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처음 제친 기아차.. '한지붕 형제' 묘한 긴장감

2017. 5. 1.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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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승용차 판매 5만여대 역전.. 기아차, 올 1분기에도 강세 이어가
현대차 "상용차 합치면 여전히 앞서.. 제네시스 독립도 영향" 의미 축소
기아차는 대놓고 웃지못할 상황.. 현대차, 새 모델로 부진 탈출 기대

[동아일보]

지난해 상용차를 제외한 국내 승용차 판매량에서 기아자동차가 현대자동차를 앞질렀다. 승용차에는 세단과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같은 레저용 차량이 모두 포함된다.

30일 현대자동차그룹에 따르면 현대차의 지난해 국내 승용차 판매량은 41만8303대, 기아차는 47만5107대이다. 기아차가 5만6804대 더 많이 판매했다. 기아차가 국내 승용차 판매에서 현대차를 앞선 것은 사상 처음이다.

지금까지 현대차그룹에는 이른바 ‘형님 아우’ 인식이 있었다. 현대차는 형님, 기아차는 아우로 여겨져 왔다. 과거 판매량과 인지도 등에서 양사 간 격차가 상당했던 데다 기아차가 인수 계약을 통해 현대차그룹에 편입됐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기아차가 현대차를 넘어서자 두 회사 모두 언급하기를 꺼리는 분위기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현대차로서는 당연히 언급하기 싫을 테고, 기아차도 대놓고 좋아하기 힘들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현대·기아차의 지난해 판매량 역전은 현대차의 부진이 이유다. 현대차의 지난해 승용차 판매량은 2015년 52만9135대보다 11만 대 이상 줄었다. 제네시스가 독립 브랜드로 분리되면서 감소한 판매량 6만여 대를 감안하더라도 실적이 크게 후퇴했다. 자동차 업계는 현대차의 주력 모델들이 노후화되면서 수요가 감소했다고 분석한다. 중형차 쏘나타는 2014년 나온 LF쏘나타가 지난해 출시 3년 차였다. 그랜저는 지난해 11월에 신형 모델이 나오기 전까지 2011년 출시된 모델이 팔렸다. 지난해 쏘나타와 그랜저 모두 2015년에 비해 1만8000여 대 덜 팔렸다.

SUV를 중심으로 RV(Recreational Vehicle)로 일컬어지는 레저용 차량의 인기가 높아진 것은 기아차의 약진을 이끈 일등 공신이었다. 기아차는 다양한 RV를 생산한다. 준중형 SUV 스포티지와 중형 SUV 쏘렌토 이외에도 카렌스 카니발 쏘울 모하비 등 여러 차종이 포진하고 있다. 지난해 이들 RV의 판매량은 23만5892대로 2015년(21만4320대)보다 10.1% 증가했다. 전체 승용차 판매량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절반에 이른다. 이에 반해 현대차의 RV는 투싼과 싼타페 정도다. 대형 SUV인 맥스크루즈가 있지만 존재감이 작다. 지난해 현대차 RV 판매량은 14만3259대로 2015년(16만3794대)보다 오히려 줄었다.

기아차의 판매량 역전에 대해 현대차는 큰 의미를 두지 않는 분위기다. 상용차를 합친 전체 판매량은 여전히 현대차가 앞서기 때문이다. 또 제네시스 브랜드까지 합치면 현대차가 약 9000대 앞선다. 하지만 2015년까지는 제네시스 차종을 빼도 현대차는 기아차를 여유 있게 앞섰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기아차의 판매량 역전은 일시적인 현상으로 보고 있으며 양사를 합친 시장점유율이 하락하는 걸 더 심각한 문제로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대차 내부에서는 긴장하고 있다. 현대·기아차 영업사원들은 “준중형 중형 등 차급별로 기아차에 밀리는 현대차가 나오면 담당 임원은 적지 않은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말했다. 그룹 차원에서 공동으로 진행하는 기술 연구·홍보 이외에 영업과 마케팅에서는 경쟁이 치열하다는 의미다.

기아차 측은 행여 현대차를 자극할까 봐 조심스러운 분위기다. 그룹 관계자 A 씨는 “지난해 기아차는 현대차를 앞선 것뿐만 아니라 전체 내수 판매량에서도 연초 목표를 초과했지만 현대차가 목표 달성에 실패하는 바람에 티를 내지 못했다”고 말했다.

최근 자동차 업계의 공통 관심 분야인 친환경차의 경우도 현대차와 기아차 모두 지난해에 아이오닉과 니로라는 친환경차 전용 모델을 선보였다. 올해 1분기(1∼3월)를 보면 기아차의 친환경차 니로의 판매량은 현대차 아이오닉의 2배다. 하지만 기아차 측은 마케팅을 자제하는 중이다.

기아차가 현대차의 판매량을 앞서는 상황이 일시적일지 아닐지에 대해서 전망은 엇갈린다. 현대차는 3월 부분 변경 모델로 내놓은 ‘쏘나타 뉴 라이즈’와 6월 출시 예정인 소형 SUV ‘코나’를 통해 지난해 부진을 만회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올해 1분기 판매량은 기아차가 10만4954대로 현대차(10만1644대)에 앞서 있다.

한우신 기자 hanw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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