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위상 강화]권력 눈치만 보다..인권침해에 눈감고 입 닫아 온 9년

윤승민 기자 입력 2017. 5. 25. 22:24 수정 2017. 5. 25.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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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이명박·박근혜 정권이 ‘망가뜨린’ 인권위
ㆍ세월호 유가족·용산참사·불법 사찰·물대포 등 외면
ㆍ조직 축소·인권 무관한 인사 지도부 앉히며 ‘정권 비호’

문재인 대통령이 국가인권위원회의 위상 제고를 천명한 25일 서울 중구 나라키움 저동빌딩의 국가인권위원회 모습. 이준헌 기자 ifwedont@kyunghyang.com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국가인권위원회 위상 제고를 지시하며 “이전 정부의 인권 경시 태도와 결별”하겠다고 밝힌 것은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인권위가 무력화됐다는 판단 때문이다. 지난 9년간 인권위 조직은 축소됐고, 인권과 무관한 인사들이 지도부를 장악했으며 각종 인권 침해 사건들에는 눈감아왔다는 비판을 받았다.

보수정부의 인권위 무력화는 이명박 정부 초반부터 시작됐다. 인권위가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집회 진압 과정에서 인권 침해 소지가 있다는 의견을 밝힌 후 이명박 정부는 인권위 조직을 20%가량 축소했다. 이에 항의해 2009년 7월 당시 안경환 위원장이 사퇴하자 이 전 대통령은 인권과 무관한 경력을 쌓아온 현병철 한양대 법학과 교수를 위원장에 앉혔다.

현 위원장은 재임 내내 각종 ‘반인권적’ 발언으로 구설에 올랐다. 강연에서 흑인을 “깜둥이”로 칭하거나 독립기관인 인권위를 “행정부 소속기관”이라고 말했다. 그는 인권위가 2009년 12월 ‘용산 참사’와 관련해 경찰의 강제진압 문제점을 지적하는 의견서를 법원에 제출하려 하자 “독재라도 좋다”며 이를 제지했다. 무력감을 느낀 인권변호사와 인권활동가 출신의 조사관들이 상당수 인권위를 떠났다. 인권단체들은 인권위원장이 주는 상을 거부했고, 직원들도 신문에 현 위원장 사퇴 촉구 광고까지 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는 현 위원장을 재임시켰고 그는 박근혜 정부 때인 2015년 8월까지 위원장직을 유지했다. 후임인 서울중앙지법원장 출신 이성호 위원장도 과거 성소수자 혐오·차별 발언으로 인권 감수성이 부족하다는 비판을 받았다. 특히 박근혜 정부는 박 전 대통령의 측근인 유영하 변호사를 2014년 3월 인권위 상임위원(차관급)으로 보냈다. 그는 당시 검사 재직 시절 두 차례에 걸쳐 나이트클럽 사장으로부터 향응을 제공받은 전력으로 논란이 됐다. 그는 현재 박 전 대통령의 변호를 맡고 있다.

인권위는 중요한 인권 침해 사건들에 입을 닫기도 했다. 이명박 정부 시절 민간인 불법사찰 피해자, 진주의료원 강제퇴원 환자들, 밀양 송전탑 반대 주민들의 긴급 구제 요청을 기각했다.

박근혜 정부에서는 2014년 세월호 참사 유가족에 대한 경찰의 사찰 및 인권 침해 논란, 단식농성과 세월호특별법 이슈에 대해서도 직권조사를 하지 않은 것은 물론 성명조차 내지 않았다.

또 육군 28사단 윤모 일병 사망 사건 때도 진정을 접수하고 현장조사를 통해 가혹행위를 확인했지만 윤 일병 순직이 인정됐다는 이유 등으로 조사 결과를 알리지 않고 각하 종결처리했다.

인권위는 2015년 11월 백남기 농민이 경찰 물대포를 맞고 쓰러진 지 약 10개월이 지나서야 ‘진상규명을 촉구한다’는 의견을 냈다.

인권위 상임위원 출신인 문경란 인권정책연구소 이사장은 “그간 보수정권은 정권의 인권 침해를 견제하기는커녕 반인권적 결정을 초래해온 게 사실”이라며 “인권위의 정상화가 우리의 인권을 높이는 첫걸음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윤승민 기자 me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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