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도피 中 재벌의 진실게임, 수주내 반부패 사령탑 비위 폭로 기자회견

베이징=오광진 특파원 입력 2017. 4. 24. 19:40 수정 2017. 4. 25.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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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색수배령 中 재벌, 중국 당국과 부패 폭로 난타전… “반부패는 권력투쟁” 주장 궈원구이 부패 연루설 보험감독 수장 낙마...당 지도부 개편 앞둔 정치, 경제리스크로 부각

부패혐의로 해외 도피중인 중국 재벌 궈원구이 정취안홀딩스 창업자가 트위터에 올린 중국 반부패 진상 기자회견 안내문 /궈원구이 트위터

중국 정부가 해외 도피중인 재벌과 서로 부패했다고 비방하는 폭로전에 빠져들고 있다. ‘진실게임’으로 번지는 형국이다.

올 가을 지도부 개편을 앞두고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반부패 업적을 내세워 1인 권력체제를 공고히하려는 중국 당국의 행보에 장애물이 등장한 것이다. 정치 불안정으로 이어질 경우 자칫 경제리스크로 부각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중국 권력 공격하는 ‘신비 상인’

중국이 인터폴에 요청해 이달 18일 적색수배령이 내려진 중국 투자회사 정취안(政泉)홀딩스 창업자 궈원구이(郭文貴∙50)는 23일 트위터에 “수 주내 전세계 언론을 상대로 2013~2017년까지의 반부패 진상을 알리는 기자 회견을 가질 예정”이라고 선언했다. 그는 이와 관계된 주요 인물로 왕치산(王岐山) 기율검사위원회 서기, 멍젠주 (孟建柱)정법위원회 서기, 푸정화(傅政華) 공안부 부부장(차관격), 멍 서기 측근인 쑨리쥔(孫立軍) 등 4명을 거론했다.

구체적인 기자회견 시기와 장소를 언급하지 않았지만 중국 최고 지도부에 속한 정치국 상무위원이자 반부패 사령탑인 기율위 1인자와 공안과 사법기구를 총괄하는 정법위 1인자를 겨냥하고 있는 것이다.

궈원구이는 2013년 12월 중국을 떠나 2014년 4월부터 검찰의 수배를 받아온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부호조사기관 후룬(胡潤)연구소에 따르면 궈 일가의 재산은 155억위안(약 2조 6350억원, 2014년 기준)에 이른다. 궈원구이는 과거 중국언론에서 ‘신비 상인’으로 불릴만큼 베일에 휩싸였던 인물이다.

앞서 궈원구이는 20일 (중국 최고 지도부인)정치국 상무위원의 미국과 유럽내 계좌와 부동산 그리고 이들 자녀의 해외 유학 및 취업 상황을 공개하는 동영상을 인터넷에 올리는 방안을 변호사와 협의할 것이라는 트윗을 날리기도 했다.

◆중국, “궈원구이=캐리비안의 해적” 부패 낙인 찍는 여론전

중국 당국은 현지 매체인 신징바오(新京報)와 유튜브 등을 통해 궈원구이가 부패한 기업인이라는 점을 부각시키고 있다. 신징바오는 비리 혐의로 2015년초 낙마한 마젠(馬健)전 국가안전부 부부장이 궈원구이로부터 6000만위안(약 100억원)의 뇌물을 받고 궈의 경쟁자를 투옥시키거나 합병에 협조하도록 압력을 넣고, 궈를 부정적으로 보도하는 언론인을 위협했다고 자백하는 내용의 동영상을 올리기도 했다.

신징바오는 특히 궈원구이가 정경유착을 통해 불법수단을 동원해 (다른 사람의) 부(富)를 탈취하면서 재계에서 무소불능의 ‘전신(戰神)’이자 ‘캐리비안의 해적’으로 불렸다고 전했다.

반부패를 상징하는 인물인 샹쥔보(項俊波)가 최근 보험감독관리위원회 주석직에서 낙마한 것도 그와 관련 있다고 신징바오는 보도했다.샹쥔보가 농업은행 회장이던 2010년 자금난을 겪던 궈원구이는 농업은행으로부터 32억위안을 대출받아 6억위안을 환치기로 홍콩에 내보내고 7000만위안에 이르는 홍콩 별장을 매입했다는 것이다. 궈원구이가 세운 베이징판구(盤古)투자의 직원 2명도 뇌물수수죄로 최근 체포됐다고 중국언론들이 전했다.

중국 인터넷에는 궈원구이가 7000위안(약 120만원)을 위해 친 동생을 살해했다는 글과 그의 경력만으도 또 한편의 반부패 드라마 ‘인민의 이름으로(人民的名義)'를 찍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글 등이 올라오고 있다.

궈원구이는 19일 미국의 소리(VOA)방송과의 인터뷰가 진행 중간에 중단되고, 21일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이 일시 정지된 뒤에는 중국 정부가 있다고 주장한다.

