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한화, 꼭 난투극까지 갔어야 했나

이준목 입력 2017. 5. 22. 17:53 수정 2017. 5. 22. 1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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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의 추가 징계 가능성 있어.. 비야누에바는 왼손 약지 인대 파열

[오마이뉴스이준목 기자]

 지난 21일 오후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 파크에서 열린 2017 타이어뱅크 프로야구 한화와 삼성의 경기. 3회말 2사에서 한화 선수들과 삼성 선수들이 몸 맞는 공 시비로 그라운드로 나와 몸싸움하고 있다.
ⓒ 연합뉴스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가 격렬한 공방전 끝에 올시즌 개막 51일 만에 첫 시리즈 스윕승의 기쁨을 누렸다. 삼성은 21일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열린 한화와의 주말 3연전 마지막 경기에서 8-7로 이틀 연속 짜릿한 1점차 승리를 거뒀다.

삼성은 지난 주에만 5승1패의 놀라운 상승세를 이어가며 올시즌 10개 구단 중 마지막으로 두 자릿수 승리 고지를 넘어섰다. 12승 29패를 기록한 삼성은 비록 여전히 최하위지만 4연패 수렁에 빠진 9위 한화(18승 25패)와의 승차를 단숨에 5게임 차이까지 좁히며 꼴찌 탈출의 불씨를 지피는 데 성공했다.

특히 이날 경기에서는 유난히 화젯거리가 많았다. 삼성은 '국민타자' 이승엽이 시즌 7호 홈런이자 KBO리그 최초로 통산 450호 홈런을 쏘아올렸다. 삼성은 7회 외국인 타자 다린 러프(6호)와 이승엽의 홈런포가 잇달아 터지며 올시즌 팀 첫 백투백 홈런을 기록하기도 했다. 삼성이 특정팀을 상대로 시리즈 3연전 스윕승을 거둔 것은 지난 2015년 7월 28~30일 대구 NC전 이후 무려 661일 만의 기록이기도 했다. 또한 한화 김태균은 75경기 연속 출루라는 대기록을 이어갔다.

주먹질에 발길질까지... 벤치 클리어링을 넘어선 난투극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 경기와 관련된 다른 화제들은 3회말에 터진 양팀간 '벤치클리어링' 사태라는 블랙홀에 빠져들며 모두 묻혀버렸다. 경기 초반부터 날선 신경전을 벌이던 양팀은 3회말 한화의 공격 상황에서 삼성 선발 윤성환의 잇단 사구가 빌미가 되어 한 이닝에만 두 번의 벤치클리어링이 일어나는 불상사가 벌어졌다. 특히 두 번째 충돌 때는 감정이 격해진 양팀 선수들이 주먹질까지 오갈 만큼 통상적인 벤치클리어링의 범위를 넘어선 물리적 충돌로 살벌한 장면이 연출됐다.

이 사건으로 삼성 윤성환과 페트릭, 한화에서는 비야누에바와 정현석까지 양팀 선발투수들을 포함하여 4명이 한꺼번에 퇴장을 당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또한 4회에는 삼성 김승현도 빈볼을 던져 퇴장당한 선수의 숫자는 최종 5명까지 불어나는 등 어수선한 상황이 계속 이어졌다.

양측의 과잉 대응이 일을 키웠다. 삼성이 0-1로 끌려가던 3회말 2사 3루 상황에서 윤성환이 김태균을 상대로 몸쪽 강속구를 던진 것이 몸에 맞는 공이 됐다. 다행히 정통으로 맞지는 않고 유니폼을 스쳐 지나갔지만 위협을 느낀 김태균은 불쾌한 기색이 역력했다. 김태균은 잠시 윤성환을 바라본 이후 1루를 향했지만 이번엔 윤성환이 김태균의 시선에 예민한 반응을 보였다. 두 선수가 서로 접근하여 언쟁을 벌이면서 양 팀 선수들이 모두 덕아웃을 박차고 나오는 1차 벤치 클리어링이 벌어졌다. 그래도 이때까지만 해도 과격한 물리적 충돌은 아직 없었다.

그런데 윤성환이 다음 타자 로사리오에게 또 한 번 몸에 맞는 공을 던지며 상황이 악화되기 시작했다. 다분히 고의성을 느낀 로사리오가 배트를 집어던지며 발끈했고, 윤성환도 지지않고 로사리오에게 다가가며 기싸움을 벌였다. 이를 본 양 팀 선수들이 또다시 그라운드로 쏟아져나오는 2차 벤치클리어링이 나왔다.

여기서 아쉬운 장면은 오히려 주변의 대응이었다. 로사리오가 잠시 흥분했지만 주심이 재빨리 끼어들어 제지하며 두 사람간의 충돌을 충분히 무마할수 있었던 상황이었다. 그런데 오히려 덕아웃에서 뛰어나온 선수들이 거친 행동을 저지르며 분위기가 더  험악해졌다. 한화 정현석이 윤성환을 밀친 것을 시작으로 양팀 선수들이 이리저리 뒤엉키며 몸싸움을 벌였고 곳곳에서 주먹질과 발길질까지 벌어져 몇몇은 그라운드에 나뒹구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선후배 의식과 동업자 문화가 강한 국내 야구계에서 벤치클리어링이 집단 난투극으로까지 변질되는 것은 결코 흔한 경우는 아니다. 심지어 선수들을 말려야 할 몇몇 코치들까지 오히려 폭력행위에 가담하는 모습을 보인 것은 통상적인 경기 중 신경전의 선을 넘어버렸다고 할 만한 대목이다. 주말에 야구를 즐기기 위하여 경기장을 찾은 팬들은 볼썽사나운 양팀의 추태에 눈살을 찌푸려야했다. 양팀 모두 이번 난투극의 여파로 KBO의 추가 징계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어서 후폭풍이 적지않을 전망이다.

결과적으로 이날 경기만 놓고보면 난투극과 집단 퇴장의 여파가 더 컸던 것은 한화쪽이었다. 한화는 무실점으로 삼성 타선을 제압하던 비야누에바가 내려가면서 불펜을 조기가동했으나 장민재-송창식-권혁-박정진 등 불펜 필승조가 6회 이후 급격히 무너지며 역전을 허용했다 (추후 보도에 따르면 비야누에바는 벤치클리어링 과정에서 왼손 약지 인대가 파열됐다고 한다). 정현석의 퇴장 이후 야수진 운용도 꼬이며 경기 후반 교체 출전한 강경학의 수비실책으로 결승점을 헌납하는 빌미를 제공했다.

그동안 특별한 연결고리가 없었던 삼성과 한화는 최근 몇 년간 프로야구의 신흥 라이벌로 급부상했다. 삼성이 통합 4연패(정규시즌-한국시리즈)를 차지하며 왕조를 구가하던 2011년부터 2014년까지 한화전에서 45승 1무 24패로 압도적인 모습을 보였으나 2015년 김성근 감독이 부임한 이후로는 한화가 21승 1무 11패로 크게 앞서며 오히려 삼성 천적으로 입지가 180도 바뀌었다.

하지만 올시즌에는 삼성이 비록 최하위에 머물고 있지만 이번 3연전 스윕승을 기점으로 한화에 현재까지 4승 2패로 앞서가며 라이벌 구도에 또다른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두 팀은 현재 9위와 10위라는 초라한 팀순위와는 별개로 만날 때마다 반전을 거듭하는 치열한 명승부를 거듭하며 프로야구의 새로운 흥행보증수표로 떠오르고 있다. 공으로 펼치는 대결만이 아니라 '몸'으로도 찐한 악연을 섞게 된 두 팀은 이번 시즌 10번의 대결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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