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비리포트] 송은범 대신 임기영, 1위 KIA를 만든 '신의 한 수'

조회수 2017. 5. 6. 09:55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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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 FA 송은범의 보상선수에서 최고의 4선발로 거듭난 KIA 임기영
2014시즌 종료 후 FA 송은범의 보상선수로 KIA에 지명된 임기영 (사진: OSEN/KIA 타이거즈)

선두를 질주하는 KIA 타이거즈 ‘사이드암’ 선발 투수 임기영의 초반 기세가 놀랍다. 올시즌 5경기에 선발로 등판해  3승 1패 ERA 2.41의 수준급 성적으로 팀 성적에 기여하고 있다.

4월 18일  kt전에서는 데뷔 첫 완봉승을 달성했다. 9회 2사 이후에야 첫 볼넷을 내줬을만큼 깔끔한 호투였다.

지난  25일에는 상대 평균자책점이 7.20으로 약했던 삼성을 상대로 퀄리티스타트(QS)를 기록하며 3연승을 거뒀고  30일에는 타선의 침묵 탓에 시즌 첫 패를 떠안긴 했지만 리그 2위 NC를 상대로도 주눅들지 않고 QS (6.2이닝 3자책)를 기록했다.

승부처에서 주무기인 체인지업을 적절히 구사해 범타와 헛스윙을 유도하며 최근 KBO리그에 불고 있는 사이드암 선발 열풍의 주역이 되고 있다.  

지난 4년 간 체인지업을 위닝샷으로 활용하던 NC 이재학이 시즌 초반 극심한 부진(2G 4.2이닝 9실점)으로 2군으로 사라진 사이 그 공백을 메우는 또다른  사이드암 체인지업 마스터가 등장한 셈이다.

#1. 'ERA 7.33' 송은범의 유산. '신데렐라맨' 임기영은 누구?

경북고 에이스였던 임기영은 고교 3학년이던 2011년, 무려 103.2이닝동안 100개의 탈삼진을 기록하는 동안 24개의 사사구만 허용했고 평균자책점 1.74를 기록했다.

그해 한현희(넥센), 변진수(경찰청)와 함께 사이드암 유망주 TOP 3로 이름을 날렸다.  가능성을 인정받은 그는 2012 신인 드래프트에서 한화 이글스에 2차 2라운드 18순위로 지명됐다.

한화 이글스 시절 임기영 (사진: 한화 이글스)  

 이후 2013시즌을 앞두고 새로 부임한 김응용 감독의 눈에 들어 2013년 34.0이닝, 2014년 22.2이닝을 소화하며 1군 마운드 경험을 쌓았다. (이 당시 출장 기록으로 인해 2017 신인왕 후보 대상은 아니다.)

2014시즌 종료 후에는 한화 마운드의 미래가 되기 위해 상무 입대를 확정지었다. 하지만 데뷔 팀 한화와의 인연은 짧게 끝나고 만다.

김응용 감독의 후임으로 선임된 김성근 감독이 즉시 전력감인 FA 투수 송은범 영입을 강력 요청했고 직전 성적(13~14시즌, 5승 15패 5세이브 ERA 7.33)을 감안하면 선뜻 믿기 어려운 고액 계약(4년 34억)이 체결됐다. 이후 송은범의 원소속팀인 KIA는 군입대가 예정된 임기영을 보상선수로 지명했다. 

* 2014시즌 이후 한화에 영입된 송은범의 FA 전후 주요 기록  

(기록출처: 야구기록실 KBReport.com)

김성근 감독과  마찬가지로 14시즌 이후 신임 감독으로 선임된 KIA 김기태 감독이 하위권으로 평가된 팀 전력에도 불구하고 2년 후에나 기용할 수 있는 유망주 임기영을 보상 선수로 택하는 깜짝 행보를 보인 것이다.  눈 앞의 즉시 전력감 보다는 미래를 기약한 이 선택은  올시즌 '신의 한 수'로 재조명받고 있다.  (관련 기사:  한화는 어떻게 최고령팀이 되었나? )

#2. 임기영을 특별하게 만든 ‘체인지업’

오른손 사이드암인 임기영은 속구, 슬라이더, 체인지업을 주로 구사하는 쓰리피치 투수다. 평균 시속 136km대의 속구로 초구부터 스트라이크존을 공략하며(초구 직구 구사율 54.1%) 투 스트라이크 이후에는 체인지업 구사 비율을 33.5%까지 끌어올려 결정구로 활용한다.

