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섯 식구가 사는 협소주택

매거진 2017. 4. 26.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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좁고 긴 대지를 활용한


이 가족의 협소주택은 낮은 빌라와 주택이 늘어서있는 골목 사이에 있다. 오래된 동네의 분위기를 해치지 않은 선에서 노출콘크리트와 나무를 이용해 깔끔한 외관으로 지었다.
 BEFORE › 협소주택을 짓기 전에는 3~4년 동안 사람이 전혀 살지 않았던 10평 남짓한 한옥이 자리하고 있었다. 담장 속에 숨겨져 있던 작은 한옥집(왼쪽)과 그 한옥을 철거한 대지(오른쪽). 


식구가 여섯이라고 해서 3대가 함께 사는 집일 거라 예상했는데 이게 웬걸, 반갑게 맞아주는 아이들이 하나둘 등장하더니 어느새 네 명이다. 이렇게 식구 수가 많은 가족이 협소주택을 짓겠다 하자, 처음에는 주변 사람들의 걱정이 앞섰다. “좁은 집에 아이 넷과 어떻게 살아?”, “아이들이 자란 이후에는 어떻게 할래?” 그러나 건축가인 아빠 배세훈 씨에게는 확신이 있었다. 좁고 긴 대지에 계획한다면 아무리 작은 땅이라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

그렇게 5년을 무조건 ‘좁고 긴 땅’을 찾아다닌 부부는 마음에 쏙 드는 대지를 발견했다. 모양은 물론, 바로 앞에 8m 도로가 있고 주변이 낮은 빌라와 주택으로 채워진 것도 매력적이었다. 15년 째 설계일을 해온 세훈 씨는 자신의 능력을 십분 발휘해 여러 모델들을 스케치해보고, 결국 땅을 계약했다. 한 달의 실시설계와 다섯 달에 걸친 시공 끝에 여섯 식구의 협소주택이 완성됐다.

아이들이 뛰어놀 수 있는 공간과 가족들이 함께하는 공간을 중요시한 부부는 거실이 그런 기능을 해주기를 바랐다. 좁은 공간에서 다양한 활동이 가능하게 하려면 공간의 비움이 필요한 법. 직접 제작해 넣은 기다란 책꽂이 외에 가구를 일제히 배제해 많은 수의 가족들이 둘러앉아 이야기 나누기 좋은 공간으로 꾸몄다.


SECTION


길고 좁은 대지와 집의 모습을 잘 보여주는 건물의 측면
이웃 집과 가까이 위치해 있기 때문에 프라이버시를 위해 삼나무 폴딩도어로 시선을 차단했다. 


PLAN - 1F (33.17㎡) / PLAN - 2F (43.31㎡)
PLAN - 3F (43.31㎡) / PLAN - ATTIC (19.11㎡)


식당에서 바라본 거실의 모습. 약간의 단차를 둔 채 직선으로 동선을 유도해 훨씬 넓어 보이는 효과를 준다.  
부엌 역시 직선으로 구성했고, 식당 테이블 뒤쪽으로는 보일러실을, 부엌 끝에는 다용도실을 숨겨넣어 늘 정돈된 인상을 준다. 


HOUSE PLAN

대지위치 : 대구광역시 남구

대지면적 : 73.4㎡(22.2평)  /  건물규모 : 지상 3층 + 다락

건축면적 : 43.31㎡(13.1평)  /  연면적 : 119.79㎡(36.2평)

건폐율 : 59.01%  /  용적률 : 163.20%

주차대수 : 1대  /  최고높이 : 11.6m

공법 : 기초 - 철근콘크리트 매트기초, 지상 - 철근콘크리트

구조재 : 벽, 지붕 - 철근콘크리트

지붕마감재 : 컬러강판, 콘크리트 슬래브 위 우레탄방수

단열재 : 비드법단열재 2종2호, 열반사단열재

외벽마감재 : 노출콘크리트 위 발수코팅, 구로철판, 일본산 삼나무

창호재 : 남선알미늄 시스템창호(윈다트)

에너지원 : 도시가스

시공 : 어울림건축 정성효 053-425-1631

설계 : Studio2u 배세훈, 건축사사무소 메타건축 안영 053-425-1631


 거실과 식당과 사이 통로에 서 있는 건축가 배세훈 씨와 6개월된 순둥이 막내 수현이를 안고 계단에 앉아 있는 아내 박해진 씨. 분홍색 티를 입은 아이는 결혼을 약속한 남자친구도 둔 똑순이 수진이고, 위에는 든든한 첫째 수은이와 애교쟁이 셋째 수민이가 나란히 앉아 있다.   /   거실과 주방 사이에 마련한 화장실


거실과 마주한 주방은 스킵플로어를 응용해 약간의 단차를 두어 분리했다. 폭은 4m 정도로 좁지만, 11m 길이의 흰 벽면을 타고 시선이 길게 뻗어나가 공간이 더욱 넓어 보이는 착시를 일으킨다. 주방 겸 식당의 천장에는 서로 다른 자재를 높낮이까지 달리 마감해 공간의 영역을 구분했다.

