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쓰리고]'셰프 마음대로' 365일 메뉴가 바뀌는 '요수정'

정가람 기자 입력 2017. 4. 1.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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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제] ???: 막내야~ 오늘은 뭐 먹을까? !!!:....... 전.. 아무거나 괜찮습니다! (등에서 식은 땀이 주르륵)
이것저것 메뉴 추천해도 결국 돌아오는 말....“그건 좀..” 대한민국 ‘막내’ 직장인들 힘내세요!
매일 점심을 사 먹는 직장인 혹은 대학생이라면 도돌이표처럼 무한 반복되는 과제에 직면하게 된다. 바로 ‘오늘의 점심 메뉴 정하기’다. 누군가 제발 속 시원히 우리 부서 점심 메뉴를 정해준다면 (물론 부원 모두의 입맛을 다 고려한다는 전제하에) 얼마나 좋을까. 오늘도 점심 메뉴를 고민하는 독자들을 위해 ‘답정너’(답은 정해져 있고 너는 대답만 하면 돼 라는 뜻의 신조어) 식당을 준비했다.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이탈리안 음식점 ‘요수정’이다. 이 곳은 ‘엿장수 마음대로’라는 말처럼 셰프가 매일 공수해오는 재료에 따라 점심·저녁의 메뉴가 바뀐다. 메뉴판은 가게 오픈 직전에 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서 공개한다. 인근 대학교 학생들, 몇몇 아는 사람만 안다는, 정말 나만 알고 싶은 맛집 요수정. 색다른 맛집을 찾고 싶은 독자들이라면 이번 편 주목하자. One go! ‘지식을’ 씹고! 아프리카의 사하라 사막부터 북극과 가까운 그린란드에 이르기까지 ‘이것’이 자라지 못하는 환경은 없다. 한때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영화 마션에서도 주인공이 화성에서 ‘이것’을 재배하는 장면이 나왔다. 밀, 옥수수, 쌀에 이어 세계에서 네번째로 많이 생산하고 있다는 식재료 바로 ‘감자’다. 우리나라에는 감자가 조선 후기 순조 24년에 만주의 간도 지방에서 두만강을 건너 들어왔다고 알려진다. 북쪽에서 왔기 때문에 당시 북감자라고 부르기도 했다. 함경도 지방에서는 양감자라고 하여 외래 작물임을 말해주고 있다. 그러나 본격적인 전파는 일본 제국주의자들의 자원 수탈이 극에 달한 19세기 초에 들어서다. 잦은 전쟁 등 극한 상황에서 국민들이 주린 배를 채워준 것이 바로 감자였다. 하지만 알고 보면 감자는 채소만큼이나 많은 비타민과 미네랄 등을 함유하고 있어 ‘땅 속에서 나는 사과’라고 불리는 식재료계 팔방미인이다. 특히 동양의 주식이 쌀이라면 서양에선 밀과 함께 감자를 주식으로 꼽을 정도로 감자는 세계인에게 없어선 안될 식재료다. 전 세계의 대표적인 감자 요리엔 이탈리아 ‘뇨끼’, 스위스 ‘뢰스티’, 스페인 ‘파타타스 브라바스’, 터키 ‘쿰피르’ 등이 있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이탈리아 ‘뇨끼’, 스위스 ‘뢰스티’, 터키 ‘쿰피르’, 스페인 ‘파타타스 브라바스’, 모습 /사진=위키백과
영양만점 감자의 제철을 맞아 이번 맛집기자들이 방문한 이 식당의 시그니처 메뉴 역시 스위스식 감자전 ‘뢰스티’다. 과연 이 집 메인 셰프의 손맛은 과연 어떨까. Two go! 화끈하게 빨고!
‘요수정’이라는 이름을 들었을 때 운치좋은 ‘정자(亭子)스타일’의 인테리어를 상상했던터라 가게에 도착해서 살짝 당황(?)했다. 사진에서 볼 수 있듯이 간판이 작은 편이라 자칫하면 못찾을 수도 있다.
요수정은 2층까지 자리가 마련돼있다. 요수정의 메인 셰프가 보일락 말락~ 이 가게의 가장 큰 매력은 셰프님이 직접 친절하게 서빙도 해주시고 요리 설명도 해주신다는 것! 단, 주문이 밀리는 피크타임엔 홀 직원분이 서빙을 해준다. 만약 요리가 궁금하면 언제든지 질문을 하자. 주방에서 셰프님이 요리하면서 큰 목소리로 대답해주신다.
