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와 예술의 앙상블, 바티칸

트래블조선 2017. 6. 14.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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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례자들의 안식처이자 진귀한 예술품이 모인 보물 창고
테베레(Tevere)강과 성 베드로 성당./ⓒShutterstock Viacheslav Lopatin

프랑스 작가 라 퐁텐(Jean de La Fontaine)은 <우화(Fables)>에서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라고 했다. 로마는 유럽은 물론 아시아, 아프리카까지 영토를 확장한 거대 제국이었기 때문이다. 고대 로마 제국의 군사가 밟고 지나며 핏빛으로 물들던 길은 이제 세계 각국 여행자들의 차지가 됐다. 도시 전체에 볼거리가 많아 ‘지붕 없는 박물관’이라 불리는 로마에서도 빼놓지 말아야 할 곳은 바티칸 시국(市國)이다. 순례자들의 안식처이자 진귀한 예술품이 한데 모인 보물 창고, 바티칸을 둘러보는 것으로 로마 여행이 완성된다.

세계에서 가장 작지만 큰 영향력을 지닌 나라

성 베드로 성당의 야경

바티칸은 로마 여행의 시작점인 테르미니(Termini) 기차역에서 대중교통으로 20분 정도 이동하면 만날 수 있다. 우리나라 경복궁의 1.3배 크기인 작은 영토에 1,000여 명의 국민이 사는 주권을 가진 국가다. 이탈리아가 전국을 통일하면서 로마에 속할 뻔했으나 교황의 땅을 인정하는 라테란 조약(Patti Lateranensi)에 따라 독립했다.

바티칸은 로마 중심 지역에 섬처럼 자리하고 있으며 국경이랄 것도 없이 성 베드로 광장(Piazza San Pietro)에 그어진 하얀 선이 국가 간의 경계를 알려줄 뿐 검문소도 보이지 않는다. 누구나 제약 없이 드나들 수 있다는 얘기다. 그렇다고 국경의 힘을 쉬이 볼 수는 없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군이 바티칸 내에 진입하지 못하고 국경 밖에 군대를 주둔시켰을 정도로 위력이 있는 선이다. 가톨릭교를 바탕으로 세워진 바티칸은 최고 지도자가 교황이며 국민 대부분이 성직자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전 세계에 있는 모든 추기경도 바티칸 국민이다. 토속 신앙 사회였던 고대 로마 제국에서 기독교는 탄압의 대상이었다. 수천 명의 기독교 신자가 로마 황제의 대전차 경기장에서 잔인하게 처형당했다. 가톨릭교의 대표 성인인 베드로도 이곳에서 십자가형을 받았고, 그가 순교한 자리에 지어진 성 베드로 성당은 가톨릭 성지로 자리매김됐다.

천국으로 향하는 문, 성 베드로 성당

성 베드로 성당에서 바라본 비아 델라 콘칠리아치오네./ⓒShutterstock_S-F

로마와 바티칸을 이어주는 도로 비아 델라 콘칠리아치오네(Via della Conciliazione)는 ‘천국으로 향하는 길’이라 불린다. 위에서 보면 도로와 광장, 성당으로 이어지는 건축물이 성 베드로가 쥐고 있는 하느님 나라의 열쇠 모양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성 베드로 성당은 축구장 6개가 들어갈 정도의 크기로 세계 제일의 규모를 자랑한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성당 순위에서도 1~2위를 다툰다. 이탈리아 각지에서 공수된 천연 대리석의 은은한 색감과 다채로운 패턴이 아름답다. 벽면을 가로지르는 라틴어는 성서 ‘루카 복음’의 한 구절로 금박 띠에 새겨져 더욱 돋보인다. 성당 내부는 상단에는 화려한 모자이크와 섬세하게 그린 천장화가, 하단에는 역동적인 조각이 빈틈없이 채우고 있다. 마치 신이 직접 만든 성전에 들어온 듯 경이로운 분위기로 가톨릭 신자가 아니더라도 고개를 숙여 경의를 표하게 된다.

