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중토크③]김은숙 "'파리의 연인' 결말은 아직도 반성 중이죠"

김진석 2017. 6. 2.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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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간스포츠 김진석]
"그 어려운 걸 또 해냅니다."

김은숙 작가(43)가 쓴 '태양의 후예' 속 명대사다. 이 대사는 곧 김은숙 작가 본인의 삶에 반영됐다.

백상예술대상 두 번의 극본상에 이어 지난달 3일 제53회 백상예술대상 TV 부문 대상을 거머쥔 김은숙은 '마법'을 부렸다. 지난해 '태양의 후예'에 이어 올해는 '도깨비'로 케이블 사상 최고 시청률 20%를 돌파 했고 한류 콘텐트를 확장 시켰다. 사드로 인해 중국 내 한류 콘텐트가 제한돼 있음에도 현지에서는 불법으로 너도 나도 '도깨비'를 몰래 봤다. 그만큼 김은숙의 파급력은 국내를 넘어 아시아를 장악했다. 그리곤 백상 대상까지 이어졌다.

수상 후 만난 김작가의 얼굴에는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극본상을 노희경 선배님이 받는 걸 보곤 '도깨비'가 대상을 받을 줄 알았어요. 제 이름이 불릴거라곤 상상도 못 했죠. 그랬으니 그 큰 상을 받고 안 떨 수가 없죠"고 말했다. 김은숙 작가는 수상 후 소감을 말하며 사시나무 떨듯 말을 제대로 잇지 못 했다.

'도깨비'는 2010년 방송된 '시크릿가든' 전부터 이미 생각해둔 작품이라고 한다. 당시에는 할 수 없었지만 8년여 흘러 제작했고, 명작 반열에 올랐다. "그때는 소재와 관련해 제한이 있었어요. 그 큰 스케일과 판타지 로맨스를 어떻게 담아낼지 막막했죠. 그래서 반려당하고 낸 작품이 '시크릿가든'이었어요. "

김 작가는 고등학교 졸업과 동시에 강원도 강릉 작은 가구 공장서 경리로 일했다. 작가의 꿈은 여전히 간직하고 있었다. 본사 발령이라고 어머니를 속여가며 상경했고 늦게 대학교에 입학해 꿈을 키웠다. "남의 집 식당에서 설거지하던 엄마에게 등록금을 빌려달라고 했어요. 그때 빌린 돈이 300만원 정도에요. 그렇게 졸업하고 대학로로 가 연극을 쓰다가 쉽지 않은 현실에 다시 강릉으로 갔어요. 그때도 엄마에게 잠시 쉬러 온 거라고 했고요." 그렇게 작가 꿈은 꺾이는 듯 했지만 연극을 유심히 본 지금의 제작사 화앤담픽쳐스 윤하림 대표의 전화 한 통으로 드라마 작가의 길로 들어섰다.

이날 자리엔 15년 넘게 연을 이어 온 윤하림 대표와 '태양의 후예' '도깨비'에 이어 차기작 '미스터 션샤인'을 함께 할 이응복 감독, '파리의 연인'때부터 연을 맺으며 작가-매니저 이상의 의미를 이어온 킹콩 바이 스타쉽 이진성 대표가 함께 했다. 오후 6시 시작된 술자리는 자정을 훌쩍 넘겼다.

2편에 이어...

-쪽대본을 안 쓰기로 유명해요. "되도록 제시간에 쓰고 배우들에게 건네려고 해요. 쪽대본을 썼던 적은 '시크릿가든' 쓸 때요. 중간에 2주 정도 많이 아파 병원을 오갔어요. 그러다보니 쪽대본이 됐어요. 상상할 수 없을 정도요. 배우들이 천재였어요. 당일 대본 주고 촬영해서 방송된 적 있었어요. 현빈·하지원 씨가 학을 뗄 수도 있을만큼 암울했죠. 나름 대본 빨리낸다고 생각했는데 쪽대본 내니 창피했어요. 자존심 상해서 울면서 이 악물고 썼어요. 17회쯤 되고 나서 지금 체력으론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서 '방송 한 주만 죽여달라'고 했는데 당연히 안 됐죠. 사실 엔딩도 급조했고요. 근데 정말 너무 아파서 '나 이러다 죽나' 싶을 정도로 힘들었어요."