* 2017시즌 임기영의 구종별 구사율

2017 시즌 임기영의 구종 구사율 (기록 출처: 스탯티즈/케이비리포트)

 체인지업은 속구와 같은 투구동작을 유지하면서 그립을 달리해 타자의 타이밍을 뺏는 구종이다.  4월 25일 삼성전 3회 초 실점 위기 상황(이하 영상)에서 박한이를 헛스윙 삼진으로 처리한 구종이 올시즌  임기영의 결정구인 체인지업이었다.

 * 박한이를 헛스윙 삼진으로 잡아낸 임기영의 체인지업

그렇다면  리그 내 여타 사이드암 선발들의 위닝샷과 비교했을 때 임기영의 체인지업은 어느정도 위력을 발휘하고 있는 것일까?

사이드암 선발 투수로 일정 이상의 성과를 거둔 우규민, 이재학, 신재영의 기록과 비교해 봤다. ( 참조: 비교 대상인 투수들의 기록은 2015~16시즌 중 상대적으로 뛰어난 성적을 거둔 시즌을 택했다.)

 * 17 시즌 임기영과 주요 사이드암 선발들의 위닝샷 swing% 비교 

 (기록 출처: 스탯티즈)

 'Swing%' 란 투구에 대해 타자가 스윙할 확률을 나타내는 지표다. 타자가 스윙을 해야만 땅볼, 뜬공 등의 인플레이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스윙을 끌어내는 구종이라야 맞춰잡는 피칭도 가능해진다. 

올시즌 임기영의 체인지업 swing%(55.8)는 15시즌 우규민의 체인지업과 비슷하며 15 이재학의 체인지업, 16 신재영의 슬라이더보다 높은 수치다. 현재까지 임기영의 체인지업은 타자의 스윙을 유도하는 능력이 뛰어난 구종임을 확인할 수 있다.

 * 17 시즌 임기영과 주요 사이드암 선발들의 위닝샷 contact% 비교

 (기록 출처: 스탯티즈) 

'Contact%'란 타자가 스윙 시 공을 배트에 맞출 확률을 나타내는 지표로 값이 작을수록 헛스윙을 많이 유도한다는 의미다. 올시즌 임기영의 체인지업 contact%는 74.6%로 15 우규민과 15 이재학의 체인지업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지난해 신인왕 신재영의 슬라이더보다는 준수한 값을 보이고 있다. 

우규민은 리그 정상급 제구력을 갖춘 투수이고 이재학은 속구-체인지업의 투피치 만으로 4년 연속 10승을 거둔 리그 최고의 체인지업을 보유한 투수다. 아직 이 둘의 기록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상당한 헛스윙 유도 능력을 가진 좋은 구질임을 알 수 있다.

  * 17 시즌 체인지업 평균 낙폭 TOP 5 (선발 투수)

   (기록 출처: 레전드닷컴) 

 이 뿐 아니라 임기영의 체인지업은 낙폭도 리그 정상급이다. 평균 낙폭이란 특정 구종이 평균적으로 몇 cm나 떨어지는지 측정한 값인데, 임기영의 체인지업은 평균 낙폭이 32.83cm로 체인지업을 구사하는 선발 투수 중 2위로 최상위권이다. 볼을 던져도 타자가 종종 스트라이크로 오인할 만큼 낙폭이 큰 체인지업을 구사하는 것이다.

여러 기록을 통해 살펴본 것 처럼 임기영의 체인지업은 타자의 스윙을 유도하는 비율이 높은데다 헛스윙 유도도 상당한 수준이고 낙폭 또한 리그 최상위권으로 그간 대표적인 사이드암 선발들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는 구종임을 알 수 있다.

#3. 임기영의 2017시즌 예상 성적은?

올시즌 임기영의 9이닝당 탈삼진(K/9), 9이닝당 볼넷(BB/9), 이닝당 평균 투구수를 살펴보면 2016 신인왕 신재영의 기록과 매우 흡사하다. 여기서 주목할 대목은  BB/9 가 1.34로 규정 이닝을 채운 전체 투수 중 6위에 해당할 정도로 뛰어난 제구력을 갖춘 투수라는 점이다.

