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전화 기본료 폐지 '창-방패' 대결.."2G·3G부터"-"투자 차질"

안선희 2017. 5. 1.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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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후보 공약..이통업계 '발등에 불'

민주당 "투자여력 충분, 이번엔 꼭"
이통업계 "4차 산업혁명 발목 잡혀"

[한겨레]

그래픽_장은영

“현실화되지 않을 것으로 본다. 그냥 생각하고 싶지 않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의 ‘통신요금 기본료 폐지’ 공약에 대한 한 이동통신회사 관계자의 말이다. ‘기본료 폐지’는 통신요금과 관련해 오래된 논란거리지만 이번처럼 이동통신업계에 ‘발등의 불’이 된 적은 없었다. 현재로서는 가장 당선가능성이 높은 후보가 주요 공약으로 내세웠기 때문이다. 이통업계는 4차 산업혁명이 사회적 화두로 떠오른 분위기를 이용해 “4차 혁명의 인프라인 5세대(5G) 이동통신 투자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주장을 주요한 반대논리로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인하론 쪽에서는 “투자위축론은 업계의 전형적 방어 논리”라며 “이번엔 반드시 폐지해야 한다”고 벼르고 있다.

기본료 “없다”-“있다” 공방
업계 “정액요금제는 기본료 없어”
민주 “착시현상…원가로 들어있어”

■ 문재인 후보 쪽 “2G·3G 먼저 폐지…4G 인하 방법은 추후 논의” 기본료 폐지는 2011년께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가 본격적으로 제기하면서 쟁점으로 떠올랐다. 지난해 총선에서 민주당이 공약으로 내세웠고, 총선 승리 이후 당론으로 확정한데 이어 이번 대선공약에도 다시 포함시켰다. 지난달 11일 문 후보가 처음 통신공약을 밝힌 이후 업계의 반발이 컸지만 지난달 28일 발표한 공약집에도 다시 ‘월 1만1천원 이동통신 기본료 폐지’라고 못박았다.

기본료 폐지에 대한 이통업계의 반박논리는 다양하다. 이동통신업계 관계자는 “기본료는 종량요금제에만 들어있을 뿐 정액요금제에는 들어있지 않다. 만약 모든 가입자에게 1만1천원씩 요금을 인하해주면 이통업체들은 대규모 적자로 돌아선다”고 말했다. 미래에셋대우는 이 경우 에스케이텔레콤은 최소 3조원, 케이티는 1조9천억원, 엘지유플러스는 1조4천억원의 영업이익 감소가 발생할 것으로 추정했다. 지난해 이통3사의 영업이익은 에스케이텔레콤 1조5300억원, 케이티 1조4440억원, 엘지유플러스 7465억원 등 총 3조7265억원이었다.

민주당과 시민단체 쪽은 ‘정액제에는 기본료가 없다’는 주장을 일축하고 있다. 기본료는 통신망 설치 비용을 회수하기 위해 소비자에게 부과하는 일종의 ‘원가’ 개념으로, 모든 요금제에 다 들어가 있다는 것이다.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심현덕 간사는 “요금고지서 상에 기본료 항목이 없어져서 착시현상을 일으키고 있을 뿐”이라며 “표준요금제(종량제)가 ‘기본료+통화료’로 구성된 2부 요금제라면, 정액요금제는 ‘기본료+통화료+초과시 부과금액’으로 구성된 3부 요금제”라고 말했다.

문재인 후보 쪽은 ‘대규모 적자’ 논리에 대해 ‘단계적 인하론’을 들고 나왔다.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관계자는 “이미 감가상각이 끝난 2G와 3G 이용 고객 약 1500만명에 대해 먼저 기본료를 폐지하고 감가상각 기간이 남아있는 4G(LTE)는 감가상각이 끝난 이후 인하하겠다”고 말했다. 또 “4G 요금을 얼마나 어떤 방식으로 인하할지는 추후 투명한 방식으로 논의해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이동통신망의 감가상각 연한은 8년 정도로 본다. 4G 통신망은 2011~2013년께 설비투자가 주로 이뤄졌다. 윤문용 녹색소비자연대 ICT소비자정책연구원 정책국장은 “감가상각이 끝난 서비스는 기본료를 폐지하고, 새로운 서비스에 대해서는 비싸게 받는 식으로 서비스별 원가 개념을 도입하면 된다”고 말했다. 그는 “불과 2~3년 사이에 고객 대부분이 3G에서 4G로 옮겨간 것처럼, 4G 감가상각이 끝나 요금을 인하할 때쯤에는 (비싼) 5G 서비스로 고객들이 옮겨갈 것”이라며 “기본료를 폐지해도 이통사들이 말하는 것처럼 한꺼번에 수조원씩 매출이 줄어드는 일은 발생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적자 불가피”-“점진적 도입”
업계 “수조 적자로 5G 투자 못해”
민주 “감가상각 끝나면 단계실시”

※ 그래픽을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 ‘5G와 4차 산업혁명’이 방패 돼줄까 이동통신업계 ‘최후의 보루’는 ‘4차 산업혁명 발목론’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통신요금에 정부가 인위적으로 개입하면 이통사들의 설비투자에 대한 여력과 의욕이 줄어들고 이는 결국 5G 투자 지연과 통신서비스 품질저하로 이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누리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통신서비스 산업이 향후 4차 산업혁명의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해야 하는 것을 감안하면 일정 수준 이상의 투자 여력을 확보해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홍식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4차 산업의 핵심인 사물인터넷, 인공지능, 자율주행차 등은 모두 5G 투자가 선행돼야 활성화할 수 있다”며 “4차 산업을 육성해야 하는 차기 정부에서 인위적인 통신요금 인하를 추진하기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대해 민주당 선대위 관계자는 “통신업체들이 한해 수조원의 이익을 내고 있고 사내유보금도 쌓여있어 5G 투자를 위한 여력은 충분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윤문용 국장은 “모든 기업은 사내유보금과 부채를 통해 신규 투자를 한 뒤 새로운 상품을 팔아 수익을 내는 것이 기본인데, 그 비용을 기존 서비스 이용자에게 부과하는 것은 말이 안된다”며 “업계가 항상 해온 방어논리일 뿐”고 지적했다.

하나금융투자와 각 업체 자료를 보면 이동통신 3사의 설비투자 총액은 2011년 7조5254억원에서 2012년 9조1004억원으로 정점을 찍은 뒤, 2013년 7조7036억원, 2014년 6조8700억원, 2015년 5조6983억원, 2016년 5조5788억원으로 내림세를 보이고 있다. 이통사 관계자는 “앞으로 5G 투자가 시작되면 투자액은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하나금융투자는 5G가 4G에 비해 총 설비투자비는 1.5~2배 더 많지만, 5년 정도 분산투자가 이뤄지면서 2018~2022년 4G 때와 비슷한 수준인 연간 7조~9조원 사이의 투자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통사들이 말하는 대규모의 투자액이 필요한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안선희 기자 s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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