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반성 동영상' 막내기자들 결국 징계

이진우 기자 입력 2017. 4. 27.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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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현장에서 '짖어봐'라고 하는 분들도, '부끄럽지 않냐'고 호통을 치는 분들도 있어서 고개를 들고 다닐 수가 없었습니다." 지난 1월 유튜브를 통해 자사의 뉴스 행태를 비판한 MBC 막내기자들이 결국 징계를 받았다.

기자협회는 "막내 기자들의 반성문은 공영방송의 책무를 저버린 경영진과 이를 추종하는 자들을 대신한 용기 있는 사죄이며, MBC에 대한 희망을 버리지 말라는 간절한 호소였다"며 "처참하게 망가진 일터를 다시 일으켜보자는 절규가, 사망선고 직전의 뉴스를 다시 살려보자는 몸부림이 어떻게 '해사 행위'가 될 수 있는가. 구성원들의 입막음을 위해, 구성원의 동의도 없이 설정한 초헌법적 '가이드라인'을 징계의 잣대로 사용한 자체가 징계권 과잉의 전형"이라고 일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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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위, 송일준 PD도 징계

“취재 현장에서 ‘짖어봐’라고 하는 분들도, ‘부끄럽지 않냐’고 호통을 치는 분들도 있어서 고개를 들고 다닐 수가 없었습니다.” 지난 1월 유튜브를 통해 자사의 뉴스 행태를 비판한 MBC 막내기자들이 결국 징계를 받았다.

지난 26일 MBC는 인사위원회를 열고 이덕영 기자에 ‘출근정지 10일’, 곽동건·전예지 기자에는 ‘근신 7일’을 내렸다. 모두 지난 2013년 마지막 신입공채로 입사한 막내기자들이다.

이들은 지난 1월4일 ‘MBC 막내기자의 반성문’이라는 제목의 동영상을 유튜브에 올렸다. 해당 영상에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해 묵인·축소로 일관하고, 사실관계조차 확인하지 않은 추측성 보도를 하는 등 MBC 내부 병폐가 고스란히 담겨있었다.

이들은 입을 모아 “정부를 앞장서 비판하며 MBC 뉴스를 이끌던 기자 선배들을 우리도 못 본지 오래됐다. 5명이 해고됐고 50명이 넘는 기자가 쫓겨나 있다. 조금이라도 항의하면 쫓아내고 보는 상황에서 매일 피케팅을 하고 집회까지 했지만 회사는 들은 척도 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당시 동영상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퍼지며 많은 이들의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특히 내부 선배들은 막내 기자들의 용기에 부끄러움과 자책감을 감추지 못했다. 사측이 이들에 경위서 제출을 요구하자 96명의 선배들은 ‘MBC 막내기자들의 경위서 선배들이 제출합니다’는 제목의 영상을 만들어 (경위서 요구를) 즉각 철회할 것을 요구했다.

인사위는 3명의 막내기자 외에도 인터뷰를 회사의 허가 없이 진행했다는 이유로 송일준 PD에 대해서도 ‘감봉 1개월’ 조치를 내렸다. 송 PD는 지난 3월 미디어오늘과의 인터뷰에서 ‘MBC 스페셜’ <탄핵> 편 불방 사태에 대해 “김장겸 체제 MBC가 박근혜 일파와 운명을 같이하겠다는 상징적 조치”라고 지적하며 “계속 촛불 국민의 열망을 배신하는 행위라고밖에 볼 수 없다”고 비판했다.

당초 사측은 김희웅·이호찬 기자에 대해서도 인사위 회부 방침을 밝혔으나, 사전 징계 통보 및 이의신청 접수 등 인사위 회부를 위한 사전 절차를 밟지 않아 취소했다. 이들은 지난해 10월 “뉴스데스크에 보도된 리포트 가운데 인터뷰가 조작됐다”는 의혹을 공론화시켰다는 이유로 인사위 대상으로 거론됐다. MBC의 한 관계자에 따르면 이들에 대한 인사위 회부도 조만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MBC 내부에서는 이들의 징계를 두고 반발이 거세다. 선배 기자들은 페이스북 계정 프로필에 "우리도 징계하라"는 내용이 담긴 이미지를 올리며 조직적인 비판 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전국언론노조 MBC본부는 이번 징계에 대해 재심을 청구할 뜻을 밝혔다. MBC본부의 한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회사의 정상화를 바라는 애사심에서 비롯된 행동이었다. 회사를 위한 내부 비판을 회사의 명예를 실추시킨 해사 행위로 간주하는 것은 곤란하다"며 "법원에서 '소셜 미디어 네트워크는 업무와 무관한 개인영역으로 업무 외적인 자율성을 보장받아야 한다'고 이미 판결한 내용"이라고 지적했다.

MBC 기자협회는 27일 성명을 통해 "막내 기자에 대한 징계는 무효"라고 반발했다. 기자협회는 "막내 기자들의 반성문은 공영방송의 책무를 저버린 경영진과 이를 추종하는 자들을 대신한 용기 있는 사죄이며, MBC에 대한 희망을 버리지 말라는 간절한 호소였다"며 "처참하게 망가진 일터를 다시 일으켜보자는 절규가, 사망선고 직전의 뉴스를 다시 살려보자는 몸부림이 어떻게 '해사 행위'가 될 수 있는가. 구성원들의 입막음을 위해, 구성원의 동의도 없이 설정한 초헌법적 ‘가이드라인’을 징계의 잣대로 사용한 자체가 징계권 과잉의 전형"이라고 일갈했다.

이진우 기자 jw85@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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