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만리]뒷짐지고 유유자적..맨발의 자유

여행전문 조용준기자 입력 2017. 5. 10. 11:08 수정 2017. 5. 10.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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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계족산 황톳길-맨발로 걸어보는 힐링 여정







[아시아경제 조용준 여행전문기자]맨발로 황톳길을 걸어보신적이 있으신가요. 길위에 나의 발자국을 꾹꾹 찍어가며 걷는거 말입니다. 중년 이상이라면 어린시절 시골집 마당이나 동네 흙길을 뛰어다녔던 기억이 떠오를 것입니다. 하지만 도심생활이 익숙해지면서 신발을 벗고 걷는것은 쉬운일이 아닙니다. 최근에는 전국에 흙길이나 황토길이 속속 생겨나 인기를 끌기도 합니다. 맨발로 황토길을 걷다보면 꽤 즐겁습니다. 느낌도, 속도도, 발에 와 닿는 촉감도…. 신발을 신고 걷는거와는 차원이 다릅니다. 포근함이 밀려옵니다. 그동안 왜 발을 가둬놓고 있었는지 미안해지기도 합니다. 발바닥은 장난치고 싶고 맨발로 놀고 싶어하고 숨쉬기를 원하는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대전 8경의 하나인 계족산 황토길을 맨발로 걸어봤습니다. 말랑말랑한 황톳길을 걷다보면 복잡했던 머리 속은 어느새 시원한 바람소리와 재잘거리는 새소리로 가득차오릅니다. 봄꽃이 떨어지고 연두빛으로 물들어가는 숲도 맨발의 행복에 동참합니다. 하루쯤은 휴대전화 전원을 끄고 잠시 자연 속을 맨발로 떠나보길 권해드립니다. 다가오는 주말에는 맨발걷기 축제도 열린다고 합니다.

계족산(420m)은 익숙한 이름 계룡산(845m)과 동ㆍ서로 마주보고 있다. 모두 이름에 계가 들어간다. '닭 계(鷄)'자다. 대전(大田)은 큰 밭을 뜻하니 큰 밭을 사이에 두고 닭들이 에워싼 그림이다. 어떤 이들은 계룡산은 닭의 머리, 계족산은 닭의 다리로 풀어낸다. 맞다. 계족(鷄足), 닭의 다리라는 뜻이다. 산 중턱의 순환 임도가 닭의 다리를 닮았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산 중턱 임도를 따라 황토를 깔았다. 총 길이가 14.5㎞로, 장동산림욕장 입구부터 시작해 임도를 한 바퀴 돌아 나온다. 황톳길은 숲속맨발걷기라는 테마를 전국 최초로 시도한 건강여행길이다.

장동산림욕장 입구에서 신발을 벗어 손에 들었다. 널찍한 숲길은 황토가 얇게 깔려있다. 늦봄의 더위는 숲에 들자 사라지고 없다. 그늘진 숲 속 황토는 차가웠다. 한 발 내 딛어 본다. 수분을 머금은 황토는 차지고 탄력이 있다. 맨발로 디딜 때마다 발바닥은 물론이고 발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황토의 감촉이 너무 좋다. 발가락이 간지럽다는 듯이 저절로 꼼지락거린다. 앞서가는 사람도, 뒤따르는 사람도 모두 맨발이다. 처음 본 듯 낯선 발바닥이 꾹 도장을 찍어낸다. '내 발바닥이 이렇게 생겼구나' 신기함이 밀려온다. 황토에 박힌 깨알만한 모래알이 발바닥을 간지럽힌다. 발바닥은 그저 투박하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촉각에 민감할 수 있다니. 온갖 신경이 발바닥으로 모여드는것 같다.

발바닥은 처음엔 차가움에 머뭇거렸다. 하지만 이제 호기심과 장난끼가 발동했다. 여기 저기를 눌러보고 다녔다. 작은 나뭇잎, 솔잎, 꽃잎 등의 미묘한 차이를 알아챘다. 이내 걷기를 즐거워했다.

맨발은 느린 것을 좋아했다. 그렇다고 성급해 하지도 않았다. 속도를 내지 않는다. 보통 걷기보다 더 느리다. 아무래도 조심스러워서다. 속도가 느린 대신 시각은 넓어졌다. 좌우로만 보지 않고 상하로까지 눈길을 준다. 평면만 보지 않고 질감을 본다. 더 입체적으로 세상을 보는 것이다.

