끈질긴 수비에 공 소유권을 계속 잃었다.

호르헤 포사티 감독이 카타르의 수비 조직력을 잘 다진 결과였다. 한국 선수들이 공을 받아 놓으려고 할 때 수비수가 순간적으로 압박했다. 선수 개개인의 기량에서 나온 움직임이 아니었다. 10명의 필드 플레이어 모두 압박에 대해 알고 있었다. 감독이 지속적으로 연습한 결과였다.

# 한국의 문제① - 공격: 공간을 찾기만 하고 만들진 못했다

한국은 카타르의 수비 근처만 가면 답답했다. 압박에 밀렸기 때문이다. 압박을 벗어나려면 선수들이 움직일 공간을 확보해야 했다. 카타르가 순간적인 압박으로 공격수들과 공간을 좁히면서 한국 선수들은 좀처럼 돌지 못했다.

더구나 '점유'에 방점을 찍은 한국은 좌우로 넓게 벌려 섰다. 선수 개개인이 확보할 수 있는 공간은 넓었다. 그러나 주변에서 빠르게 접근하지 못하자 고립됐다. 빠른 템포의 패스가 나오기 어려웠다. 1대 1로 카타르 수비수들을 상대해야 할 때가 늘었다. 카타르의 거센 압박에 등을 진 상태로 공을 흘리기 일쑤였다.

해법은 유기적인 공격이었다. 리턴패스를 내주고 다시 돌아 뛰는 움직임이 필요했다. 그러나 리턴패스 대신 번번이 공을 잡아 두려다가 실수가 나왔다.

압박을 이기려면 한 박자 빠른 선택이 필요했다. 그 선택을 위해선 공을 잡는 선수보다 주변 선수들의 움직임이 중요하다. 빠르게 약속된 움직임으로 공간을 만들어 줘야 한다. 리턴패스로 받을 수 있는 공간으로 움직이든지, 공간으로 침투해 수비를 끌고 움직여 주든지 공을 잡는 선수에게 선택지를 늘려 줘야 했다. 그래야 움직임을 역이용한 드리블로 상대를 제칠 수라도 있다. 그러나 한국 공격수들은 '혼자'서 카타르의 조직적 수비에 맞서야 했다.

한국이 원터치 패스를 이어 갈 땐 공격이 풀렸다. 부진했던 전반에도 마찬가지였다. 전반 20분 오른쪽 측면에서 원터치 패스가 이어지며 이재성의 왼발 감아차기 슛이 터졌다. 한국이 원하는 공격 전개였다. 그러나 전반 내내 유기적인 공격은 이재성의 슛이 유일했다.

▲ 황희찬이 공을 다투고 있다. 카타르의 수비는 성실하게 한국 선수들을 쫓았다. ⓒ대한축구협회

# 카타르의 전략② - 수적 우세 점하기

카타르의 공격은 '역습'에서 시작됐다. 스리백으로 나섰기 때문에 윙백이 적극적으로 공격에 가담할 수 있었다. 스리톱이 중앙으로 좁혀선 경우 윙백은 직선적인 돌파로 한국의 측면을 괴롭혔다. 그러나 개인 돌파뿐 아니라 윙백의 공격적 가담 자체가 한국 수비를 어렵게 했다.

공격 가담을 하는 선수가 자유롭다면 스루패스를 넣었다. 전반 39분 카타르 왼쪽 수비수 압델카림 하산이 오프사이드 라인을 깨면서 침투한 장면이 대표적이었다. 한국 수비가 따라간다면 패스를 주는 척하고 적극적인 드리블을 했다.

공격에 가담하는 카타르 선수의 수가 많지는 않았다. 그러나 적절한 타이밍에 한쪽 측면에 집중해서 공격 가담을 했다. 호르헤 포사티 감독은 한쪽 측면을 후벼 파면서 '국지적 수적 우세'를 이뤘다.

