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개의 태양, 두 개의 달.. 빛과 소금이 만든 신의 예술

정민아·오재철 여행작가 2017. 6. 1.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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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리비아 우유니 소금 사막

7개월간 중남미를 여행했다. 누군가 가 본 곳 중 어디가 가장 좋았냐는 질문을 한다면 단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답할 수 있다. 볼리비아 우유니 소금 사막이다. '우유니'라는 지명을 처음 들어본 사람이라도 이곳을 찍은 사진을 딱 한 장 접하게 된다면 죽기 전 반드시 가야 할 여행지 목록으로 대번에 이름을 올릴 것이다. 그만큼 우유니 소금 사막은 남미 여행 중 절대 빼놓아서는 안 될 여행지다.

볼리비아 우유니 소금 사막에선 하늘이 땅이고 땅이 곧 하늘이다. 모든 것이 데칼코마니처럼 대칭되는 이곳에선 멀리 보이는 산과 밤하늘의 별만이 여행길을 알려준다. /오재철 작가

◇세상에서 가장 큰 거울, 우유니 소금 사막

볼리비아의 포토시 주(州)에 위치한 우유니 소금 사막. 지각 변동으로 솟았던 바다가 2만 년 전 녹으면서 이 지역에 거대한 소금 호수가 생겼다. 이후 건조한 기후로 인해 물은 모두 증발했고, 소금 결정만 남아 현재의 소금 사막 지형이 형성됐다. 면적 1200㎢로 서울 면적의 20배, 경상남도보다 약간 넓다. 소금 총량은 최소 100억t으로 추산된다.

최근에는 휴대폰, 전기 자동차, 2차 전지 등에 들어가는 기본 소재인 리튬이 매장되어 있는 것으로 밝혀졌으며, 매장량은 전 세계의 절반을 차지할 만큼 막대하다.

우유니 소금 사막은 건기와 우기로 나뉜다. 12월에서 3월까지가 우기에 속한다. 건기에는 육각형 모양으로 마른 새하얀 소금밭이 지평선 끝까지 펼쳐져 거대한 벌집을 연상시킨다.

하지만 '세상에서 가장 큰 거울' 또는 '지상 위의 천국'이라는 별칭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우기에 방문해야 한다. 근래에 내린 비가 그친 후 발목 언저리만큼의 빗물이 차 있어야 한다. 그보다 넘쳐도 모자라서도 안 된다. 물에 비친 상이 흐트러지지 않도록 바람은 불지 않아야 한다. 우리는 이를 물 찬 우유니라 부른다.

조용하고 한적한 우유니 마을에서 가장 시끄럽고 북적이는 곳은 중앙 거리의 여행사들 앞이다. 우유니의 소금 사막은 현지 여행사를 통하지 않으면 여행 자체가 어렵다. 물이 차오른 울퉁불퉁한 소금 결정체 위를 달려야 하기 때문에 사륜구동 지프를 타야 하고, 지표 하나 없는 새하얀 사막에서 길을 잃지 않기 위해서다. 사막에서 길을 잃고 5일 만에 극적으로 구조됐다는 소문, 아예 행방불명됐다는 소문도 파다하다.

우유니의 시공간은 우리가 알던 것과는 완전히 다르다. 원근감이 없어 동서남북 갈피를 잡을 수 없고, 흐르는 시간은 가늠조차 어렵다./오재철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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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개의 태양과 두 개의 달, 선셋 투어와 선라이즈 투어

우유니 마을에서 출발하는 당일 투어는 크게 선라이즈 투어와 데이 투어, 선셋 투어로 나뉜다. 보통 선라이즈 투어는 새벽 3시에서 해 뜬 직후까지, 데이 투어는 오전 10시에서 해 지기 전, 선셋 투어는 오후 3시경부터 해가 진 후까지다.

오후 1시경 여행사 지프를 타고 물 찬 우유니를 찾아 나섰다. 우유니는 하늘이 땅이고 땅이 곧 하늘이다. 지평선 위에 떠 있는 모든 것이 데칼코마니처럼 대칭된다. 빛과 소금이 만들어낸 신의 예술 같았다. 온통 새하얗게 마른 소금에 공간·시간 각도가 사라질 때쯤 꿈에 그리던 천국의 모습이 펼쳐졌다. 천국에 도착했다는 환호의 표시로 우리를 태운 지프는 신나게 원을 그리며 천국 한가운데 멈춰 섰다.

