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씨의 #샤넬보다_재테크]은행 계좌 속 잠자는 내돈 찾기

이주원 기자 2017. 6. 7. 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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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제] 오늘도 어김 없이 출근길에 오른 서경씨. 열심히 눈알을 굴려가며 버스 안 빈 자리를 찾고 있다. 다음 정거장에서 내릴 사람을 맞추기 위해 옆 사람과 치열한 눈치싸움 중이다. 저 아저씨인가... 저 학생인가... 그래! 중학생으로 보이는 학생 앞에 바짝 가까이 서 있기로 마음을 먹었다. 바로 다음 정거장이 ○○중학교이기 때문이다. ‘저 학생은 반드시 내릴 것이야...’ 옅은 미소를 띄우고 학생이 내리기만을 기다린다.

역쉬~. 눈썰미가 좋은 서경씨는 오늘도 버스 탑승 10분 만에 앉을 자리를 찾았다. 이제 20분간 세상 편하게 앉아서 갈 수 있게 생겼다. 당연한 듯 휴대폰을 꺼내든다. ‘오늘은 뭘 검색해볼까나’. 즐거운 고민하는 서경씨.

‘은행 잠 자는 돈 17조... 미사용 계좌 정리하세요’ 바로 이거다. 금융감독원이 은행권과 공동으로 ‘미사용 계좌 정리하기’ 캠페인을 벌이는 중이란다. 휴면계좌에 17조원이 잠자고 있고 다음 달 14일까지 전 국민을 상대로 미사용계좌 정리를 집중적으로 알릴 예정이라고 한다. 안 그래도 며칠 전부터 포털 사이트에서 몇 번 봤던 미사용 계좌 정리 서비스를 한번 직접 체험해보기로 한다. 나도 몰랐던 돈이 계좌에 떡하니 숨어 있을 지도 모르니... 왠지 기대가 된다.

컴퓨터로도 할 수 있지만 지금은 휴대폰밖에 없으니 애플리케이션(앱) 검색 창에 ‘어카운트인포’를 친다. 딱 하나 나오는 앱을 바로 다운 받기로 한다.

앱을 열면 ‘터치 한 번이면 모든 계좌가 한 눈에’란 글귀가 뜬다. 좋아... 터치 한 번이라니 왠지 빨리 끝날 것 같다. 자, 시작해 볼까나. 근데 난관에 봉착했다. 공인인증서를 입력하란다. 오 마이 헤드... 아무래도 개인정보가 나오는 내용이다 보니 공인인증 절차가 꼭 필요한가 보다. 조금 귀찮지만 ‘공인인증서 가져오기’ 버튼을 누르고 인증서를 불러온다.

아직 본인확인 절차가 더 남아있다. 이름과 주민번호, 휴대폰 번호를 입력해서 문자 본인인증을 해야한다. 차례대로 입력하고 ‘인증번호 요청’ 버튼을 클릭하니 ‘띠리릭’ 하고 인증번호가 문자로 도착한다. 번호를 입력하고서 다음 순서를 기다린다.

두구두구... 이제 끝났나? 끝났겠지? 방심하던 차에 또 한차례 쇼크를 받는다. 자동응답(ARS) 본인인증을 마지막 한번 더 해야 한다고 한다. 까짓거 뭐... 몇 초 기다리면 전화가 오고 숫자 두 자리를 입력하면 이제 정말 끝났다. 앞으로 이용할 비밀번호를 설정하고 마지막으로 공인인증서 비밀번호 한 번 눌러주면 정말 정말 끝이다.
자... 떨리는 마음으로 ‘조회하기’ 버튼을 클릭한다. 하나은행 계좌 1건, 경남은행(192520) 1건, 국민은행 2건, 신한은행 1건이 있단다. 주거래 은행이 있어 한 개만 쓰는데 까먹고 있던 계좌가 이렇게나 많았다. 제일 위에 있는 하나은행 부터 클릭!
크... 뜻밖의 득템이다. 8만4,070원이 나도 모르는 사이 하나은행 통장에서 쿨쿨 잠자고 있었다고 한다. 앗, 그런데 1년 이상 입출금거래가 없는 소액계좌만 해지할 수 있어서 해지할 수는 없다고 한다. 참으로 아깝다.

나머지 신한은행, 경남은행을 시도해본다. 신한은행에 3만5,210원이 있고, 이번에는 해지 가능하다고 한다. 상세조회를 누르니 잔고를 타행 계좌로 이전할지, 해지계좌의 잔고를 서민금융진흥원으로 기부할지 여부를 선택하는 창이 나왔다. 잔고를 이전할 은행으로 주거래은행인 국민은행으로 선택하고 계좌번호를 입력했다. 원금에 지급이자를 더한 해지예상금액이 제시됐다.

확인을 누르자 해지예상금액 및 계좌 해지, 잔고 이전 완료 후 취소불가 등에 대한 안내를 받았는지 묻는 확인 창이 나왔다. 회색으로 기재된 글씨를 직접 써야 본인인증 절차가 다시 나온다. 공인인증서로 한 번 더 인증을 거쳤더니 계좌 해지 및 잔고 이전이 완료됐다. 내 돈이지만 왠지 공짜 같은 3만5,210원이 생겼다. 앱 다운서부터 계좌 해지까지 이 모든 과정이 12분이 걸렸다.

넘나 좋은 서비스인 것이다. 만약 공인인증 등 본인확인 과정이 귀찮거나 어렵다면 그냥 은행에 방문해서 은행원에게 문의해도 처리가 가능하다고 한다.

※자료제공: 금융감독원
버스를 타고 회사로 출근하는 그 짧은 시간 속에서 서경씨는 오늘도 재테크 공부에 여념이 없다. 오늘은 버스에 앉아서 돈을 번 셈이다. 이 돈으로 동료들에게 커피 한 잔씩 쏠까 생각도 해본다. 그냥 생각만. 노력해서 번 돈인데 그 돈을 쉽게 날려버리기엔 너무 아깝다. 그냥 통장에 고이 모셔두기로 한다.

‘다음 역은 ◇◇◇입니다. ◇◇◇입니다’. 나이스 타이밍. 내릴 시간이다. 상쾌한 마음으로 일하러 가볼 까나. 사무실로 향하는 서경씨의 발걸음은 평소보다 더 가볍다.

/이주원기자 joowonmai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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