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짧게, 좀더 짧게..100초 안되는 '웹드의 힘'

김연주 2017. 4. 25.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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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에 최적화 경쟁에 72초짜리도 등장
'짧공 필름' '오구실' 등 수백만 조회수 기록
와이낫 미디어의 '전지적 짝사랑 시점'
"민우랑 또 술 먹었어?"

밤 늦게 까지 연락이 안 되는 남자친구를 카톡으로 다그치던 여자친구. 점점 늦어지는 답장과 똑같은 레파토리의 변명. "내가 이렇게 까진 안하려고 했는데 죽어도 못 참아!" 분노의 입김을 내뿜으며 최후의 수단을 감행한다. 그 다음 날, 남자친구는 카톡이 오지 않는 여자친구의 카톡을 들여다보다 절규한다. "'프사(프로필 사진)'가 없어졌다!"

짧공 필름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프사'편이다. 20대 연인들 특유의 싸움방식을 담은 이 2분이 채 안되는 영상의 댓글은 3.3만개, 공유는 1630회, 조회는 195만회에 달한다. 네티즌들은 댓글로 서로 서로 태그 후 "오빤줄~~" "이느낌 아는사람 저요저요!"라며 공감을 남긴다. 피키캐스트 백민희 PD는 "공감되는 소재와 배우들의 생활 밀착형 연기 그리고 무엇보다 30초 내외의 짧은 러닝타임이 짧공필름을 지루하지 않고 편하게 즐길 수 있는 포인트"라고 인기 비결을 소개했다.

피키캐스트 '짧공필름'
짧공필름은 애초에 '짧은 공감'을 다루기 위해 만들어진 시리즈다. 대부분의 에피소드가 2분 내외다. 72초 드라마의 경우 광고시간보다 짧은 72초짜리 드라마로 유명세를 얻었다. 기존 한시간 짜리 드라마들을 위협하는 10분 내외의 '웹 드라마'에 이어 이제 그보다 더 짧아진 SNS 드라마의 시대가 도래했다. 기존 웹드라마가 기존 TV 드라마를 단순 분할해 짧게 내보내는 방식이었다면 이들 SNS 드라마는 러닝타임에 맞춰 한 편의 완성된 짧은 에피소드를 보여주는게 특징이다.

SNS드라마가 짧은 에피소드를 선호하는 것은 모바일에 최적화된 콘텐츠를 지향하기 때문이다. 모바일 독자들은 한 곳에 오래 머물지 않는다. 이동시간이나 대기시간에 빠르게 볼 수 있는 짧은 영상을 선호한다. 또 영상의 길이가 길어지면 데이터 사용량에 대한 부담을 느낀다.

대체로 일상의 소재를 다룬다는 것도 공통점이다. 일상에서 쉽게 공감할 수 있는 소재들이 폭발적인 반응을 얻는다. 지난 4일부터 시즌3를 시작한 72초드라마의 '오구실'은 누적 조회수 1200만을 기록했다. 주인공 '오구실'의 이름은 남자 만날 구실을 찾기 위해 동분서주한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그녀는 맞선과 소개팅을 전진하며 사랑을 찾는 30대 미혼 여성이다. 3분 안에 담기는 스토리는 바로 나와 내 옆사람의 이야기다.

와이낫 미디어의 '전지적 짝사랑 시점' 역시 인기다. 일명 '전짝시'란 애칭으로 불리는 이 드라마는 짝사랑하는 사람의 내밀한 속마음을 나레이션으로 읊는다. 특히, 시즌2 EP3 '술의 신' 편은 605만 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좋아요'는 11만 명 이상, 공유는 만 회 이상이다. 페이스북 유저의 평균 시청유지율(영상을 클릭한 후 끝까지 시청한 비율)은 약 10% 정도인데, '술의 신' 에피소드의 경우 약 45%를 기록했다. '술'이라는 남녀노소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소재가 비결이었다.

와이낫미디어 이수지 디렉터는 "모바일 기기는 사용자의 곁에 늘 붙어있는 친구, 동료와도 같은 존재"라며 "그런 모바일 환경에서는 우리 일상에 늘 있을 법한 이야기를 재미있게 보여주고 들려주는 것이 적합하다"고 설명했다.

짧기 때문에 영상을 제작하는 데 보다 손쉽다는 장점도 있다. 제작비나 촬영 시간이 적게 들어 다양한 아이템을 시도해 볼 수 있다. '전지적 짝사랑 시점'의 경우 제작 여건 상 원테이크 방식으로 촬영해야했기에 애초 긴 영상을 만들 수 없어 짧아졌다.

이러한 짧은 드라마는 모바일에 최적화 된 앱을 주요 플랫폼으로 이용한다. 네이버와 같은 포털보다는 페이스북이나 유투브 카카오tv등 SNS기반의 영상플랫폼에서 시청자들을 만난다. 하지만 확장성은 무궁무진한다. 72초TV의 이은미 홍보담당자는 "사실 칠십이초는 모바일 플랫폼만을 목표로 삼고 있지 않다. SNS에 익숙한 유저들은 점점 모든 방면에서 짧은 걸 익숙하고 선호하게 될 것"이라며 "실제로72초TV의 다양한 작품들이 JTBC2, KBS N 등 TV 채널에 이미 편성된 바 있다"고 설명했다.

[김연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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