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처 없어서 곳간만 가득".. 10대그룹 사내유보금 550조

문혜원 2017. 4. 3.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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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국내 기업의 순자금조달 규모는 44년 만에 최소 규모로 줄어들었고 기업들의 사내유보금은 역대 최대 수준으로 치솟았다.

정치권을 중심으로 사내유보금을 풀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기업이 자금을 풀 만한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더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3일 한국은행의 자금순환표를 보면 지난해 기업(비금융기업)의 순자금조달(조달-운용) 규모는 9860억원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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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년말보다 3조6000억 증가
돈 안 돌고 경기위축 악순환
순자금조달 규모 9860억원
44년만에 '최소' 대조적
정치권 "사내유보금 풀어야"
전문가 "투자환경부터 조성"

지난해 국내 기업의 순자금조달 규모는 44년 만에 최소 규모로 줄어들었고 기업들의 사내유보금은 역대 최대 수준으로 치솟았다. 정치권을 중심으로 사내유보금을 풀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기업이 자금을 풀 만한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더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3일 한국은행의 자금순환표를 보면 지난해 기업(비금융기업)의 순자금조달(조달-운용) 규모는 9860억원에 그쳤다. 이는 2015년의 7.7%에 불과했고 1972년 5440억원 이후 44년 만에 가장 적은 수준이다.

반대로 가계는 지난해 순자금운용액이 70조5160억원으로 전년보다 25.2%나 급감하면서 2012년 이후 4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국민총처분가능소득 1632조6000억원 가운데 가계(가계에 봉사하는 비영리단체 포함) 소득은 929조6000억원으로 56.9%로, 2015년 57.2%에서 0.3%포인트 떨어졌다. 가계의 삶은 점점 팍팍해지고 있지만, 기업의 부채는 개선되고 있다. 한은에 따르면 기업 부채비율은 2012년 88.3%에서 지난해 6월 말 75.9%로 줄었다. 부채비율은 자기자본과 부채를 비교한 비율이다. 중소·영세기업은 어렵지만 전반적인 기업 부채는 호전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6월 말 현재 10개 그룹 상장사의 사내 유보금은 550조원으로 전년 말보다 3조6000억원 증가하면서 역대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

국내 기업들은 내부 유보금이 늘면서 외부 자금조달을 줄여가고 있다. 지난해 한 해 동안 은행의 기업대출(원화 대출)은 20조8000억원 늘어나는 데 그쳐, 증가 규모가 2015년 48조3000억원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기업이 불투명한 경기 전망으로 투자를 망설이면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채 현금이나 유·부동자산 등으로 쌓아두는 현상으로 풀이된다.

전통적으로 주주들의 자본금 외에 더 필요한 자금을 외부에서 빌려 투자하고 제품과 서비스를 생산해 이윤을 낸 뒤 이를 주주와 대부자·직원들에게 배당·이자·급여의 형태로 배분하는 게 기업의 역할이다. 그러나 대내외 정치·경제적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기업들이 투자를 꺼리다 보니 시중에 돈이 풀리지 않고 결국 경기 위축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거듭되는 것이다.

정치권에서는 일찌감치 사내유보금을 인질로 삼아 법인세율 인상을 논한 바 있고, 최근 일부 대선주자들은 사내유보금을 풀어 고용창출을 이루겠다는 대선공약을 펼치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공약의 효과는 일시적일 뿐이라는 게 중론이다. 경제전문가들은 기업이 투자할 수 있는 환경부터 만들어줘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세계은행이 지난해말 발표한 '2016년 기업환경평가' 결과를 보면 '기업경영하기 좋은 나라'를 평가받는 190개국 중 한국은 2015년(4위)보다 한 단계 추락한 5위로 나타났다. 한국의 연도별 순위는 2008년 전년보다 한단계 낮은 23위를 기록한 이후 매년 꾸준히 상승해 2015년 역대 최고 순위인 4위까지 올랐지만, 지난해에 8년 만에 처음으로 하락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정치권이 주장하는 기업의 투자를 통한 일자리 확대 효과는 일시적"이라며 "그보다는 기업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고, 기업의 고용환경도 개선해야 가계소득이 증가하는 경제의 선순환이 이뤄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문혜원기자 hmoon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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