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커 피플] "영문 유니폼 입어야죠" 돌고 돌아온 문선민의 K리그 드림

입력 2017. 4. 4. 0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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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문선민. 사진제공|인천 유나이티드
스웨덴리그서 그토록 꿈꿔왔던 K리그로 수원삼성 상대 멀티골…극적 무승부 견인 강등 후보 1순위? “우린 챔스리그가 목표”

입맛에 맞는 음식이 많지 않았다. 스웨덴 사람들의 주식은 빵과 감자였다. 엄마의 손맛이 정말 그리우면 스톡홀름의 한인식품점을 찾았다. 비싼 라면과 햇반을 구입했다. 그래도 채워지지 않는 무언가가 있었다. 그가 설 곳은 유럽이 아닌 K리그였다. 마침 기회가 닿았다. 몇몇 팀과 접촉한 결과 K리그 클래식(1부리그) 인천 유나이티드가 적극성을 보여줬다. 전 소속팀 유르고르덴(스웨덴 1부)과의 계약기간이 3년 더 남았으나, 에이전시 BG스포츠의 도움으로 둥지를 옮기게 됐다. 공격형 미드필더 문선민(25)은 그렇게 인천 유니폼을 입었다.

인천 이기형 감독은 “성장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봤다. 성격도 활달하다. 언어력도 우수해 외국인선수들과 국내선수들의 소통에 큰 도움을 준다”고 칭찬한다. 본인은 “아직 보여주지 못한 것이 훨씬 많다”고 했으나, 새 시즌 클래식 초반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1일 수원삼성과의 ‘KEB하나은행 K리그 클래식 2017’ 4라운드 홈경기에서 2골을 몰아치며 ‘만우절의 기적’을 이끌었다. 문선민의 선제골로 1-0으로 앞서던 인천은 후반 막판 1-3까지 끌려가다 송시우의 만회골에 이은 문선민의 동점골로 값진 승점 1점을 확보했다.

유르고르덴 시절 문선민. 사진제공|유르고르덴 홈페이지
● 수원이라 더 특별했던 기억

수원은 문선민이 K리그에서 가장 먼저 접촉했던 팀들 중 하나였다. 그러나 결론은 부정적이었다. 수원은 물음표를 던졌다. ‘K리그에서 통할 수 있겠냐?’ 인연이 닿지 않은 수원과의 일전을 앞두고 선발출전을 통보받은 문선민의 가슴은 뛰었다. 마침 인천과 수원에는 학창시절의 추억을 공유한 친구들이 있었다. 후반 39분 문선민의 3-3 동점골을 어시스트한 박용지, 전반 43분 수원의 1-1 동점골을 만든 김종우, 후반 9분 수원의 3번째 골을 넣은 장현수 등이 문래중에서 함께한 친구들이다.

그들 가운데 문선민이 가장 늦게 알려졌다. 그의 이름이 처음 알려진 때는 2011년.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괴로운 시기였다. 대학과 프로에서 모두 외면당한 그의 마지막 희망은 스포츠브랜드 나이키가 주최한 축구 오디션이었다. 전 세계 경쟁자들을 따돌리고 최종 8인에 선정된 뒤 스웨덴 외스테른순트(당시 3부)에 입단했다. 성장은 계속됐다. 외스테른순트의 2부 승격을 함께했고, 2015년 스톡홀름에 연고한 1부 유르고르덴으로 임대됐다. 한국선수 특유의 성실성과 노력에 탄복한 유르고르덴이 지난해 완전이적을 제안한 것은 당연지사. 그러나 문선민의 ‘풋볼 드림’은 스웨덴 최고 선수도, 유럽 빅리거도 아니었다. 그에게는 K리그가 꿈이었다. 과거 시즌 휴식기에 맞춰 챌린지(2부리그) 서울이랜드FC의 신인 공개 테스트에 참여했으나, 하필 전날 복통으로 응급실을 다녀오는 바람에 제 실력을 보여주지 못한 채 탈락한 아픔도 있다.

오랜 기다림에서 분출된 열망을 초록 그라운드에서 마음껏 펼쳐내고 있다. 지난달 18일 전북현대와의 클래식 3라운드(0-0 무)에서 전반 8분 김대경의 부상으로 긴급 투입된 문선민은 특유의 주력을 앞세워 페널티킥 찬스를 유도하는 등 국가대표급 상대 수비진을 혼란에 빠트렸다. 이어 k리그 통산 2번째 출전이자 첫 선발 경기에서 2골로 모두를 놀라게 했다. “전북전에서 많은 찬스를 놓쳤다. 오늘(1일)은 놓치고 싶지 않았다. 이를 악물고, 한 발 더 뛰었다. 또 이기지 못했다. 많이 아쉽다.”

인천 문선민.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 영문 유니폼을 입을 내년을 향해!

전북에 이어 수원을 상대로도 물음표 대신 느낌표를 남긴 문선민은 2경기 2골을 기록 중이다. 굉장한 활약이다. 그래도 여전히 배고프다. 4년여의 갈증을 살짝 씻었을 뿐이다. 돌고 돌아온 간절함을 하루아침에 해소할 수는 없다. 더욱이 자신이 공격 포인트를 올리고 팀이 승점 3점을 얻는 시나리오도 아직 완성하지 못했다.

시즌 개막을 앞두고 많은 이들이 인천을 ‘강등 후보 1순위’로 꼽았다.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인천의 목표는 꽤 높다. 그저 클래식에서 생존하는 것만이 아니다. 상위 스플릿(1∼6위) 진입, 나아가 내년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출전권 확보다. 물론 매 순간이 몹시 버겁다. 개막 이후 4경기에서 3무1패로 아직 승리를 신고하지 못했다. 그래도 인천은 결코 호락호락한 상대는 아니다. 짠물수비만이 아니라 화력도 갖춘 저력의 팀으로 인식되고 있다. K리그에서 통하는 자신을 증명한 문선민도 그 한 축을 맡고 있다.

“가능하면, 기회가 있다면 공격 포인트 15개 이상이 올해 목표다. 빨리 채워 상향조정하고 싶지만 서두르지 않겠다. 조명을 받는 데 익숙하지 않다. 득점과 상관없이 팀이 이기면 더 없이 행복할 것이다. 승리의 기쁨을 동료들과 만끽하고 싶다. 영문 이름을 등에 새기자(AFC 챔피언스리그 출전)고 스스로와 약속했다. 우리는 할 수 있다.”

인천 문선민. 사진제공|인천 유나이티드
● 문선민

▲생년월일=1992년 6월 9일 ▲키·몸무게=172cm·68kg ▲포지션=미드필더(MF) ▲출신교=문래중∼장훈고 ▲프로 경력=외스테른순트(스웨덴 3부·2012년 1월∼2015년 7월), 유르고르덴(스웨덴 1부·임대·2015년 7∼12월), 유르고르덴(완전이적·2016년 1∼11월), 인천 유나티이드(2016년 12월∼현재) ▲K리그 통산 성적=2경기·2골 ▲각급대표 경력=17세 이하(U-20) 대표팀(2009년)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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