-사실 대사가 손발 오글거린다는 말도 많아요. "몇 차례 말했지만 그게 제 주특기에요. 손발 오글거릴 정도로 유치한걸 잘 쓰는게 김은숙인걸요. 그런데 '도깨비'때는 그런 반응이 없었어요. 나이가 들다보니 작품 스타일이 조금씩 변해요. '도깨비'를 너무 칭찬해주니 갈 길을 잃었어요. 오글거리는걸 다시 해야되는데…."

-조연 캐릭터를 잘 끌어내요. "안톤 체호프의 말 중에 '권총이 등장했다면 쏴야한다'는 말이 있어요. 글을 쓰면서 알게 된 말인데 누군가 등장한 사람이 있다면 반드시 등장한 이유가 ,퇴장할 때 나가는 이유를 정확히 알려줘야죠. 그 분들은 먹고 사는게 중요해요. 그들이 함께 하니 제 식구라고 생각해요. 그들이 함께 사는 식구는 더 중요하겠죠."

-캐릭터를 그릴 때 철칙이 있나요. "범법자가 주인공인건 너무 싫어요. 또 같은 재벌이라도 '엣지'가 있어야하고요. 특정 직업에 대해 자부심이 있는 캐릭터를 그려요. 그 직업을 무시하는 사람에게 다른 인식을 심어주는 그런 글을 쓰고 싶어요. 사실 '파리의 연인' 김정은 역할을 소매치기로 쓰라고 해서 엄청 반대했죠."

-사실 '파리의 연인' 결말은 아직도 회자될 정도로 당시 충격적이었죠. "아직도 반성하고 있어요. 그때는 그 엔딩이 보너스트랙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니었어요. 시청자가 못 받아들였으면 그건 나쁜 대본이란걸 깨달았어요. 드라마는 시청자들이 재미있어야하죠. 저 혼자 재미있으면 일기를 써야겠죠. 시청자를 설득하지 못 하고 욕을 들으면 그건 잘못이에요."

-깨달은 특별한 계기가 있나요. "언젠가 크리스마스 이브에 영화를 봤어요. 사슴을 보며 루돌프라 여긴 소녀에 대한 영화였는데 결말이 충격적이었어요. 그 순간 실망감과 함께 깨달았어요. '보는 사람이 원치 않는 결말을 담으면 이런 기분이구나'하고요. 열 아홉 번 재미있게 가져왔으면 마지막도 잘 마쳐야죠. 차라리 그 영화를 보지 말았어야 할 정도로 후회하며 '파리의 연인'때 내가 한 짓이 뭔지 알았어요."

-너무 유명해져 '찌라시'에도 이름이 오르내리던데. 사실이 아니죠. "말도 안 되죠. 기자들 전화도 많이 받았어요. 근데 사실 과거에도 늘 있던 루머에요. 내용도 비슷했고요. 전 배우보다 감독님들과 더 친하게 지내요. 그러다보니 감독님들과 답사도 직접 다니니 소문이 나는 거 같아요. 또 이응복 감독님과 작업하며 장르가 조금 바뀌었잖아요. 감독님에 의해 달라졌다고 생각하는 거 같아요. 그러면서 루머가 눈덩이처럼 불어났고요. 이응복 감독님이 영감을 많이 주는 건 맞지만 루머는 사실이 아니에요. 전혀요. 예전엔 특정 배우랑도 그런 소문 있었는데요 뭐. 하하."

-왜 배우와 친하지 않나요. "무조건 감독님들 편이에요. 배우가 대본을 이해 못 하면 설명보다는 '더 읽어봐'라고 해요. 그러고도 모르면 이해를 시켜줘야하는데 그럴때 좀 세게 말하는 편이에요."

-예를 들면 어떤 식이죠. "'네 것만 보지 말고 전체를 봐'라고 해요. 일부 배우들은 본인 대사에만 밑줄 그어서 보곤 해요. 그럼 전체 상황을 이해 못 해요. 앞뒤 내용과 조·단역의 대사와 행동까지 다 파악해야죠. 그렇게 조언하면 대부분 '아…'라고 해요. 다른 사람들의 대사는 안 읽었다는 뜻이에요."