성 베드로 성당에서 가장 유명한 작품은 미켈란젤로의 조각품 ‘피에타(Piet`a)’다. 성모 마리아가 십자가에 못 박혀 죽은 예수를 안고 있는 모습이다. 천 주름은 물론 예수의 축 처진 근육이 대리석으로 만들었다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정교하다. 사실적인 인체 표현을 위해 시신 해부까지 시도한 미켈란젤로이기에 가능했던 조각품인지도 모른다. 극도의 고통과 비탄을 넘어 고요와 평안으로 승화된 성모 마리아와 예수의 표정은 한눈을 팔 수 없게 만든다. 그녀에게 예수는 인간의 속죄를 위해 죽은 신의 아들이기 이전에 세상을 떠난 사랑하는 아들이기 때문일까? 경건함에 앞서 모성애가 절절히 느껴진다.

피에타./ⓒShutterstock_javi_indy

성당 중앙에 있는 교황의 제단에는 전 세계에서 온 순례자와 여행자가 북적인다. 제단 아래에 있는 성 베드로의 유골을 만나기 위해서다. 예수와 같은 십자가형을 받은 그는 자신을 낮추기 위해 십자가에 거꾸로 매달려 순교했다. 기독교 박해 속에서도 잃지 않았던 그의 굳은 신앙심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장소다.

제단 위에는 지붕처럼 올린 캐노피 형식의 구조물인 발다키노(Baldacchino)가 위용을 떨치며 서 있다. 교황 우르바노 8세(Papa Urbano Ⅷ)의 의뢰로 바로크 양식의 천재 미술가 잔 로렌초 베르니니(Gian Lorenzo Bernini)가 제작했다. 30m 높이의 청동 기둥은 묵직한 질감과는 달리 우아한 곡선이 휘몰아치듯 올라간다. 자유롭고 대담하며 세련된 표현 방식이 바로크 양식의 클라이맥스를 이룬 듯하다.

'센트로 델 콜로나토'라고 적힌 원형 표식에 서서 열주를 바라보면 네 줄의 기둥이 하나로 겹쳐 보인다 / 산탄젤로 성 올상에 모습을 드러낸 대천사 가브리엘의 조각

교황의 보물 창고, 바티칸 박물관

바티칸의 건물은 크게 궁전과 성 베드로 성당, 바티칸 박물관으로 나눌 수 있다. 그중 가장 넓은 곳은 박물관이다. 교황 궁 일부와 ‘콘클라베(Conclave, 새 교황을 선출하는 선거)’가 열리는 시스티나 성당(Cappella Sistina)을 거쳐 미술관까지 박물관에 속한다.

박물관 관람은 미술관에서 시작된다. 정문 위에는 바티칸 문장과 미켈란젤로, 라파엘로의 모습이 조각되어 있고, 내부 회랑과 1,400여 개의 방에는 역대 교황들이 수집한 예술품으로 가득 차 있다. 바티칸 박물관을 관람하려면 먼저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하자. 일정을 여유롭게 잡고 오래 걷기 좋은 편한 신발을 신는 것이 좋다. 간단한 주전부리를 준비해 박물관 내 식당이나 공원에서 체력을 보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박물관 홈페이지에서 입장권을 예약하면 대기 시간을 줄일 수 있고 관람 시간이 부족하다면 보고 싶은 작품을 미리 골라 위치를 파악해두는 것이 좋다.

벨베데레의 뜰(Cortile del Belvedere)에 있는 ‘라오콘 군상(Gruppo del Laocoonte)’은 박물관에 전시된 최초의 조각품인데 미켈란젤로의 천재성을 되짚어볼 수 있는 일화가 얽혀 있어 더 유명하다. 발견 당시 오른팔이 없었음에도 시민들은 고대 그리스·로마 시대에 만들어진 대작의 귀환을 환영했다. 미켈란젤로도 “예술의 기적”이라며 탄성을 질렀지만 하늘을 향해 뻗은 형태로 복원된 오른팔 조각에는 의문을 제기했다. 근육의 움직임으로 봤을 때 팔이 뒤쪽으로 꺾여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놀랍게도 이후 발견된 오른팔 조각은 그의 말대로였다.

