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90도 회전 불가능" 내부의견 묵살 탓 선체 변형 자초

이승현 입력 2017. 4. 24. 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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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공급업체, 발주자인 작업설계사에 건의했지만 거부돼
선조위도 사전인지 가능성.."검토의미 없었다"
선조위 "MT호환성 여부 살펴보겠다" 뒤늦게 대응
관련 업계 "선체회전 시도로 선체에 변형가해"
해수부 "MT 추가도입은 작업설계사 검토사항"
지난 7일 세월호 선체를 반잠수식 선박에서 육지로 옮길 특수 운반장비인 모듈 트랜스포터(Module Transdporter·MT) 실은 차량이 전남 목포신항 철재부두 안으로 들어가고 있다 (사진=윤여진 기자)
[목포=이데일리 윤여진 이승현 기자] 인양한 세월호를 뭍으로 옮기는 데 투입한 특수운송장비 ‘모듈 트랜스포터’(MT)를 서로 다른 기종으로 혼합해 사용하면 90도 회전이 불가능하다고 내부 작업자가 건의했지만 묵살된 것으로 드러났다. 세월호 현장수습본부가 선체의 육지이송에 급급한 나머지 현장 기술진의 의견을 무시한 채 선체 회전을 강행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9일 오후 현장수습본부는 세월호를 객실이 육지를 보는 방향으로 90도 돌리는 거치작업을 시도하다 회전 5도 상태에서 선체변형이 발견되자 바로 회전을 중단했다.

24일 현장수습본부와 작업 업체들에 따르면 세월호 육상이송 작업에 가장 많은 MT를 투입한 운영업체인 동방은 계약 발주자인 영국 ALE사(社)에 “기종이 다른 독일 ‘쉴러’(Scheuerle)의 MT와 독일 ‘카막’(Kamag)의 MT를 함께 투입하면 호환이 안 돼 회전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건의했다. 그러나 ALE사는 동방에게 “계약서대로 지시하면 무조건 따르라”며 이를 묵살했다. ALE는 이번에 MT를 이용한 육상이송과 90도 회전거치 작업을 설계했다.

현장수습본부는 세월호 선체 무게를 몇 번의 측정 오류를 거쳐 당초 1만 3462t에서 1만 7000t으로 계산했다. 이에 쉴러의 MT 480축만으로 선체 이송이 어려워지자 추가로 카막의 MT 120축을 투입했다.

본지는 쉴러와 카막의 제품을 혼합 사용하면 호환이 안 돼 선체의 회전이동이 불가능하다는 건의가 묵살됐다는 내용을 ALE에 MT를 공급한 7개 회사 가운데 한 업체의 A씨(현장 책임자) 증언으로 확인했다. 동방 관계자는 “우리는 ALE의 지시를 받는다. ALE가 시키는 대로 하는 것이다”고 말했다.

MT를 이용한 세월호 육상이송 작업은 하도급의 연속이었다. 해수부와 인양계약을 맺은 상하이샐비지 컨소시엄은 ALE에 MT를 이용한 육지 이송과 거치작업을 맡겼다. 이 과정에서 동방과 광진통운, 신한중공업, 이영산업기계, STX중공업, 삼성중공업, 한진중공업 등 국내 7개 업체가 ALE사 MT를 공급했다.

세월호 선체조사위원회의 뒤늦은 대응도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MT 공급업체 소속 B씨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동권 선체조사위 위원에게 ‘카막의 MT를 (기존의 쉴러의 MT와 함께) 투입하면 선체가 90도 회전이 안 된다. 작업에 들어가도 분명히 이유를 대며 멈출 거라고 장담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B씨는 현장수습본부 의뢰를 받아 총 600축의 MT로도 선체이송이 불가능할 경우 이탈리아 코멘토의 MT 336축을 추가 투입하는 ‘플랜 B’ 작업의 설계도면을 그렸다.

이 위원은 이에 대해 B씨에게 관련 제보를 받았다고 인정하면서도 이를 검토하는 게 의미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상하이샐비지가 처음에 MT를 456축만 넣을 수 있다고 했다가 24축을 추가할 수 있다고 한 뒤 다시 600축으로 늘렸다. 여기에서부터 신뢰가 깨져서 싱크(호환)를 따지는 게 의미가 없는 상황이었다”며 “그 부분(호환 문제)은 선체의 인양에서 육상거치 전반에 대해 선조위에서 보고서를 통해 점검하는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선조위는 특별법에 따라 세월호 선체인양 과정을 점검할 수 있다. MT 호환성 여부 문제도 살펴보겠다는 것이다.

관련 업계에선 호환되지 않는 MT를 이용한 회전 시도가 극도로 취약한 상태의 세월호 선체에 무리를 줘 변형을 일으켰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휨과 뒤틀림 등 선체 변형은 현장수습본부가 배에 계측기를 설치해 계속 모니터링할 정도로 심각한 수준이다. 이 때문에 신속한 수습을 위한 선체부위 절단도 제약을 받고 있다.

국내에서 수백척의 선박을 플로팅도크로 올려 수리한 실적이 있는 한 선박수리업체의 관계자는 “세월호가 자꾸 움직이게 되면 진동이 생긴다. MT가 90도 회전을 할수록 무게중심이 많이 옮겨지게 되고 그럴수록 선체가 변형된다”고 말했다.

국내 MT 분야의 한 관계자는 “무게중심이 상대적으로 튼튼한 선저(배 밑부분)가 아닌 취약한 선미 쪽에 있는 선체를 MT가 들어 회전시키다 보니 선미 일부가 휘었다”고 설명했다. 플라스틱 컵에 물을 3분의 1 정도만 담아 얼린 뒤 플라스틱 끝 부분을 손으로 잡고 돌리면 얼음은 거의 움직이지 않고 힘을 받는 플라스틱 부분만 구겨지는 것과 비슷한 원리다.

이승현 (leesh@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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