공격적 콘셉트도 뚜렷했다. 무리하게 완벽한 찬스를 만들려고 하지 않았다. 찬스가 나면 먼 거리에서도 슛을 시도했다. 공을 돌리다가 역습 찬스를 주느니 과감히 슛을 때리고 수비에 집중하는 걸 선택했다.

# 한국의 문제② - 수비: 숫자는 많은데… 약속 없는 맹목적 수비

표면적으로 보면 카타르의 역습과 개인 기술에 무너졌다. 그러나 한국의 수비가 조직력 문제를 드러낸 경기였다. 카타르의 역습 전개는 폭발적이지 않았다. 그러나 역습 때마다 한국은 수비 조직을 갖추는 시간이 오래 걸렸고 역습 속도를 늦추는 1차 목표를 이룬 뒤에 실점했다.

후반 7분 두 번째 실점은 허무할 정도였다. 오른쪽에서 아크람 아피프가 중앙에 있던 하산 알 하이도스와 2대 1 패스를 주고받는다. 한국의 수비는 미드필더 한국영, 기성용을 포함해 6명이 있었다. 콜 플레이 미스였다. 알 하이도스를 누군가 막아야 했다. 2대 1 패스가 나올 때 김진수는 이미 돌아 뛰는 아피프를 완전히 놓쳤다.

후반 29분엔 역습으로 시작됐지만 오른쪽 측면에서 카림 부디아프가 공을 잡을 쯤엔 수비 숫자도 갖추고 공격 속도도 늦춘 상태였다. 그러나 한국 수비의 형태가 정리되지 않았다. 오프사이드 라인은 엉망으로 흔들렸고 미드필드에선 적절한 압박을 하지 못했다. 로드리고 타바타가 중앙에서 여유 있게 공을 잡아 스루패스로 완벽한 찬스를 알 하이도스 앞에 만들어 줬다. 세 번째 골도 카타르가 잘한 것보다 한국이 못한 것이 컸다.

수비에도 전략은 필요하다. 한국의 수비는 콘셉트가 없었다. 예를 들어 수비수가 일부러 측면으로 공간을 열어 줘 상대를 유도하는 방법이 있다. 측면에서는 직접 슛보단 크로스가 많다. 충분한 '약속'만 된다면 중앙을 보다 단단하게 지킬 수 있는 방법이다. 또는 미드필더가 위험 부담을 안고 적극적으로 수비하고, 수비수가 뒤에서 커버 플레이에 나서는 '약속'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약속'된 수비가 없었던 한국 선수들은 수비할 때 외로웠다. 팀으로서 수비를 하지 못했다. 선수들이 패스, 드리블, 슛, 크로스 등 모든 가능성을 생각해야 했다. 동료를 활용하면 선택지를 줄일 수도 있었다.

# 체력 우세와 후반 반격, 동점에 들떴다

후반 15분이 돼서야 한국다운 공격이 나왔다. 후반 17분 기성용, 후반 25분 황희찬이 연속 득점을 올렸다. 모두 오른쪽 측면을 뚫으면서 골로 연결했다.

이유는 카타르의 체력 저하였다. 카타르가 전술로 만들었던 '마법'이 깨졌다. 중원에서도 공이 돌았고 한국 선수들의 개인 돌파도 힘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카타르는 원래 한국 선수들이 공이 받을 타이밍을 노려 괴롭혔다. 그러나 압박 강도가 약해져 한국 선수들이 공을 안정적으로 잡게 되자 드리블 돌파도 성공했다. 개인 기량에서 한국 선수들이 밀릴 리가 없었다.

카타르의 전략①이 흔들리자 한국의 공격은 살아났다. 그러나 한국의 수비 문제는 해결되지 않은 상태였다. 동점을 만들고 기세를 타 역전을 노리던 한국의 추격 분위기는 역습 한 번에 무너졌다. 후반 29분 오프사이드 라인이 깨졌고 알 하이도스에게 세 번째 실점을 했다.

한국은 서두르다가 카타르가 선수 교체를 하면서 구상했던 '선 수비 후 역습' 경기 전략에 그대로 말려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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