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호랑이 K리그, ACL 8강 이전 전멸은 처음

K리그가 아시아의 종이 호랑이로 전락했다. K리그는 지난해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에서 전북 현대가 우승을 차지하는 등 매년 맹위를 떨쳤다. 하지만 아시아를 호령하던 기상이 사라지고 마침내 올해 동네북 신세가 됐다. K리그의 마지막 남은 자존심이던 제주 유나이티드가 일본 J리그 우라와 레즈에 완패하며 16강에서 탈락했다.

제주 이창민이 31일 일본 사이타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우라와 레즈와의 ACL 16강 2차전에서 실점한 뒤 허탈해하고 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제주는 31일 일본 사이타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우라와 와의 2017 ACL 16강 2차전에서 120분간 혈투 끝에 0-3으로 졌다. 창단 첫 ACL 16강에 진출해 기세를 올리던 제주는 1차전 홈에서 2-0으로 이겼지만 2차전 원정에서 참패해 1, 2차전 합계 2-3으로 8강 문턱을 넘지 못했다. 2009년부터 32개팀 참가로 확대된 ACL에서 K리그는 꾸준히 4개팀이 조별리그에 참가했다. FC서울과 울산 현대, 수원 삼성은 이미 조별리그에서 떨어졌고 제주마저 16강에서 낙마해 8강부터는 K리그 팀들이 자취를 감춘다. 확대된 ACL에서 K리그 팀들의 8강 이전 전멸은 올해가 처음이다.

제주는 초반부터 상대의 강한 압박에 시달렸다. 제주는 전반 18분 가시와기가 왼쪽에서 올린 프리킥을 고로키가 헤딩으로 골망을 흔들어 이른 시간에 실점했다. 우라와 홈 서포터들의 일방적인 응원 분위기에 밀린 제주는 플레이가 점차 위축됐다. 위태롭게 버티던 제주는 전반 33분 고로키의 패스를 받은 이충성에게 왼발 슈팅을 허용해 추가 실점했다.

후반 공방전이 이어진 가운데 제주는 수비수 조용형이 태클을 시도하다 경고를 받았다. 전반에 이미 경고를 받은 조용형은 결국 그라운드 밖으로 퇴장당했다. 수적 열세 속에 1, 2차전 합계 2-2가 된 제주는 결국 승부를 연장으로 끌고 갔다. 제주는 연장 내내 우라와의 공격에 끌려다녔다. 골키퍼 김호준이 겨우 투혼을 발휘했지만 무리였다. 연장 후반 9분 우라와는 다카기가 왼쪽에서 올린 크로스를 모리와키가 밀어넣었다.

최형창 기자 calling@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