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의 이변 이끄는 최순호 감독 "제주-전북과도 잘 할 수 있다"

김현기 2017. 4. 1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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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호 포항 감독이 3월4일 울산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2017 K리그 클래식 울산과의 개막전에 앞서 그라운드를 바라보고 있다. 울산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김현기기자]“제주 전북 서울과도 잘 할 수 있다.”

올시즌 K리그 클래식에 ‘포항 바람’이 불고 있다. 포항은 올 겨울 신화용 문창진 신광훈 김원일 등 기존 주축 선수들을 줄줄이 내주고 뚜렷한 영입을 하지 못해 팬들의 큰 원성을 샀다. 시민구단들도 올해 강등권 싸움을 펼칠 팀으로 5회 우승의 포항을 꼽을 정도였다. 뚜껑을 열고보니 예상은 빗나갔다. 포항은 3승1무1패(승점 10)으로 제주 전북(이상 승점11)에 이어 3위를 달리는 것은 물론 최다득점(10득점)및 최소파울(50개) 등 기록 면에서도 좋은 팀임을 입증했다. 그 중심에 지난해 10월 강등 위기의 포항 지휘봉을 잡아 분위기를 바꾼 최순호(55) 포항 감독이 있다. 최 감독은 10일 스포츠서울과 인터뷰에서 “지도자라면 12주 내에 팀의 정체성을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선수들이 잘 따라오고 있다”며 “아직 제주 전북 서울 등과 붙어보질 않았는데 상당수 팀의 실력이 비슷하다. 강팀과도 잘 할 수 있다”며 자신감을 펼쳐보였다.

-예상 외로 선전하고 있다. 3위에 올랐고 최다득점에 최소반칙인데.
내가 5년 만에 프로 감독을 다시 맡으면서 생각한 것이 있다. ‘빠른 시간 내에 색깔을 내야한다, 프로 팀이라면 적어도 12주 안에 팀의 정체성이 나와야 사람들이 뭔가 비전을 느낄 것이다’ 등이다. 그런 계획을 잡은 뒤 밸런스를 선수들에게 얘기했다. 1~2월 훈련을 거쳐 3월까지 팀을 만드는 기간으로 잡았는데 선수들이 첫 단계를 이해하며 지금까지 잘 해줬다. 목표인 ‘밸런스 잡기’가 지금 90점은 된다. 다음 단계인 세밀함으로 갈 때다.
-밸런스를 강조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밸런스가 좋으면 공·수 전환이 좋다. 거리와 간격이 일정하다는 얘기인데 그게 안 되고 공간이 비면 문제가 생긴다. 공·수 간격이 벌어지지 않으면 서로 패스를 주고받을 수 있다. 우리가 지금 10득점 5실점을 했다. 이상적인 수치로 본다.

-시즌 전만 해도 포항 팬들 한숨이 가득했는데 자신이 있었나.
나도 걱정은 했다. 지도자 5년 공백 기간에 한국 선수들의 장·단점이 뭔가를 봤다. 대한축구협회 부회장을 하면서 초·중·고·대·실업 무대를 두루 다녔다. 단점이란 게 오래된 습관이다. 그걸 어떻게 없애는가가 중요하다. 선수들이 보완점을 얘기하면 머리로는 이해를 하는데 몸이 안 되더라. 과거 나쁜 습관이 있기 때문이다. 우선 템포가 너무 늦다. 또 백패스가 많다. 두 가지 단점을 어떻게 바꿀까 고민하다가 훈련 프로그램밖에 없다는 것을 느꼈다. 백패스를 할 수 없는 프로그램을 구성하고 패스의 스피드를 실제로 느끼게 하는 게 필요하다. “우리가 어떤 패스를 5~6번 할 때 4초가 걸리면 그걸 1초 줄여야 한다”는 식으로 설명하고 훈련했다. 포항의 백패스가 과거보다 훨씬 줄었다. 백패스가 나와도 전진을 위한 백패스를 한다. 물론 아직 부족하다. 9일 인천전을 보면 전반엔 잘 됐는데 후반엔 오히려 상대보다 수적 우위에 있음에도 선수들이 편한 축구를 하더라.

-목표는 여전히 6강 진출인가.
계획대로 가고 있다. 6강이면 상위스플릿이다. 6강 이상 성적을 생각할 때 우승이 아니면 큰 의미가 없다. 어렵게 생각하지 않는다. 경기를 쉽게 하는 방법에 선수들이 익숙해졌다. 내용도 좋아지니까 자신감도 생겼다. 스쿼드가 약해도 경기 방법이 좋다면 체력 소모와 기술 부족을 보완할 수 있다. 젊은 선수들이 즐거워하니까 상승세를 탄다.

-투자 부족에 우려하는 시선은 여전하다.
구단이 노력을 많이 하고 있다. 새로운 비전 제시를 위해 힘쓰고 있다. 부모가 좋을 때도 있고 좋지 않을 때도 있다. 선수들에게도 “여러분들이 노력하면 과거의 자기 자리를 찾을 수 있다”고 말한다. 아버지가 어려운데 감당할 수 없는 빚을 내서 자식 공부를 시킬 순 없다. 축구계에도 포항과 수원의 투자 축소에 걱정하는 시선이 많다는 것을 잘 안다. 선수나 모기업에 그 동안 포항이 축구계에서 했던 역할과 할 일을 전달하고 있다.

-5경기 치러 본 뒤 K리그 클래식에 대해 느끼는 것이 있다면.
전력 차이가 크질 않다. 시민구단과 기업구단의 차이가 별로 없다. 팀간 전력차가 과거보다 뚜렷하지 않다. 기술·전술적으론 각 팀이 틀에 박힌 축구를 하는 것 같다. 1~2명의 정해진 선수를 갖고 결과를 내려고 한다. 단조로운 패턴을 갖고 승부하려는 게 보인다.

-원톱 양동현은 국가대표 공격수로 손색 없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그 동안 밖에서 동현이를 봤다. 실제로 같이 운동을 해보니 기능 면에선 (골잡이로서)틀림 없다. 골 넣고 팀의 전체적인 플레이에 가담하는 것 등이 그렇다. 스트라이커는 그 팀의 전술에 따라 많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내 경우엔 골 넣는 것부터 역산으로 계산해서 전술을 짠다. 골을 어디서부터 넣을 것인가, 크로스나 패스를 어디서 해야하고, 그 전에 설계를 어떻게 할 것인가, 그 다음 빌드업을 어떻게 할까 등으로 역산한다. 빌드업부터 올라가는 방법도 있지만 난 반대다. 많은 사람들이 “동현이가 없을 경우 혹은 동현이가 묶일 경우 어려울 것 아니냐”고 평가하는데 난 관계 없다고 본다. 우리 공격이 다양성을 갖고 있으니까 동현이에게도 꾸준히 찬스가 오고 또 주변으로도 올 거다. 결론을 얘기하면 대표팀에서 어떤 전술을 선택하는가가 개인의 능력및 색깔과 연관될 것이다. 동현이의 경우도 그렇다고 본다.

-6라운드는 승격팀 대구와 싸우지만 이후부터 전북 수원 서울 제주 등 강팀과 붙는다. 그 때부터 포항의 진짜 실력이 드러날 것이란 시각도 있는데.
그런 얘기가 있지만 우리 팀도 그 만큼 올라왔다. 그 팀들도 우리를 잡으려고 할 테고 그렇다면 더 많은 기회가 올 것이다. 제주 전북 서울과도 충분히 잘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silva@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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