-친한 배우는요. "송혜교·송윤아·김선아·윤세아·김지원 정도요. (김)지원이는 아직 '아기'이고 저를 어려워하는게 눈에 보여요. 친하게 지내는 남자 배우는 거의 없는데 차승원 선배요. '시티홀'이 제가 쓴 드라마치곤 시청률이 잘 안 나왔는데 차승원 선배가 현장 분위기를 많이 이끌어줬어요. 그리고 (박)용하와 많이 친했는데 안타까워요. 아마 같이 있었더라면 '온에어2'는 진작 나왔을 거에요."

-'시티홀'도 낮은 시청률은 아닌데 그런 평가를 받네요. "'김은숙 작품 치고는'이란 전제가 붙더라고요. 최근에 '시티홀'과 관련해 재미있는 게 있어요. 남자주인공 이름이 조국이었고 다른 주인공 이름이 이정도였어요. 이번 문재인 대통령 정부에 민정수석과 총무비서관 성함이 제 극중 캐릭터와 같아서 놀랐어요."

-많은 배우를 봤는데 누가 가장 잘생겼나요. "실제로 본 최고의 얼굴은 이동욱이에요. 얼굴은 정말 최고에요. (이)동욱이에게 '넌 한민족에 피가 흐르지 않는 거 같아'라고 말할 정도로 한국에서 나올 수 없는 얼굴이에요. 근데 그 친구 정말 재미있어요. 개그감과 센스가 뛰어난데 얼굴에 가려져서 안타까워요."

-김지원 씨도 두 작품을 함께 했어요. "'상속자들' 끝나고 작업실에 (김)지원이가 찾아왔어요. 영화 '러브 액츄얼리'처럼 스케치북에 뭘 써 왔더라고요. '작가님과 작업해 영광이었다'며 본인이 CF 찍었다고 하더라고요. 그러면서 본인 몸 만한 과자를 한 상자 들고 왔는데 눈물이 나려는 거에요. 너무 귀엽고 애틋하잖아요. 드라마틱한 장면을 선물해준 친군데 기억에 안 남을 수 없어요. 그러다가 '태양의 후예'를 기획하면서 전화를 했어요. 무슨 역할인지 얘기도 안 했는데 펑펑 울면서 '무조건 하겠다'고 했어요. 기획안 전달하고 대본 전달하고 캐스팅하는데 그 친구는 듣지도 않고 그냥 수락해서 윤명주를 연기했죠."

-신우철·강신효·이응복 세 명의 감독과 작품을 했어요. "신우철 감독님과 가장 오래했고 저의 스승님이죠. 감독님은 하고 싶은거 다 쓰라고 하면서 긴장을 안고 가게 해요. '온에어' 장면 중 감독이 대본을 보며 작가의 대사에 동그라미 치는 장면이 나오고 실랑이하는게 있어요. 그게 실제 신우철 감독님이거든요. 앞에 있는데 동그라미 치면 긴장하고 눈빛을 보다가 어디선가 멈추면 거길 기억해둬요. 그렇게 절 트레이닝 시켜줬어요. 신우철 감독님이 저를 완성시켰고 강신효 감독님은 안정시켜줬어요. 이응복 감독님은 저를 긴장하게 해요."

-각각 인연이 남다르다고요. "'백수탈출'이라는 드라마가 조기종영되면서 제 입봉작인 '태양의 남쪽'이 편성됐어요. 그때 '백수탈출' 조연출이 신우철 감독님이었어요. 이응복 감독님은 '상속자들' 쓸때 KBS 2TV '비밀'로 우리 작품을 이겼죠. 악연이 인연이 된 사람들이에요.(웃음)"

-올해 계획이 있나요. "일단 '미스터 션샤인'을 손 댔으니 꾸준히 대본을 써야죠. 당장 그거 말곤 생각하는게 없어요."

김진석 기자 superjs@joongang.co.kr 사진=김민규 기자 장소=역삼동 육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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