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위미 주택

매거진 2017. 5. 25.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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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곡차곡 쌓아 올린 낮은 돌담 너머로 고개 내민 주황빛 지붕의 단층집.

옛집의 기억을 간직한 채 리모델링을 마치고 새 모습을 드러냈다.

검은 돌덩이들이 온통 얕은 바다를 채워 자잘한 파도 소리를 내고, 짙은 녹음의 동백 군락이 빼곡하게 병풍을 이루는 아름다운 풍광 속에 집은 조용히 놓여 있었다.

게스트 하우스로 쓸 본채는 지붕구조를 드러내어 전체적으로 시원한 공간감을 주어, 집에 머무는 사람들이 평범한 일상과는 다른 '여유로움'을 느낄 수 있게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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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풍경을 잇다

차곡차곡 쌓아 올린 낮은 돌담 너머로 고개 내민 주황빛 지붕의 단층집. 옛집의 기억을 간직한 채 리모델링을 마치고 새 모습을 드러냈다.


앞에는 검은 돌들로 가득한 바다, 뒤로는 밀실한 동백 군락지 속에 위미 주택이 자리하고 있다. 


BEFORE › 리모델링 전 주택의 모습. 돌담 위로 네그루 나무가 보이고 그 안에 마당과 굴뚝이 보인다. 차례로 지어진 두 개의 건물은 어두운 복도를 사이에 두고 이어져 있었다. 작은 현관을 들어오면 복도 끝으로 뒷마당과 석축이 선명하게 보였다. 


위미주택은 제주 남쪽 햇볕이 따스한 위미리 해안에 자리한 집이다. 영화 <건축학 개론>에 나왔던 ‘서연의 집’이 가까이 있어, 카페를 찾아온 사람들은 돌담과 나무 뒤로 숨은 이 집 앞을 지나거나, 차를 마시며 물끄러미 바다를 바라보다, 해안가 왼편으로 유유히 사라지는 길 끝에서 이 집을 보았을 것이다. 검은 돌덩이들이 온통 얕은 바다를 채워 자잘한 파도 소리를 내고, 짙은 녹음의 동백 군락이 빼곡하게 병풍을 이루는 아름다운 풍광 속에 집은 조용히 놓여 있었다.

게스트 하우스와 가족이 쓸 별도의 공간을 마련해 달라는 건축주의 요구로 몇 개의 신축 설계안을 구상해 보았으나 스스로 맘에 들지 않았다. 2층으로 지어 먼바다와 한라산을 볼 수 있지만 뭔가 생경하고 단순하게만 느껴졌다.


멀리 바닷가에서 바라본 주택은 주변 경치와도 잘 어우러진다.


제주 현무암 판석을 바닥에 깐 마당에는 평상을 놓아 휴게 공간을 만들었다.


시간이 날 때마다 현장에 있는 ‘집’을 둘러보았다. 마당을 두고 차례로 지은 두 채의 집과 그 사이를 이어 만든 작은 현관과 복도, 어두운 복도 끝으로 ‘깊고 선명하게’ 보이는 뒷마당의 검은 돌들과 동백, 마당과 네 그루 나무, 방마다 다르게 보이는 평화로운 바다의 풍경….

이렇게 찬찬히 집을 음미하자, 아름다운 해안의 풍광이나 집에서 보이는 평화로운 풍경 속에는 시간을 두고 맺어온 공간과 풍경의 풍부한 이야기가 담겨 있음을 알게 되었다. 다르게 말하면 새로운 건물이 가질 수 없는 ‘공간과 풍경의 서사적 구조’가 거기에 자리함을 깨달았다.


HOUSE PLAN

대지위치 :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남원읍

대지면적 : 175㎡(52.93평)

건물규모 : 지상 1층

건축면적 : 54.13㎡(16.37평)  /  연면적 : 54.13㎡(16.37평)

건폐율 : 30.93%  /  용적률 : 30.93%

구조 : 블록조, 경골목구조  

지붕마감재 : 한식오지기와

외벽마감재 : 스터코

창호재 : 이건 PVC 시스템창호

시공 : 다봄주택(최규철 이사) 010-5304-4509

설계 담당 : 탁충석, 강정윤, 이창규, 황보람

설계 : ㈜구가도시건축 건축사사무소(조정구)


무너진 담장을 단정하게 다시 쌓았을 뿐, 원래 집이 가졌던 고유한 정취는 그대로 안았다. 


주위를 환하게 밝히는 주택의 야경 


시원하고 탁 트인 공간감으로 머무는 사람들이 여유로움을 느낄 수 있도록 하였다. 맞은편에는 한지 문을 단 안방이 위치한다.  


거실에서 바라본 입구. 큰 벽문으로 필요에 따라 여닫을 수 있다. 적당한 위치에 나무 기둥을 세워 딱딱한 공간에 자연스러움을 주고자 했다.  


