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 이정후, '1994년의 김재현'을 떠올리게 하다
신일중와 신일고 시절 김재현은 숙달된 조교 같았다. 어린 나이에도 밸런스 잡힌 스윙을 했던 김재현을 보고 감독, 코치들은 “이렇게 스윙해야한다”며 다른 선수들을 가르치곤 했다.
현재 SPOTV 해설위원으로 마이크를 잡고 있는 김재현은 프로 입단 전, ‘초고교급 선수’였다. 1994년 LG 트윈스 입단 뒤 고졸 야수로는 드물게 단숨에 주전 자리를 꿰찼다. 그해 홈런 21개와 도루 21개로 바로 20-20 클럽에 가입했다. 그해 대졸 신인인 유지현-서용빈과 함께 우승 역사까지 만들었다.
올시즌 개막과 함께 주목받고 있는 고졸 신인 이정후(19·넥센)는 그 때 김재현을 떠올리게 한다. 이정후는 1994년의 김재현과 같은 2번타자에 외야수로 뛰고 있다. 이정후는 휘문고를 졸업하고 프로 무대로 뛰어들었다.
출발점에서만 해도, 이정후는 호타준족의 야수로 가능성을 보일 듯했다. 그러나 지난 8일 잠실 두산전에서 홈런 2방을 퍼올리며 지금까지와는 다른 방향으로 기대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김재현이 고졸 신인으로 보였던, 이른바 ‘펀치력’까지 뿜어내고 있다.
하루가 다르게 성장할 있는 게 ‘젊음의 힘’이기도 하다.
이정후는 겨우내 웨이트트레이닝으로 체중을 8㎏ 불렸고, 그 사이 타격에 힘이 붙었다. 장정석 넥센 감독도 단시간 내 이정후의 변화를 눈여겨봤다. 이정후의 포지션을 내야수에서 외야수로 돌린 것도 그 때문. 타격의 강점을 최대한 살려주는 데 초점을 맞추기로 한 것이다.
이정후는 올시즌 8경기에서 타율 0.286(28타수 8안타)에 2홈런 6타점을 기록하고 있다. 2번타자로 낙점된 가운데 프로야구의 트렌드가 된 ‘강한 2번타자’로 뻗어갈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
이정후는 그간 아버지 이종범(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의 선수 시절 모습과 이따금 비교되곤 했다. 아버지의 활약에 얼마나 접근할 수 있을지 기대를 모아왔다. 그런데 다른 한편으로는 김재현이 매우 또렷하게 떠오른다.
<안승호 기자 siwo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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