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나가던' 문재인, 왜 그랬을까

이주영 입력 2017. 4. 26. 01:38 수정 2017. 4. 26. 0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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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 태도 구설수에 '동성애 반대' 논란, 진보층 일각 사과·해명 요구도

[오마이뉴스이주영 기자]

▲ JTBC 토론 참석한 문재인 후보 중앙일보-JTBC-한국정치학회 공동주최 2017 대통령 후보 초청 토론회가 25일 경기도 고양시 빛마루 방송지원센터에서 열렸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토론하고 있다.
ⓒ 국회사진취재단
25일 JTBC·<중앙일보>·한국정치학회가 공동 주최한 대선후보 4차 TV토론에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내놓은 발언들을 두고 비판이 거세다.

지난 세 번의 토론에서는 '송민순 문건' 논란 등의 '악재'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선방했다는 평가를 받은 반면, 이번에는 상대 후보들의 공격에 말려들면서 한계를 드러냈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 후보는 이날 다른 후보들의 공세에 평소보다 다소 격양된 반응을 보이는 등 너그럽지 못한 토론 태도를 보였다.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에게 던진 '정책본부장' 발언이 대표적이다.

그는 이날 유 후보가 일자리 공약의 재원 소요 방안을 두고 집중 추궁하자 "더 자세한 내용은 우리 정책본부장과 토론하는 게 낫겠다"라며 대화를 매듭지으려 했다.

유 후보는 "대선후보 토론회에 와서 누구하고 이야기하라는 게 무슨 태도인가"라며 "이런 오만한 태도가 어디있나, 정책본부장과 토론하라는 말은 취소하라"라고 질타했다. 상대가 공약의 세부적 내용을 재차 캐물었다 할지라도 자신이 답변할 문제가 아니라는 식으로 넘어가는 태도는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지적이다.
▲ 악수하는 문재인-유승민 중앙일보-JTBC-한국정치학회 공동주최 2017 대통령 후보 초청 토론회가 25일 경기도 고양시 빛마루 방송지원센터에서 열렸다. 토론시작 전 문재인 후보와 유승민 후보가 인사 하고 있다.
ⓒ 국회사진취재단
"정책본부장과 토론하라"라는 발언은 대통령 후보의 리더십 측면에서도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자칫 자신이 내놓은 정책 공약을 실무자의 영역으로 떠넘기는 모습처럼 비쳐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문 후보는 노무현 전 대통령 뇌물 수수 의혹을 계속 주장하는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를 향해 "이보세요, 제가 그 (사건) 조사 때 입회했던 변호사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자 홍 후보는 "말씀을 왜 그렇게 버릇없이 하는가"라며 문 후보의 태도를 문제 삼았다.

'동성애 반대' 발언 논란, "후보가 공식 사과해야"

'동성애 반대'를 직접 언급했다가 인권 감수성 문제가 여론의 도마에 오르기도 했다. 문 후보는 "군대에서 동성애가 심하다, 동성애는 국방전력을 약화시키는데 어떻게 생각하나"라는 홍 후보의 질문에 "그렇게 생각한다"라고 답했다. 이어 홍 후보가 "동성애에 반대하나"라고 거듭 묻자 "반대한다", "(동성애를) 좋아하지 않는다", "(군대 내 동성애) 합법화에 찬성하지 않는다"라는 답변을 내놨다.

성소수자 인권 문제에 '지지하지 않지만 차별받아서는 안 된다'고 밝혀온 평소 기조와는 기류가 확연히 다르다. 이를 두고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동성애는 찬성과 반대의 문제가 아니다, 저는 이성애자지만 성소수자의 성 정체성이 존중되어야 한다고 본다"라고 꼬집었다.

이후 홍 후보가 토론 말미에 사형제 폐지에 대한 의견을 물으면서 동성애 문제를 다시 제기하자 문 후보는 "동성혼을 합법화할 생각은 없지만 차별에는 반대한다"라며 "성적인 지향 때문에 차별해서는 안 된다, 차별해서는 안 된다는 것과 동성혼을 구분 못하나"라고 말했다.

그러나 당장 SNS에서는 '인권변호사 출신답지 못한 답변'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표현을 일부 수정하긴 했지만, '동성혼 합법화 반대' 역시 사실상 성소수자의 권리를 침해하는 발언이다. 일각에서는 보수 진영과 개신교계의 표심을 지나치게 의식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홍성수 숙명여대 법학부 교수는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동성애로 사람을 차별하는 것은 반대하지만 동성혼은 안 된다는 발언은 매우 모순적"이라며 "후보가 공식적인 사과와 해명을 내놓는 게 합당하다"라고 말했다.

반면, 문 후보를 지지하는 조국 서울대 교수는 페이스북을 통해 "문재인의 '동성애 반대' 발언은 군대 내부의 동성애 질문에 대한 답변이었다"라며 "합헌으로 결정이 난 군형법을 인정한다는 취지로 보인다"는 해석을 내놓았다.

이어 조 교수는 "(동성애 반대 발언과) '동성애 차별에 반대한다'는 발언 사이에서는 충돌이 발생한다"라며 "'동성애는 찬반의 문제가 아니다'라는 정답을 의도적으로 하지 않은 것으로 추측된다"라고 덧붙였다.

문재인 측 "큰 실점 없었지만 역정낸 게 조금 걸려"

문 후보 측은 일부 발언이 매끄럽지 못했지만 판세에 엄청난 영향을 미칠 정도의 실책은 없었다는 입장이다. 문재인 선대위 관계자는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문 후보에게 큰 실점은 없었다"라며 "유 후보가 몰아친 (일자리 공약) 예산 문제에 문 후보가 속 시원하게 답변하지 못한 게 아쉽고, (홍 후보의) 노무현 640만 달러 주장에 역정을 좀 낸 게 조금 걸렸다"라고 말했다.

동성애 발언 논란을 두고는 "동성애와 사형제 폐지에 대한 질문이 나올 것은 예상했었다. 다만, 처음 답변은 애매하게 들렸지만 홍준표 후보가 재차 질문할 때는 비교적 명확하게 답변했다"라고 평가했다.

문 후보는 이날 토론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정말 힘들고 피곤하지만 한편으로는 (토론이) 미진해서 더 토론하고 싶다"라며 "토론을 하면 할수록 국민들께서 어느 후보가 다음 대통령으로 바람직한지 잘 구별해 줄 것이라 믿는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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