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IT스타트업, 거품 꺼졌나.. 돈줄 말라 빈사상태

파이낸셜뉴스 2017. 4. 24. 1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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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익 나오지 않자 투자 줄어 작년 전년대비 30% 급감
대량해고.폐업위기 몰려

수익 나오지 않자 투자 줄어 작년 전년대비 30% 급감
대량해고.폐업위기 몰려

미국에서 지난 2014~2015년 저금리 시대를 틈타 투자자들의 돈을 쓸어 모았던 정보기술(IT) 스타트업(창업초기기업)의 돈줄이 마르고 있다. 투자자들이 수익을 내지 못하는 스타트업 투자를 중단하면서 전체 3분의 2에 달하는 스타트업들이 신규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이 됐다는 분석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3일(이하 현지시간) 한때 촉망받던 IT스타트업들이 자금난으로 대량 해고 및 폐업위기에 몰렸으며 태반이 빈사상태라고 진단했다. 미 시장조사업체 다우존스 산하 벤처소스에 따르면 지난해 미 IT 스타트업들이 조달한 벤처 자본은 284억달러(약 32조1033억원)로 전년 대비 30% 가까이 줄었다.

■벤처 거품 꺼지고 투자자 발길 끊겨

IT 스타트업에 흘러든 자금은 지난 2013년부터 폭발적으로 증가해 2015년에 최고에 달했다. 벤처소스 집계를 살펴보면 2014~2015년까지 2년간 약 5000곳 IT 스타트업에 투자된 벤처 자본은 750억달러로 2년 치 합계로는 2000년대 초 닷컴열풍 이후 가장 많았다. 이러한 경향은 IT업계뿐만 아니라 스타트업 전반에서 나타난 현상으로 블룸버그통신이 스타트업계에 투입되는 벤처 자본 규모를 측정해 산출하는 '블룸버그미국스타트업지수'는 2013년 5월 6일 132.89에서 880.69로 치솟았다.

그러나 이러한 추세는 2015년 후반부터 내리막길을 걷더니 올해 초 바닥을 쳤다. 지수는 지난달 6일 404.89까지 떨어졌으며 이달 17일 496.58를 기록했다.

비록 벤처 투자가 소폭 늘었다고 하나 IT 스타트업들에게 기쁜 소식이라고 보기 어렵다. 벤처소스에 의하면 올해 1.4분기 미 스타트업에 투자된 벤처 자본의 34%는 건강의료 분야로 흘러갔으며 IT 업계에 들어간 자금은 21%에 불과했다.

벤처소스가 과거 건당 5000만달러 이상 투자받은 이력이 있는 IT 스타트업 294곳을 조사한 결과 216곳은 지난 2015년 말 이후 단 한 번도 신규 투자를 받지 못했다. 같은 기간 새로 자금을 유치한 곳은 35곳에 머물렀으며 기업공개(IPO)를 마쳤거나 시작한 곳은 23곳에 그쳤다. 미 벤처투자사 베세머벤처파트너스의 데이비드 카원 파트너는 이미 초기 투자금을 탕진하고 신규 투자 확보에 목매는 IT 스타트업들이 "마치 좀비같다"고 말했다.

■부진한 실적이 투자 발목잡아

투자자들이 지갑을 닫은 이유는 제대로 된 수익이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WSJ는 유명 스타트업들의 사례를 들며 이들이 창업 초기 긁어모은 자금을 너무 빠르게 써버렸다고 설명했다. 2013년 설립된 온라인 중고차 거래 플랫폼 '비피'는 사용자가 매물을 내놓은 뒤 30일 안에 팔리지 않으면 비피가 인수하는 방식으로 유명세를 얻어 벤처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2014년초 1200만달러였던 비피의 기업 가치는 2015년 중반 5250만달러까지 올랐다. 그러나 비피는 지난해 3.4분기 중고차 1대당 광고비로 평균 1730달러를 쓰는 등 지나치게 공격적인 마케팅을 벌였고 되사기 정책으로 인해 최신형 중고차의 경우 1대를 떠안을 때 마다 5000달러 이상의 손해를 감수해야 했다. 그 결과 지난해 월간 손실액이 최고 500만달러에 이르렀다.

비피와 같은 해 탄생한 모바일 주차대행 애플리케이션(앱) '럭스발렛'은 지난해 7000만달러의 벤처 자본을 끌어 모아 사업 확대에 나섰으나 지금은 대도시의 비싼 주차장 대여료를 감당 못해 사업 규모를 줄이는 추세다. 받은 투자만 1억달러가 넘어가던 검색 앱 '퀵시'는 지난달 창업 8년 만에 폐업했으며 이외에도 감원에 나서는 스타트업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물론 에어비엔비나 우버같은 대형 스타트업들은 여전히 투자자 찾기가 어렵지 않다. WSJ는 신생 스타트업이라고 해도 수익 전망이 확실하다면 투자를 끌어모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미 투자사 코슬라벤처스의 키스 라보이스 파트너는 현재 업계에 "모두가 투자하고픈 기업들이 있는 반면 누구도 투자하고 싶지 않은 기업들도 잔뜩 있다"며 투자가 양극화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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