INTERIOR

내벽마감재 : 벽 - 페인트(던에드워드), 한지 도배 / 천장 - 미송루버 위 오일스테인

바닥재 : 동화자연마루 강마루(티크), 한지 장판, 제주석

수전 등 욕실기기 : 대림바스

주방가구 및 붙박이장 : 한샘

가구 : 제작(아이네클라이네)

조명 : 신주삼성조명, 와츠조명

내부 문 : 갤러리도어, 무늬목도어, 도장도어, 한식 목창호 위 한지 도배 / 삼베 마감


건축주를 설득하여 리모델링으로 설계 방향을 바꾸었다. 집과 마당 구석구석을 실측하고 관찰했다. 덧달아낸 부분은 환경을 나쁘게 하여 떼어낼 곳도 있었지만, 그대로 잘 활용을 하면 좋을 곳은 두기로 했다. 어떤 공간을 만들까 고민을 하였지만, 이내 큰 가닥을 잡았다. ‘마음에 드는 풍경이 있다면 그것을 이어가자’고 생각했다. 단순한 시각적 풍경이 아니라, 풍경과 공간이 맺어진 ‘전체’ 속에서 어떤 감정을 느끼는 ‘마음의 풍경’을 새로운 공간에도 이어 담고자 했다.

먼저 집이 자리한 풍경과 그 형상을 최대한 존중하여 고침으로써, ‘양명하고 편안한 마당’을 이어갔다. 집안에서는 하얀 벽장을 뒤로하고, ‘평화롭고 아늑하게’ 바다를 바라보던 안방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작은 침실을 붙여 깊이를 더하고, 삼베 미닫이문을 사이에 넣어 아늑하고 신비한 느낌이 들도록 하였다. 현관에 들어오며 보이는 뒷마당의 ‘선명한 풍경’도 복도와 주변 벽을 정리하고, 큰 창을 달고 앉을 자리를 두어, 창고로 이어지던 허드레 공간을 잠시 쉬거나 조용히 책을 볼 수 있는 곳으로 만들었다.


Before / PLAN-1F
After / PLAN-1F (54.13㎡) 


안방에서는 마당과 바다가 한눈에 들어온다. 연결된 작은 침실과는 삼베로 된 미닫이문으로 구획되고, 창에는 바라보는 풍경과 빛의 양을 조절할 수 있도록 한지를 덧대었다. 


거실에서도 마당과 나무 그리고 평화로운 바다의 풍경과 마주할 수 있다. 우측에 자리한 원래 현관은 흔적으로 두고, 한지창과 목재 루버문을 안쪽에 달아 부드럽고 아늑한 느낌을 살렸다. 


별채의 내부 모습


옛집에서 보이던 ‘뒷마당의 풍경’은 주변 벽체를 정리하고 창을 크게 달아줌으로써, 건축적으로 더욱 ‘선명한 풍경’이 되게 했다. 


 SECTION


작은 화장실이었던 건물을 제주도식 평상인 ‘퐁낭’으로 바꾸었다. 


욕실 위 투명한 천장으로 환한 빛을 들였다.


게스트 하우스로 쓸 본채는 지붕구조를 드러내어 전체적으로 시원한 공간감을 주어, 집에 머무는 사람들이 평범한 일상과는 다른 ‘여유로움’을 느낄 수 있게 하였다. 구조를 드러냈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ㄱ자 형태를 일자형 천장으로 단순화하고, 실제로 만든 느낌이 들도록 내부 서까래와 루버를 덧대어 마감하였다. 집 안 어디서든 다양한 풍경을 누릴 수 있도록 여러 창의 위치를 조절하고, 루버와 한식 창호 등 목재를 두루 사용하여 여유로운 가운데 ‘아늑한 느낌’이 들도록 하였다.

가족이 쓰는 별채는 출입구를 따로 하고 낮은 담장으로 구분하여 독립된 마당을 두었다. 외부에 있던 작은 화장실 건물은 깨끗이 정돈하여 제주식 평상인 ‘퐁낭’을 만들어 바다를 보게 했다. 별채의 내부는 침실 방을 앞으로 하고, 뒤로 작은 거실과 주방 등을 두었는데, 뒷마당으로 나갈 수 있는 크고 시원한 문과 옆으로 긴 창을 두어, 단순한 공간 속에 밝고 다채로운 풍경이 펼쳐지게 하였다.

모든 그리운 풍경은 마음으로 기억되는 풍경이다. 위미에 갈 때마다 아름다운 풍광 속에 집이 있어 참 다행이란 생각을 하곤 한다. 돌이켜 보면 건축가로서 내가 한 일은 집이 숨겨왔던 풍경을 찾아 사람들의 마음에 돌려준 것이 아닐까 싶다. <_ 조정구>


건축가_ 조정구

서울대학교 건축학과 및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일본 동경대학교 박사과정 수료 후, 2000년부터 구가도시건축을 설립하여 꾸준히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우리 삶과 가까운 보편적인 건축’에 주제를 두고 개인 주택부터 작업실, 갤러리, 근린생활시설, 병원, 호텔 등을 설계하고 있으며, 2000년부터 지속된 도시 답사와 연구를 바탕으로 최근에는 장수마을 역사문화 보전 정비종합계획, 돈의문 역사공원조성 기본계획 등으로 관심의 범위를 넓히고 있다. 02-3789-3372 | www.guga.co.kr 


취재_ 김연정  |  사진_ 윤준환

ⓒ월간 전원속의 내집  2017년 5월호 / Vol.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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