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사 무지카 CASA MUSICA
집은 거주하는 공간이자 개성을 드러내는 장소다. 음악과 늘 함께하는 건축주에겐 생활을 놓치지 않으면서 음악으로 소통하는 집이 필요했다.
“건축은 얼어붙은 음악이다.”
독일의 대문호 괴테는 건축에서 음악적 속성을 보았다. 음악의 형식, 구성, 리듬과 같은 요소들이 건축에 대응되는 부분이 있다고 본 것이다. 음악이 연주나 가창을 통해 흐르는 성질을 갖는 다면 건축은 고정된(얼어붙은) 형태로 그 자리에 존재한다.
성악을 전공하고 교직에서 후학을 양성하며 현역 가수로도 왕성히 활동하는 건축주는 하우스콘서트를 열 수 있는 무대가 중심이 되는, 얼어붙은 음악 안에 늘 음악이 흐르는 집, 까사 무지카(음악의 집)를 의뢰했다.
HOUSE PLAN
대지위치 : 부산광역시 기장군
대지면적 : 498.0㎡(150.64평) / 건물규모 : 지하 1층, 지상 2층
건축면적 : 158.65㎡(47.99평) / 연면적 : 275.80㎡(83.43평)
건폐율 : 31.86% / 용적률 : 39.29%
공법 : 기초 - 철근콘크리트 매트기초, 지상 - 경량목구조
구조재 : 벽 - (2×6)경량목구조, 지붕 - (2×10)경량목구조
지붕마감재 : 징크
단열재 : 셀룰로오스 / 외벽마감재 : 인조석(매직스톤) + 스터코 창호재 : 공간시스템창호
에너지원 : 기름보일러
인테리어 : 디자인 H(최한희)
시공 : 미소가(이성구)
설계담당 : 김지환, 김연
설계 : 구도건축사사무소 02-553-0396|www.gudo.co.kr
마을의 끝자락, 비정형의 필지는 남북방향 일부가 농경통행로로 이용되고 있었다. 경사를 임의로 조정하기 어렵고 지하 주차공간으로의 진입로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제한된 대지 안에 건물을 배치할 경우의 수가 많지 않았다. 대지의 높이차를 활용해 지하와 지상의 동선을 분리하고 남향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도록 동서 방향으로 길게 배치했다. 주차 진입로와 널찍한 데크는 보행로와 주택 사이의 완충공간 역할을 한다.
주택 외관에는 피아노의 건반을 연상케하는 블랙 앤 화이트 계열의 재료가 주로 쓰였다. 목조주택에서는 무게 때문에 잘 사용되지 않는 벽돌의 느낌만 들도록 짙은 회색의 브릭 타일을 외장재로 선택했고 줄눈으로 면의 채도를 조정했다. 지붕재인 징크와 창호의 프레임도 최대한 톤을 맞추었고 집의 중심부인 무대와 2층 일부 공간에 흰색 마감으로 포인트를 주었다.
• SPACE POINT •
하우스 콘서트를 위한 주거 공간의 변주
그랜드 피아노가 놓인 무대는 평소에는 장식이나 전시 공간의 성격을 갖지만, 하우스 콘서트가 진행될 때에는 현악 4중주, 피아노 4중주의 공연에도 부족함이 없도록 충분한 크기가 확보되어야 했고 청중의 이목을 끌 수 있게 높은 층고여야 했다. 객석은 거실과 식당 양쪽에서 중앙을 바라보도록 계획되었고, 야외 데크에서도 보이도록 창을 배치했다. 콘서트와 함께 이루어지는 다과회의 배식·서빙 공간을 위해서는 주방 역시 일반 주택과 다르게 구성되어야 했다. 메인 주방과 보조 주방을 분리해 무대와 인접한 주방에는 냄새와 소리가 나지 않도록 아일랜드만 두고, 분리된 보조 주방에서 본격적인 조리를 할 수 있도록 가구를 짜 넣었다. 2층 홀에는 별도의 세면대를 설치해 분장 및 대기 공간으로 활용하고 외부 손님용 작은 화장실도 만들었다.
INTERIOR
내벽마감재 : 컬러래커도장
바닥재 : 중국산 오크원목마루
욕실 및 주방 타일 : 스페인 수입타일
수전 등 욕실기기 : 아메리칸스탠다드 외 수입제품
주방 가구 : 한샘 제작가구
조명 : 인라이트
계단재 및 아트월 : 무늬목 위 투명래커도장
현관문 : 신진도어 주문제작
붙박이장 : 한샘 제작가구
데크재 : 석재마감
주택의 1층은 장방향의 긴 복도를 중심으로 위아래, 중앙에 있는 현관문을 중심으로 좌우로 나뉜다. 위치상 가장 중심에 있는 현관 홀에 서면 이 집의 중심공간, 그랜드 피아노가 놓인 높은 층고의 무대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현관 홀을 지나 왼쪽에는 거실, 오른쪽에는 주방을 배치했고 모든 공간은 평소 생활에는 불편함이 없지만, 연주회가 열릴 것에 대비해 미묘하게 조정되었다.
안방은 작은 복도를 중심으로 넓은 욕실과 드레스룸, 침실이 펼쳐지도록 넉넉하게 구성되었다. 장작을 때 구들로 난방하는 온돌방은 건축주의 특별한 요청이었다.
‘주거공간에 녹아든 무대가 있는 집’라는 쉽지 않았을 이 주택의 설계를 맡은 이는 구도건축사사무소의 현상일 소장. 한국의 단독주택 부흥이 시작된 90년대 중반부터 20여 년 이상 주택 설계 작업을 이어 온 베테랑 건축가인 그는 직접 단독주택을 지어 두 번이나 살아볼 정도로 주택 안에서의 실제적인 감각이나 실용성을 놓치지 않고자 했다.
이 주택에서 각별히 신경 쓴 부분이 무엇인지 묻자, “건물 내외부에 짙은 색상의 재료가 많이 사용된 만큼 내부에 밝은 에너지를 주고 좋은 전망을 끌어들이고자 남향과 동향으로 창을 많이 냈어요. 요즘은 창을 적게 내어 매스를 돋보이게 하는 게 디자인 추세이긴 하지만, 주택은 미술관처럼 다뤄질 공간이 아니라 사람이 생활할 공간임을 잊지 말아야죠.” 라며 특수한 프로그램이 반영되었지만 ‘집’이라는 본질을 잊지 않고자 한 의도를 밝혔다.
주택은 다른 어떤 공간보다 거주자의 라이프스타일과 개성이 반영되어야 한다. 연주회라는 이벤트를 위해 생활 공간을 조정하는 것이 남들 눈에는 비효율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그것이 바로 사람들이 단독주택을 찾는 매력이자 이유일 것이다. 건축주를 이해하는 건축가와 불협화음없이 좋은 앙상블을 이룬다면 이렇게 근사한 공간에서 살 수 있다고 이 집이 들려주고 있다.
취재_ 조성일 | 사진_ 이남선(건축가 제공)
ⓒ월간 전원속의 내집 2017년 5월호 / Vol.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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