◆저우융캉 VS 허궈창 권력투쟁...궈원구이 “시진핑, 허에 손 들어줬다”

궈워구이의 공격은 지난 1월26일 중화권 매체 밍징(明鏡)과의 영상인터뷰를 통해 본격화됐다. 2년여만에 대중에 모습을 드러낸 궈는 이 인터뷰에서 부패혐의로 징역형을 살고 있는 국유기업 베이다팡정(北大方正)그룹의 전 최고경영자(CEO) 리유(李友)와 자기는 허수아비로 둘 사이의 분쟁은 권력투쟁의 일부였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궈는 리유와 팡정증권 경영권을 놓고 분쟁을 벌인 것으로 알려져있다. 그는 리유의 후원자들이 공산당 최고지도부인 상무위원에 있다며 후일 명단을 공개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해외도피중인 중국 재벌 궈원구이(맨 왼쪽)는 이달 11일 트위터에 리유 전 베이당팡정 CEO(맨 오른쪽)와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자신을 공격하는 중국 잡지 차이신에 이 사진을 어떻게 구했는지를 공개질의했다. /궈원구이 트위터

이후 궈원구이의 VOA와의 인터뷰 및 이를 분석한 뉴욕타임스(NYT)의 보도와 궈의 트윗 등을 종합하면 궈는 정법위 서기였던 저우융캉(周永康) 전 상무위원, 리유는 기율위 서기였던 허궈창 (賀國强) 전 상무위원을 각각 대리해 경쟁을 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허 전 상무위원의 아들인 허진타오(賀錦濤)가 팡정증권의 2대주주의 실질적인 주인이라는게 궈원구이의 주장이다.

궈원구이는 저우 전 상무위원이 공안부장일 때 수하 국장을 지낸 장웨(張越) 허베이(河北)성 정법위원회 전 서기의 소개로 마젠 부부장과 꽌시(關係)를 구축한 것으로 전해진다.

NYT는 궈원구이의 주장과 전문가 분석을 토대로 시진핑 국가주석이 중국의 1인자가 됐을 때 저우융캉과 허궈창의 부패에 직면했지만 막강 권력을 휘두르던 둘을 한번에 처리할 수는 없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권력투쟁에서 밀린 측(저우융캉 쪽)의 인사들이 반부패로 낙마하고 있는 게 반부패 운동의 약점을 보여준다는 게 궈의 주장인 것이다.

하지만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2014년 시 주석의 지시로 허진타오도 조사를 받았다고 보도한 바 있다.

또 저우융캉과 함께 시 주석을 적대시하는 파벌에 속한 것으로 알려진 링지화(令計劃)전 통일전선부장도 앞서 지난해 무기징역 판결문을 통해 자신의 아들 등을 동원해 베이다팡정으로부터 뇌물을 챙긴 사실이 드러났다. 국유기업이 권력투쟁의 무대이자 부패권력의 금고라는 오명을 받게 된 또 하나의 사례이다.

궈원구이는 VOA와의 인터뷰에서 왕치산 기율위 서기의 부인 등이 하이난항공(HNA) 지분을 불법 취득했고 이에 따라 시 주석이 조사를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하이난항공 그룹은 최근 2년새 400억달러를 들여 해외 인수합병(M&A)에 잇따라 나서 세계 투자업계에서도 주목을 받고 있다.

궈원구이가 생존을 위해 시 주석의 최측근인 왕치산을 타깃으로 무리한 주장을 한다는 시각도 나오지만 궈는 트위터를 통해 “기율위와 정법위가 부패와 살인멸구를 했으며 해외자산이 수조위안에 이른다는 증거를 대지 못하면 세상 사람들 앞에서 할복자살하겠다”고 밝히는 등 과격한 발언을 서슴지 않고 있다.

◆베이징 7성급 호텔에 드리운 정경유착 그림자

궈원구이는 판구회(盤古會)라는 사교클럽을 만들어 정∙재계 고위급 인사들과 인맥을 쌓은 것으로 전해진다. 베이징 올림픽 경기장 인근에 조성한 '판구다관(盤古大觀)'은 7성급 호텔과 아파트 등 5개 건물로 이뤄져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이 이달 6~7일 첫 정상회담을 가진 트럼프 대통령 소유인 플로리다 마라라고 리조트의 회원이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언론은 당시 시 주석의 부패 도피사범 인도 협력 요청에 트럼프 대통령이 지지한다는 입장을 보였다고 전했다. 중국 정부는 2015년 9월 방미에 앞서 미국 정부에 궈원구이의 송환을 요구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궈원구이는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11개 국가의 여권을 가지고 있다며 28년간 어떤 형태의 중국 신분증도 이용하지 않았다고 주장해왔다. 궈원구이는 이슬람권 남자들의 전통복장인 갈라베야를 입은 사진을 트위터에 올리며 “아부다비는 내게 안전과 믿음 명예 돈 모든 것을 줬다. 남은 생애 나의 국가를 위해 공헌하겠다, 아랍에미리트 !”라는 트윗을 날리기도 했다.

중국 당국으로선 사실 여부를 떠나 폭로전이 가열될수록 중국 정경유착(政經癒着)의 그림자만 부각되는 부작용을 우려한다. 중국 정부가 시 주석의 누나 부부 재산 증식에 연루된 것으로 알려진 중국 투자회사 밍톈(明天, TOMORROW)그룹의 창업자 샤오젠화(肖建華) 회장을 올 1월 홍콩에서 체포 송환 조사중인 것도 시 주석의 1인 권력체제에 흠이 가는 폭로를 막기 위해서라는 시각이 많다.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 창업자 마윈(馬雲) 회장은 23일 중국기업가클럽 등이 허난(河南)성 정저우(鄭州)에서 주최한 ‘중국 녹(綠)공사 연례총회’에 참석, 새 정경 관계를 거론하면서 “중국 당국이 반부패를 위해 엄청난 노력을 했고 이 때문에 유사이래 가장 큰 댓가를 치루고 있다”면서도 “이런 댓가가 없다면 미래 기업의 발전을 위한 공정한 (경쟁)환경을 만들 수 없다”고 강조했다. “중국 정부에 주는 최고의 뇌물은 납세”라고도 했다.

하지만 중국 당국이 재벌과 벌이는 상호 비방전은 공정 경쟁환경을 만들기 위한 반부패 운동이 넘어야할 산이 적지 않음을 보여준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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