라오콘 군상 / 시스티나 성당의 천장과 제단 위 벽을 채운 미켈란젤로의 프레스코화

박물관에서 놓칠 수 없는 작품들

미켈란젤로의 재능이 집대성된 작품은 ‘천지창조’라 알려져 있는 시스티나 성당 천장화와 제단 위 벽화 ‘최후의 심판’이다. 교황 율리오 2세(Papa GiulioⅡ)의 의뢰로 그린 천장화는 아슬아슬하게 걸터앉은 인물들이 해부학적으로 완벽한 몸체를 지니고 있다. 작품을 본 추기경이 그림이 아니라 조각이라고 오해할 정도였다고 한다.

‘최후의 심판’에 홀린 독일의 문학가 괴테는 “거장의 내면적인 확고함과 남성다움 그리고 그 위대함은 어떠한 표현으로도 충분히 설명될 수 없었다”라고 말했다. 그는 작품을 보기 위해 관리인에게 뇌물을 주고 몰래 들어가 보았을 만큼 그림에 빠지기도 했다.

라파엘로는 교황의 방 벽화 장식을 맡았다. 가장 대표적인 작품은 교황 집무실에 있는 ‘아테네 학당(Scuola di Atene)’이다. 정반대의 사상으로 끊이지 않는 논쟁을 벌였던 철학자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가 중심에 있다. 그들의 상반된 이념은 손가락으로 하늘을 가리키는 스승과 손바닥이 땅을 향한 제자로 표현되어 있다. 벽화 속에는 소크라테스와 피타고라스 등 수십 명의 철학자와 현인이 그려져 있어 중세판 ‘숨은 인물 찾기’ 같다. 심지어 라파엘로 자신과 그가 사랑했던 여인도 그림 속에 있으니 한번 찾아보길 바란다.

바티칸과 로마의 연결 고리, 파세토 디 보르고

바티칸의 르네상스를 연 교황 율리오 2세

바티칸과 로마 사이에는 주인 없는 땅이 있다. 성 베드로 성당에서 로마의 산탄젤로 성(Castel SantʼAngelo)까지 이어진 800m의 회랑, 파세토 디 보르고(Passetto di Borgo)다. 하드리아누스(Hadrianus) 황제의 원형 무덤이었던 산탄젤로 성은 교황의 신변이 위험해지면 도피하는 요새로 변경되었다. 성의 내부 관람은 가능하지만 회랑은 개방되어 있지 않다.

비아 델라 콘칠리아치오네 도로의 안쪽 골목으로 들어가면 회랑을 감싼 성벽을 볼 수 있다.

바티칸을 색다르게 보고 싶다면 대전차 경기장 맞은편에 위치한 로마 아벤티노(Aventino) 언덕에 올라가자. 오르막길을 10분 정도 오르면 또 하나의 소국인 몰타 기사단(Sovrano Militare Ordine di Malta) 소유의 수도원이 나타난다. 수도원 정문 열쇠 구멍을 통해 보는 성 베드로 성당의 풍경이 색다른 모습으로 다가온다. 로마에 서서 몰타 기사단과 바티칸을 동시에 볼 수 있는 독특한 장소다.

· 글·사진 : 송윤경(여행작가, 세계 150여 개의 크고 작은 마을을 꼼꼼히 여행했다. '셀프 트래블 이탈리아'의 저자)

· 기사 제공 : 대한항공 스카이뉴스(skynews.kr)

※ 대한항공 운항 정보

인천~로마 주 6회(월, 화, 목, 금, 토, 일) 운항, 6월부터 주 7회 운항 예정

인천~밀라노 주 3회(수, 금, 일) 운항

자세한 스케줄은 대한항공 홈페이지(www.koreanair.com)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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