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노믹스 '곳간 허물기' 논란..2020년 예산 520조·재정적자 90조 열리나

정원석 기자 입력 2017. 4. 12. 18:30 수정 2017. 4. 16.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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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지출 연평균 7% 적용해보니, 2020년 재정적자 92조지출 목표는 있는데 세입확대안 없어…국민연금 꼼수 동원 논란도“급격한 재정건전성 악화는 국가 신인도 하락 일으킬수도”

문재인의 경제구상인 J노믹스를 발표하는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왼쪽은 김광두 새로운대한민국위원장, 오른쪽은 김상조 한성대 교수. 사진=연합뉴스.

연간 재정지출 증가율을 현재의 3.5%에서 7%로 끌어올리는 등 적극적인 재정지출을 통해 공공부문 일자리를 만들고 신성장 동력에 투자를 하겠다는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경제구상(일명 J노믹스)이 ‘나라 곳간 허물기’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재정 지출이 확대되는 것에 따른 재원 조달방안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문 후보 측은 재정지출에 따른 자연세수 증가분 50조원이면 큰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지만, 재원 없는 지출 확대가 재정건전성을 크게 악화시킬 것이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12일 조선비즈가 지난해 발표된 정부의 2016~2020년 재정운용계획안을 토대로 문 후보 측이 제시한 연평균 재정지출 증가율 7%를 적용한 결과, 오는 2020년 정부 재정지출액은 약 522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됐다. 이는 정부가 추산한 같은 연도 재정지출액 443조원을 80조원 가량 초과한 수준이다.

정부는 올해 400조원을 초과한 재정지출액이 2018년 414조3000억원, 2019년 428조4000억원, 2020년 443조원으로 연간 3.5%씩 늘어날 것으로 봤다. 2016~2020년 실질 GDP(국내총생산) 성장률과 물가상승률이 각각 연평균 3%와 2%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을 토대로 추정된 수치다. 세출예산에 기반이 되는 국세수입도 연평균 5%씩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문 후보측의 계획대로라면 지난해 398조6000억원이었던 재정지출액은 올해 426조5000억원, 2018년 456조3000억원, 2019년 488조3000억원, 2020년 522조5000억원, 2021년 559조원에 이르게 된다. 지난해 집행액을 기준으로 추정되는 재정지출액 전망치가 매년 7%씩 증가한다는 가정을 근거로 도출된 수치다.

문제는 문 후보측이 재정지출액(세출예산)의 재원이 되는 세입액에 대한 전망치를 내놓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 구상을 입안한 것으로 알려진 김광두 문 후보 캠프 새로운대한민국위원장은 “정부의 중기재정운용계획에 따르면 향후 5년간 재정수입이 약 58조원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에서 지난해 초과 세입이 9조9000억원 발생했다는 것을 함께 감안했다”면서 “지난해 초과세수를 감안할 때 앞으로 매년 7조~11조원 가량은 세금이 예상보다 더 걷힐 것으로 추정할 수 있기 때문에 재정수입이 지금 예상보다는 더 풍부할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2016~2020년 재정운용계획상 재정수입 전망치는 올해 414조5000억원, 2018년 436조원, 2019년 456조3000억원, 2020년 476조4000억원이다. 재정수입에서 재정지출을 뺀 통합재정수지는 올해 13조8000억원 흑자를 기록한 이후 2018년 21조7000억원, 2019년 27조9000억원, 2020년 33조4000억원으로 증가할 것으로 봤다.

하지만 문 후보측의 구상대로 재정을 운용하면 통합재정수지는 적자를 면하지 못하고 적자 규모가 눈덩이 처럼 커진다. 김 위원장의 기대처럼 매년 초과 세수가 7조원 이상 들어온다는 낙관적인 가장을 기초로 한다고 해도 통합재정수지는 올해 5조 적자를 기록한다. 올해 흑자로 돌아서겠다는 계획이 무산되는 것이다. 이후 적자 규모는 2018년 15조3000억원, 2019년 27조원, 2010년 41조원으로 늘어난다. 국민연금 등 각종 사회보험지출에 따른 충당액을 반영한 관리대상 재정수지 적자액은 올해 30조8000억원, 2018년 55조4000억원, 2019년 76조원, 2020년 92조8000억원으로 불어난다.

문 후보측은 재정지출확대에 따라 재원이 부족할 경우 법인세 실효세율 조정 정책자금 운용배수 증대, 중복비효율사업에 대한 조정으로 충당하겠다는 구상을 내놨다. 증세는 국민적 동의하에 추진해야 할 최후의 수단으로 지목됐다.

그러나 문 후보측은 재정지출 확대에 따른 국가채무 증가를 감수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적자성 국채 발행을 통한 자금 조달을 염두에 둔 조치를 J노믹스에 집어넣은 것이다. 국민연금의 국채인수 카드다.

문 후보측은 “정부가 보육, 임대주택, 요양분야의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국공채를 발행하는 경우 국민연금이 적극적으로 투자하도록 하겠다”는 구상을 내놨다. 이에 대해 새로운대한민국위원회에 참여하고 있는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정부와 공공기관이 투자를 확대하는 것을 재정자금만으로 할 수 없기 때문에 국공채를 발행할 수 밖에 없는데, 국민연금이 이를 적극적으로 인수해서 사회서비스 투자를 간접 지원하는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면서 “지금도 국민연금 기금이 60%이상 국채에 투자하고 있고, 국공채가 안정적인 투자수단이기 때문에 자금운용의 안정성을 확보한다는 측면에서도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 교수의 설명대로 된다고 해도 적자성 국채 발행 증가로 인한 금융채무 증가는 불가피하다.

경제 전문가들은 저성장이 장기화되고 있는 현재 경제상황에서 재정의 역할을 강화하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문 후보측의 구상은 재정건전성에 대한 고민이 빠져 있다는 지적도 내놓고 있다. J노믹스 구상대로 재정을 운용하면 GDP 대비 40% 수준에서 국가채무비율을 관리하겠다는 현 정부의 구상은 틀어진다. 재정지출 증가율을 7%로 관리할 경우 세입 전망이 지금 전망과 크게 다르지 않다면 국가채무비율은 40% 중반대로 튀어오르게 된다.

한 민간경제연구소 관계자는 “내수위축으로 인한 저성장이 장기화되고 있고 지정학적 리스크 등으로 인한 불안이 고조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국가신인도가 유지되고 있었던 것은 다른 나라에 비해 건전한 재정 상태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세입 증대에 대한 계획없이 무턱대고 재정지출만 늘려서 재정수지가 급격하게 악화되게 되면 국제신용평가사들이 현재의 신용등급을 유지할 지 고민할 수 밖에 없고, 이는 국가신인도 하락으로 인한 외화자금 이탈 등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면서 “이런 제약 조건을 감안하지 않고 재정지출 확대만 내세우는 것은 무모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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