우유니의 시공간은 우리가 알던 것과는 완전히 다르다. 원근감이 없어 동서남북 갈피를 잡을 수 없고, 흐르는 시간은 가늠조차 어렵다. 초현실주의를 대표하는 화가 살바도르 달리도 우유니에서 영감을 받았다는 속설이 있다. 그의 작품처럼 '초현실', '비현실'이라는 단어는 우유니를 대변한다.

천상의 우유니를 영원히 간직하고픈 마음에 끊임없이 카메라의 셔터를 눌렀다.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문득 고개를 드니 하늘에서 떨어지는 해와 땅에서 솟아오르는 태양이 지평선에서 만났다. 어찌 된 영문인지 정신 차릴 새도 없이 두 개의 태양은 서서히 하나로 합쳐졌고 이내 사라져 버렸다. 어슴푸레 떠오르는 두 개의 달빛 호수 아래 한동안 우두커니 서 있었다.

해가 진 후에도 진한 감동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숙소로 돌아왔다가 잠시 눈을 붙인 후 새벽 3시, 선라이즈 투어가 시작됐다. 가이드는 어둠 속에서 지프를 몰기 시작했다. 아무런 표지판이 없는 한낮의 소금 사막에서 물 찬 우유니를 향해 거침없이 달려가는 것도 신기한데,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방향을 잡고 차를 모는 건 더 신기했다. 어떻게 길을 찾느냐는 물음에 그가 답한다. 낮에는 아주 멀리 보이는 산을 지표로 삼고, 밤에는 하늘의 별을 따라가노라고. 태어나서 어젯밤까지 본 별들을 합친 것보다 지금 이 순간 떠 있는 하늘의 별이 더 많은 것 같다. 물 맑은 소금 호수 위를 수놓은 은하수는 상상할 수 있는 영역을 넘어선다. 어느 누가 머리 위에서 쏟아져 발아래로 흐르는 별을 상상할 수 있겠는가? 콧날을 스치는 찬바람만이 이 모든 게 꿈이 아님을 상기시킨다.

2박 3일 투어에서 볼 수 있는 기차 무덤.

◇볼리비아 우유니 마을에서 칠레 아타카마까지

볼리비아를 제대로 즐기려면 우유니 소금 사막 당일 투어와 함께 2박 3일 오프로드 투어를 하는 것이 좋다. 볼리비아의 우유니에서 칠레의 아타카마로, 혹은 그 반대 방향으로 이동하는 투어다.

보통 요리가 가능한 운전사가 모는 지프를 타고 5~7명의 여행객이 함께 이동하게 된다. 자연 그대로의 비포장도로 위를 달리기 때문에 볼리비아의 자연을 온몸으로 만끽할 수 있다.

대자연 속 다양한 볼거리는 감히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하거나 해괴하거나 눈부시게 아름답다. 소금으로 지어진 호텔 및 기차 무덤, 형형색색의 호수와 거친 황야, 사막 한가운데 솟아오른 기이한 모양의 암석들과 대자연 속 간헐온천, 검은 하늘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총총히 박힌 수많은 별까지 지루할 틈이 없는 여정이 끊임없이 이어진다.

그중에서도 가장 특색 있는 볼거리는 녹색, 적색, 핑크색, 하얀색과 같은 빛깔의 호수들이다. 물속 미네랄의 종류 및 함량에 따라 여러 색 호수가 생겨났다. 호수 뒤 배경으론 순백의 만년설이 더해져 초현실주의 같은 풍경이 그려진다.

야생 동물 보호법이 적용되는 국립공원 내를 이동한다. 핑크색 플라밍고 떼, 남미에서만 서식하는 라마, 비쿠냐 등 평소 접할 수 없는 다양한 동물을 만나볼 수 있다.

라마는 낙타과 동물로 머리는 낙타를 닮았으나 그보다 몸집이 작고, 귀가 뾰족하다. 비쿠냐 또한 낙타과의 동물이나 생김새는 사슴에 가깝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볼리비아로 가는 직항 노선은 없다. 2~3회 경유해야만 볼리비아 수도 라파스에 도달한다. 라파스에서 우유니까지는 버스로 10시간, 항공으로는 50분 정도가 소요된다.

●볼리비아는 남미 국가 중 유일하게 비자가 필요한 나라다. 국내 영사관에서도 발급이 가능하지만 다른 나라를 거쳐서 들어갈 경우 해당국의 볼리비아 대사관이나 영사관에서 신청할 수 있다. 30일 단수 비자이며, 발급 후 한 달 이내에 볼리비아에 입국해야 한다. 여권과 증명 사진 1장, 황열병 예방접종 증명서, 비자 신청서, 신용 카드 사본 등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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