2층이 소통을 위한 공간이라면, 3층은 가족의 휴식을 위해 구성했다. 아이들 침실과 부부침실을 건물 양 끝에서 마주보는 구조로 만들었는데, 아직은 어린 아이들이 밤에 잠드는 것을 무서워해 아이방의 벽면을 아예 강화유리로 시공했다. 부부침실도 미닫이문을 설치해 아이들이 엄마아빠의 열린 방을 보고 안심할 수 있는 구조로 만들었다.

각각의 침실에는 드레스룸과 방에서 이어지는 다락을 넓게 만들어 공간 활용에 부족함이 없도록 신경썼다. 침실과 다락 사이에는 계단 대신 납작한 사다리를 설치해 데드스페이스를 최소화했다. 양 침실 사이의 복도에는 작은 욕조가 있는 욕실도 배치해 가족이 필요로 하는 요소를 모두 채웠다.


1층 현관 뒤편에 마련한 아빠의 작업실
3층에서 내려다 본 계단실의 모습
납짝한 사다리를 밟고 올라온 아이들 다락방. 욕실 위 공간까지 일부 사용해 훨씬 넓게 쓸 수 있다.  /   집으로 들어가는 입구와 아빠의 작업실이 보이는 1층 현관. 오른편에 보이는 미닫이 문은 가족의 신발을 보관할 수 있는 신발장이다.   
책상과 이층침대로 아늑하게 꾸민 아이들 침실. 아직은 어린 아이들이 많아 안전을 위해 강화유리로 벽을 만들어 부모가 항상 지켜볼 수 있도록 구성했다.  


INTERIOR

내벽마감재 : 수성페인트, 무지벽지, 노출콘크리트

바닥재 : 동화 자연마루 강마루

욕실 및 주방 타일 : 홍세라믹스

수전 등 욕실기기 : 홍세라믹스

주방 가구 : 자체 제작

조명 : 빛이예쁜우리집

계단재 : 자작나무합판

현관문 : 남선알미늄 시스템도어

방문 : 자체 제작


가족은 각자의 방식으로 다양하게 거실을 이용한다. 기다란 책꽂이는 거실의 포인트가 되는 동시에, 앉아서 편하게 책을 읽을 수 있는 의자가 되기도 한다. 


공간 대부분을 아이들 위주로 계획한 만큼 건축가 아빠에게도 독립된 자신만의 공간이 필요했다. ‘Studio2u’를 운영하는 세훈 씨는 1층 현관 뒤편에 설계 작업을 하거나 의뢰인을 만날 수 있는 독립된 사무실을 마련했다. 사무실 역시 가구를 최소화하고, 전등이나 테이블, 수납공간을 모두 직선으로 구성하는 방법으로 좁은 공간의 한계를 극복했다.

“누군가 좋은 설계자를 만나는 방법으로 자신의 집을 직접 지어본 건축가를 선택하라더군요. 아무래도 타인의 집만 지어봤을 땐 설계나 시공, 감리에 대해 제 3자의 입장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잖아요.”

직접 ‘내 집 짓기’에 부딪혀보니 취향이나 예산 등 클라이언트들이 겪는 고충들을 더 잘 이해하게 됐다는 세훈 씨. 건축가로서 자신의 집을 스스로 지어보며 지금까지 해왔던 자신의 설계들도 재평가하게 되었다.

아이들은 이 집의 특별한 공간들을 누리며 호기심과 창의성이 늘어가고 있다. 한 번은 둘째의 친구들이 ‘투명한 벽이 실제로 존재하는가’를 확인하기 위해 집으로 찾아온 귀여운 에피소드도 있었다고.

많은 사람이 안 된다고 단정했지만, 아빠의 마음과 전문성으로 치밀하게 계획해 집을 지은 가족. 좁은 면적을 극복한 집에서 네 아이의 꿈은 더욱 크게 자라날 것이다.


ARCHITECT'S SAY

“단독주택은 불편하다는 말, 살아보니 기우더군요.”

단독주택의 특성상 주택관리를 스스로 해결해야 합니다. 그만큼 독립적인 사람으로 거듭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모든 방이 거실과 연결된 아파트보다는 실내 동선도 길어지지만 그만큼 운동량이 많아져 더욱 건강해졌고요. 무엇보다 수직으로 구성된 공간을 아이들이 가장 즐거워합니다. 방과 다락, 거실을 오가며 네 아이들이 지루하지 않게 일상을 보낼 수 있다는 점도 큰 장점입니다. 각각의 공간을 합치면 아파트보다 훨씬 넓은 공간을 사용할 수 있고요. ‘집은 불편할수록 건강하다’는 말이 있습니다. 살아보니 그 말이 참으로 와 닿습니다. 사실 익숙해지니까 불편한 줄도 모르겠고요. 지하주차장에 차를 대고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던 아파트 생활을 떠올려보면 내 집 1층에 주차하고 바로 실내로 들어오는 협소주택이 더 편한 것 아닐까요?


취재_이아롬  |  사진_변종석

ⓒ월간 전원속의 내집 2017년 4월호 / Vol.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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