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기 손질은 푸줏간 주인이 잘한다

조찬현 입력 2017. 4. 24. 14:32 수정 2017. 4. 24.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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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 학동 도깨비시장, 푸줏간이 있는 대식이네 고기집

[오마이뉴스조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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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칼집 넣은 살코기와 항정살, 갈매기살, 가브리살이다. 무슨 고긴데 이리도 맛있을까?
ⓒ 조찬현
오랜 세월 이곳에 있었다. 소매유통의 중추적 역할을 담당해 온 전남 여수 학동의 도깨비시장이다. 이곳은 상설시장으로 문 닫는 날이 없어 아무 때나 찾아가도 된다. 그러나 요즘은 대형할인마트에 밀려 그저 썰렁하기만 하다. 에누리도 있고, 추억도 있고, 사람 향기가 물씬한 곳이지만 사람들은 백화점이나 대형 마트만 선호한다.

대통령 후보들이 최근 지역의 재래시장을 찾고 있어서 앞으로 좀 나아지려나 했던 생각도 잠시. 그들은 물건을 구입하기 보다는 표심을 얻기 위함이었다. 지금껏 살펴보니 고작해야 어묵을 맛보거나 국밥 한 그릇 먹고서 저마다 생색내기 일쑤였다.

늘 선거철에만 잠시뿐, 재래시장 활성화방안은 뒷전이다. 이번 선거공약에 서민들과 자영업자 재래시장 상인들에 대한 특단의 대책이 강구되었으면 한다. 서민들 모두모두 살림살이가 좀 나아지도록. 

푸줏간이 있어 착한 가격에 좋은 고기를 골라 먹을 수 있어

 여수 학동의 도깨비시장 내에 있는 대식이네 푸줏간과 고기집이다.
ⓒ 조찬현
늘 정겨운 그곳, 대식이네 고기집이다. 바로 곁에 함께 운영하는 푸줏간이 있어 착한 가격에 좋은 고기를 골라 먹을 수 있다. 시장 깊숙한 외진 곳에 있어 대부분 단골 손님들이다. 소고기와 돼지고기가 주 메뉴인데 다른 곳에 비해 고기값이 저렴하고 고기 품질 또한 좋다.

오늘 먹거리는 돼지고기다. 삼겹살에 칼집을 넣어 맛이 특별한 칼집삼겹살과 고소한 풍미가 돋보이는 목살 항정살 가브리살이 170그램 1인분에 1만원이다. 양념갈비와 대패삼겹살은 200그램에 1만원, 갈매기살은 130그램에 1만원이다. 소주 한잔하며 고기를 구워먹기에 더없이 좋다.

 대식이네 푸줏간이다. 주인장이 손님이 주문한 고기를 그릇에 담고 있다.
ⓒ 조찬현
다음은 대식이네 푸줏간 주인장(44, 신대식)의 얘기다.

"갈매기살은 비계가 없으니까 아이들이 좋아해요. 항정살은 돼지 목덜미 쪽에 붙어있습니다. 가브리살은 목심과 등심에 붙어 있는 것인데 쫄깃쫄깃해요. 저는 칼집삼겹살이 가장 맛있더군요."

그는 22년째 고기와 더불어 산, 나름 고기 전문가다. 그의 아내는 손님들을 위한 책임감이 무척 큰 사람이라며 남편을 치켜세웠다.

"좋은 고기 쓰려고 노력을 많이 해요. 군 제대 후 22세 때부터 축산 분야에서 근무했어요."

 소고기육회도 덤으로 나온다.
ⓒ 조찬현
 보글보글 뚝배기에 담아낸 김치찌개도 맛있다.
ⓒ 조찬현
돼지고기 모둠을 주문하면 특수부위를 포함 다양한 돼지고기 부위를 맛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이집의 돼지고기 모둠은 칼집삼겹살, 항정살, 갈매기살, 가브리살 등 4종류이나 개인 취향에 따라 주문할 수 있다. 손님이 원하면 어떤 부위든 다 내놓는다. 돼지고기의 다양한 부위 중 항정살과 갈매기살, 가브리살은 돼지 발골시 아주 적은 양이 나와 희소가치가 높다.

알맞게 익은 돌산갓김치와 파김치가 돼지고기와 썩 잘 어울린다. 보글보글 뚝배기에 담아낸 김치찌개도 맛있다. 소고기 육회도 덤으로 나온다. 고기를 굽는 동안 김치찌개와 소고기육회 안주에 한잔 술은 참 맛깔지다.

농사는 농부가 잘 짓고, 고기 손질은 역시 푸줏간 주인이 잘한다

 칼집을 촘촘하게 넣은 칼집삼겹살은 유난히 부드럽고 고소한 풍미가 압권이다.
ⓒ 조찬현
 푸줏간이 있는 고기집은 고기가 맛있다. 파절이나 무절임과 먹으면 좋다.
ⓒ 조찬현
이제 잘 구워진 돼지고기 맛 한번 보자. 삼겹살은 그냥 구워먹어도 맛있는데 칼집을 촘촘하게 넣어서인지 유난히 부드럽고 고소한 풍미가 압권이다. 항정살은 아삭한 식감에 쫀득함이 살아있다. 갈매기살은 비계 층이 없고 살집이 많아 고기 씹는 맛이 풍부하다. 가브리살은 부드럽게 다가온다. 고소함을 잔뜩 품고서.

칼집삼겹살은 다시 먹어봐도 맛있다. 고기에 칼집만 넣었을 뿐인데 특수부위 맛을 뛰어넘는 우월함이 있다. 참 그 맛, 특별하다. 앞으로 자주 찾을 거 같은 예감이다. 하기야 주인장 역시 개인적으로 칼집삼겹살을 가장 좋아한다고 했다.

돼지고기 맛의 재발견이다. 돼지고기를 날것 그대로 육회로 내오는 곳도 있다. 천사의 섬인 전남 신안 압해도에 가면.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에는 돼지고기 육회를 선보인다. 다음 기회에 이곳 또한 소개할 예정이다.

대식이네 고기집에서 돼지고기 맛있게 먹는 팁 하나. 무절임에 싸먹으면 별미다. 이 집의 쌈무는 고기 써는 육절기에 얇게 썰어 절였다. 그래서 식감이 아주 특별하다. 돼지고기 무쌈 맛 아주 끝내준다.

푸줏간이 있는 고기집은 고기가 맛있다. 농사는 농부가 잘 짓고, 고기 손질은 역시 푸줏간 주인이 잘 한다. 고기 전문가인 푸줏간이 있는 고기집에서 먹는 돼지고기 구이는 정말 맛있다. 아주 자그마한 고기집이어서 미리 예약을 하고 가는 게 좋다. 고기가 맛있는 집, 재래시장의 맛집으로 손색이 없다.

 대식이네 고기집 착한 가격의 메뉴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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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다음 블로그 '맛돌이의 오지고 푸진 맛'과 여수넷통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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