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민의 푸스발 리베로] '환상 드리블' 벤제마, 레알을 결승으로 이끌다

입력 2017. 5. 11. 06:03 수정 2017. 5. 11. 06:27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벤제마의 아틀레티코전 스탯: 드리블 돌파 7회, 슈팅 2회, 키패스 2회, 패스 성공률 86.8% 

[골닷컴] 김현민 기자 = 카림 벤제마가 환상적인 드리블 돌파와 장기인 연계 플레이를 바탕으로 레알 마드리드의 챔피언스 리그 결승 진출에 있어 주춧돌 역할을 담당했다.

단 한 번의 플레이가 승부에 있어 결정적으로 작용하는 경우가 있다. 바로 이번 챔피언스 리그 준결승 2차전에서 41분경 벤제마가 보여준 단 한 번의 드리블을 꼽을 수 있다.

챔피언스 리그 준결승 1차전에서 3-0 대승을 거둔 레알은 2차전 초반 홈팀 아틀레티코의 강도 높은 압박에 쩔쩔 매는 모습을 연출했다. 11분경 코너킥 수비 장면에서 사울 니게스에게 헤딩 골을 허용한 데 이어 15분경 아틀레티코 에이스 앙투안 그리즈만에게 페널티 킥 골을 허용하고 말았다. 경기 시작 15분 만에 1골 승부초 양상아 뒤바뀌었다.

기세가 오른 아틀레티코 선수들은 더 강하게 레알을 밀어붙였다. 비센테 칼데론 구장을 가득 메운 아틀레티코 팬들 역시 뜨거운 응원을 보냈다. 반면 아직 1골의 여유를 가지고 있었으나 쫓기는 입장이 된 레알 선수들의 얼굴에선 초조한 기색을 지울 수 없었다. 

위기의 순간 레알을 구해낸 건 벤제마였다. 41분경 측면에서 패스를 받은 벤제마는 부드러운 터닝 동작으로 엔드 라인으로 이동했다. 곧바로 벤제마는 엔드 라인을 걸치는 환상적인 드리블로 아틀레티코가 자랑하는 수비수 3명 스테판 사비치와 호세 히메네스, 디에고 고딘을 돌파한 후 토니 크로스에게 컷백(대각선 뒤로 내주는 패스)을 연결했다. 크로스의 슈팅이 얀 오블락 골키퍼의 선방에 막혔으나 골문 앞에서 대기하고 있었던 이스코가 리바운드 슈팅으로 빈 골대에 가볍게 골을 성공시켰다. 이미 벤제마가 아틀레티코 수비 3명을 제친 상태였기에 골문 앞에는 커버를 들어오는 수비수가 전무했다. 사실상 벤제마가 만들어낸 골이었다.

레알은 벤제마의 환상적인 드리블 덕에 귀중한 원정골을 넣는 데 성공했다. 이 골과 함께 아틀레티코가 결승에 진출하기 위해선 3골이 더 필요해지는 순간이었다(챔피언스 리그는 원정골 우선 원칙이 주어지기에 4-1로 아틀레티코가 승리하더라도 레알이 결승에 오른다). 이에 주장 세르히오 라모스는 곧바로 벤제마 품으로 뛰어올랐고, 라파엘 바란과 루카 모드리치 역시 벤제마의 어깨를 두드리며 고마움을 표했다.

아틀레티코는 후반 파상공세에 나섰으나 원정골 허용과 함께 심리적으로 조급해지면서 더 이상의 골을 추가하는 데에 실패했다. 그마저도 득점 기회들은 레알 수문장 케일러 나바스의 선방에 막혔다. 

결국 레알은 아틀레티코 원정에서 1-2로 패했으나 1, 2차전 도합 스코어에서 4-2로 앞서며 결승에 올랐다. 결과적으로 벤제마의 단 한 번의 멋진 돌파가 승패를 좌우한 셈이다. 

이 경기에서 벤제마는 무려 7회의 드리블 돌파를 기록했다. 최전방에서 지속적으로 키핑과 드리블을 감행하며 아틀레티코 수비진들을 괴롭힘과 동시에 시간까지 지연하는 일석이조의 역할을 담당한 벤제마였다. 게다가 벤제마는 장기인 연계 플레이로 키패스도 2회를 기록했다. 패스 성공률 역시 최전방 공격수로는 매우 높은 수치인 86.8%에 달했다. 

사실 벤제마는 이번 시즌 다소 부진에 빠지면서 비난의 도마 위에 오르내리고 있었다. 스페인 프리메라 리가(이하 라 리가) 27경기에 출전해 단 9골 밖에 넣지 못했다. 비록 챔피언스 리그에선 5골을 넣으며 선전했으나 팬들의 높은 기대치를 충족시키기엔 역부족이었다. 반면 벤제마의 포지션 라이벌 알바로 모라타는 제한적인 출전 시간 속에서도 라 리가에서 15골을 넣었고, 챔피언스 리그에서도 166분을 소화하는 동안 3골을 기록하고 있었다. 

당연히 스페인 언론들은 벤제마가 아닌 모라타를 중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스페인 일간지 '마르카'에서 시행한 팬들이 원하는 베스트 일레븐 설문조사에서도 벤제마에게 표를 던진 독자는 3.46%에 불과했다. 벤제마보다 더 적은 표를 얻은 선수는 다닐루(0.54%)와 파비우 코엔트랑(0.40%), 그리고 마리아노(0.36%) 밖에 없었다. 즉 레알 주전 선수들 중 가장 인기가 없는 선수가 다름 아닌 벤제마였다.

하지만 이번 경기에서 벤제마는 위기의 순간 결정적인 드리블로 귀중한 원정골의 발판을 마련하면서 왜 자신이 레알의 주전 공격수인지를 입증해냈다. 76분경 벤제마가 루카스 바스케스로 교체되자 그 동안 그에게 호의적이지 않은 편에 속했던 레알 팬들도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주었다. 적어도 오늘만큼은 에이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도, 결승골의 주인공 이스코도, 세계 최고의 측면 수비수 마르셀루도, 라모스도 아닌 벤제마가 레알의 진정한 영웅이었다.

Copyright © 골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