피천득은 수필 '나의 사랑하는 생활'에서 "맨발로 잔디 밟기를 좋아한다. 작은 것을 좋아하고 사랑하면 삶이 감사하고 고맙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황톳길을 걷는 사람들 얼굴에 맨발의 미소가 환하다. 찰흙 놀이를 하던 어린 시절로 돌아간 듯 행복한 표정들이다.

황토는 혈액 순환을 돕고, 발한 작용을 촉진하며, 항균 작용, 몸속 독소 제거 등의 효능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황토를 제대로 즐기려면 맨발로 걷는 것이 좋다.
맨발로 걸으면 온몸의 세포들이 자극을 받는다. 뇌세포도 자극한다. 한의학에서는 발에 온몸의 장기를 자극하는 혈이 있다고 했다. 맨발로 걸으면 건강에 좋다고 한다. 지압슬리퍼나 지압발판보다는 더 나을 것이다.

길에서 만난 사람들은 "맨발로 걸으면 어릴 때 황토흙에서 놀며 장난치던 추억이 생각나 즐겁다" 고 말한다.

길을 걷다보면 발을 씻을 수 있는 세족대도 보인다. 다시 걷는다. 풀의 향기, 숲의 향기가 바람이 불 때마다 행복의 손으로 나를 만진다. 왠지 모를 해방감에 몸을 떤다.
맨발 걷기 한 시간 만에 계족산성 갈림길 안내판이 나왔다. 여기까지 딱 1.5㎞. 맨발로 걷는 사람은 대부분 이곳에서 되돌아간다. 하지만 계족산성에 올라봐야 한다. 산성까지 다소 가파른 길을 올라야 하므로 이때부터는 신발 착용이 필수다. 초등학생 정도면 충분히 오를 수 있는 수준이다. 15분가량 오르면 병풍처럼 둘러쳐진 산성과 대청댐, 대전 시내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계족산성은 대전지역에 있는 30여개의 산성 중에 가장 규모가 크다. 역사적으로도 백제와 신라가 서로 빼앗길 반복한 전초기지 역할을 했던 중요한 산성이다. 백제 멸망한 이후 부흥군이 계족산성을 근거로 신라군과 싸웠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산성에서 왔던길을 되집어 내려간다. 다시 황톳길을 만났다. 신발을 벗어 손에 들었다. 잠시 신은 신발의 불편함이 한순간에 사라졌다. 발바닥이 좋다고 말한다.

대전=글 사진 조용준 여행전문기자 jun21@asiae.cokr

◇여행메모
△가는길=경부고속도로 신탄진IC에서 빠진다. 직진 후 삼거리가 나오면 우회전, 17번 국도로 계속 직진하다 장동삼림욕장(계족산성) 이정표를 보고 좌회전해서 들어가면 된다. 대전IC 나올 경우 직진한 뒤 세번째 신호등에서 우회전하면 신탄진 가는 길. 계족산성 이정표를 보고 우회전한 뒤 장동삼림욕장 이정표를 만날 수 있다. 맥키스컴퍼니는 계족산 황톳길에서 에코힐링 프로그램을 연중 무료로 진행한다. 13~14일 양일 간 맨발걷기, 맨발마라톤, 숲속문화체험이 어우러진 '2017 계족산 맨발축제'도 연다.

△먹거리=튀김소보로와 부추빵(사진)이 유명한 성심당 빵집이 있다. 선화동 광천식당은 40년 전통의 두부두루치기 전문식당이다. 보기만해도 벌겋게 얼굴이 달아오르는 두루치기 하나에 면 사리를 추가하면 푸짐하다. 대전갈비집은 푸짐하게 돼지고기로 배를 채울 수 있다. 한밭칼국수 대표요리는 '두부탕'. 냄비에 기본양념장만 넣은 벌건 국물과 크게 썬 대파, 두부가 함께 담겨 나온다. 두부를 건져 먹고 남은 국물에 칼국수 사리를 넣고 다시 한 번 끓이면 또 다른 별미가 된다.

△볼거리=장태산 자연휴양림의 메타세쿼이아숲 '스카이웨이(사진)'는 꼭 찾아봐야한다. 압권은 단연 키 큰 나무들이 이룬 수직세상을 이어주는 '스카이웨이'다. 철골 구조물로 다리를 놓든 15m높이의 허공에 길을 내놨다. 자연과 어우러진 대청호반 오백리길 대전구간은 노고산성과 슬픈연가 촬영지를 품고 있다. 대청호 물줄기와 산줄기들이 좌우로 거칠 것 없이 펼쳐진길을 걷는다. 이외에도 영화 변호인 촬영지로 유명한 옛 충남도청을 비롯해 대전원도심 근대문화투어, 은행동 스카이로드 등이 명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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