* 17시즌 임기영과 주요 사이드암 선발들의 K/9, BB/9 등 기록 비교

 (기록 출처: 케이비리포트/스탯티즈)  

또한 이닝당 평균 투구수가 15.4개로 매우 준수한 편이라 이닝 이터의 면모도 보이고 있다. (선발 등판 시 평균 6.1이닝 이상 소화)  만약 시즌 중후반까지 현재의 페이스를 유지할 수 있다면 지난해 신재영(30G 168.2이닝 15승 7패, ERA 3.90)에 버금가는 성적을 거둘 가능성이 높다. 

#4.  '풀타임 1년차' 임기영에게 절실한 것은 ‘관리’

지난 한 달 간 임기영은  위력적인 체인지업과 뛰어난 제구력을 앞세워 4선발로서는 최상의 활약을 보였다. 다만 선발로 5경기 밖에 치르지 않았고 풀타임 첫 시즌이라 현재 구위와 체력을 계속 유지할 수 있을것이라 단언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지난 4월 18일 122구 완봉승 이후 휴식일을 하루 더 부여한 김기태 감독의 판단처럼 장기적인 관점에서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 

이른바 '버두치 효과'도 주의해야 한다. '버두치 효과'란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의 컬럼니스트인 톰 버두치가 주장한 가설로 '만 25세 이하 투수들 중 전년도에 비해 30이닝 이상 더 투구한 선수들은 부상을 당하거나 부진할 확률이  급격히 올라간다'는 이론이다. 특정 기간(2005~2010) 이 리스트에 오른 선수 중 의 80% 이상이 부상이나 부진을 겪었다는 기록이 있다. 

KBO리그의 유사한 사례로는 13시즌 60.2이닝 이후 이듬해 153이닝을 던지고 토미 존 수술로 1년을 통째로 쉰 한화 이태양을 들 수 있다.

임기영은 지난 시즌 퓨처스리그에서 상무 소속으로 46이닝을 소화했으므로 올해 100이닝 이상을 소화하기만 해도 버두치 효과가 적용된다. 물론 예외적인 경우도 있지만 올해 만 24세인 임기영의 창창한 미래를 감안해서도 올시즌 이닝과 투구수는 철저히 관리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 임기영의 2016시즌 퓨처스리그 이닝 기록 

(기록 출처: 다음스포츠 기록실)

# 11번째 대권 도전을 위한 중요한 열쇠, 임기영

시즌 개막 전만 해도 강력한 우승 후보 두산 베어스의 ‘대항마’에 불과했던 KIA가 4월 12일 이후 1위 독주를 이어갈 수 있는 가장 큰 동력은 당초 약점으로 지목된 4선발 임기영이 기대치를 뛰어넘는 호투를 펼쳤기 때문이다.

쓸만한 국내 선발 투수가 귀한 KBO리그에서 믿을 수 있는 선발 4명을 보유하는 것은 지난해 통합 우승을 이룬 두산의 경우에서도 알 수 있듯 엄청난 경쟁력을 가진다. 더구나 현재 임기영처럼  뛰어난 구위와 제구력을 갖춘 4선발이라면 더욱 위력적이다. ( 관련 기사: '200이닝' 잔혹사, 양현종·헥터는 건재할까 )

헥터-팻딘-양현종-임기영으로 구성된 리그 최강 선발진 ( 사진 출처: KIA 타이거즈)

올시즌 임기영의 약진은 마치 2009시즌 양현종을 연상시킨다.  2007년 프로에 데뷔한 양현종은 2008년까지 선발과 불펜을 오가는 가능성 있는 유망주에 불과했다.

하지만  2009시즌에 잠재력을 폭발시키며 팀 4선발 자리를 꿰차 뛰어난 활약(29G 148.2이닝 12승 5패, ERA 3.15)을 펼치며 KIA의 통합 우승에 기여한 바 있다. (당시 만 21세였던 양현종은 선발 등판 시 주로 5~6이닝만 소화하며 이닝관리를 받았다)

만약 임기영이 벤치의 세심한 관리 속에 2009시즌 양현종에 버금가는 활약을 보인다면 올 가을 한국시리즈 1차전은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릴 가능성이 농후하다.

[기록 참고: KBReport.com(케이비리포트), KBO기록실, 스탯티즈, 레전드닷컴] 


박성연 필진 /정리 및 편집 : 김정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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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제공: 야구기록실 KBReport.com(케이비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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