맛집 기자들이 방문한 날이 ‘금요일 저녁’이어서 사전에 예약을 해뒀다. 사진에서 느껴지듯(?) 매장이 넓은 편이 아니기 때문에 중요한 약속이라면 미리 예약을 해두는 것이 좋다.
메뉴판이 참 투박하다. ‘무심한듯 시크하게’ 프린트해 파일철돼있다. 매일 메뉴가 바뀌기 때문에 메뉴판을 자세히 보면 아래에 날짜가 적혀있다. 메뉴판 역시 매일 바뀐 메뉴에 따라 교체해야하니 심플할 수 밖에. 참고로 맛집 기자들은 이 날의 저녁메뉴를 다 주문했다.
가장 먼저 나온 이 집의 시그니처 메뉴 ‘감자전’이다. 유일하게 바뀌지 않는 고정 메뉴라고 한다. 흔히 생각하는 동그란 감자전이 아니다. 스위스 대표 요리인 ‘뢰스티(Roesti)’로 감자를 갈지 않고 채썰어 만드는 감자부침개다.
실타래처럼 한올 한올 엉켜있는 감자가 보이는가. 이 집은 전분이나 밀가루를 사용하지 않고 채썬 감자만으로 뭉쳐 튀겨낸다. 한입 베어물면 ‘사각’하는 소리와 함께 촉촉한 식감이 느껴진다. 목청이 뻥 뚫리는 생맥주를 안 시킬 수가 없다.
순식간에 감자전을 흡입하고나니 왕새우 푸실리 파스타가 뿅! 특별한 소스없이 오일과 후추, 치즈 등으로 버무려 볶아냈다. 흠이 있다면 개미모이만큼의 적은 음식양ㅠㅠ. (나는 여전히 배가 고프다)
‘왕새우’라는 이름에 걸맞게 정말 사이즈가 왕만하다. 거기다가 한 입에 쏙 넣기 좋게 발라져 있어서 먹기 편하다. 신선한 새우를 사용해서 그런지 탱글탱글한 식감이 살아있다. (하지만 나는 배터지게 먹고 싶다ㅠㅠ)
금세 비어버린 접시를 아쉬워하고 있을 쯤 ‘까만안경’이 나왔다. 한우 엉덩이살과 다진 오징어 그리고 먹물이 들어간 고로케다.
처음 요리를 딱 봤을땐 흔한 고로케의 모습이지만 속살을 보니 뭔가 비상해보인다. 김이 모락모락~ 호호 불어 얼른 입에 쏙! 살살 녹는다~~ 하지만 이 역시 고작 두덩이라니ㅠㅠ
오늘의 대미를 장식해줄 ‘거북바위’. 실제로 경남 거창에 위치한 요수정 옆에 거북바위가 있다고 한다. 돼지갈비를 저온에 구워낸 요리다. 조미료를 일체 쓰지 않았다고 한다. 이 메뉴가 오늘의 베스트였다.
비주얼은 퍽퍽해보이지만 막상 먹어보면 적절하게 소스가 배어들어 촉촉하다.
윤기가 좔좔 흐르는 저 살점이 보이는가. 만약 당신이 방문했을 때 메뉴판에 ‘거북바위’ 요리가 있다면 꼭 먹어보길 바란다. 마지막에 나온 거북바위 요리로 이 날 유종의 미를 거뒀다.
맛집기자들의 오늘 미식 품평이 끝났으니 이제 남은건....부어라~마셔라~오늘밤은 실컷 취해보자꾸나~
Three go! ‘그 남자의 손 맛’을 추억하고! ‘뭐지 이 익숙한 낯섦은... 그래 그 남자였어!’ 간장 종지에 김이 모락나는 감자전을 푹 찍어 냉큼 한 입 베어 물었을 때였다. 문득 그 남자와의 숨 막히는(?) 저녁 식사 자리가 주마등처럼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사각 사각’ 감자전을 씹을수록 캐나다에서 겪었던 아찔한 연애사가 선명하게 떠올랐다. 4년 전, 우연한 기회에 아니 얼떨결에 캐나다 워킹홀리데이에 당첨되는 바람에 1년간 계획에도 없었던 타지에서의 생활을 했었다. 당시 캐나다 워킹홀리데이 프로그램은 1년에 딱 2번 참가자들을 선발했는데 온라인 선착순 접수를 성공한 사람들에게만 기회가 주어졌다. 상·하반기 각 2,000명씩 총 4,000명만이 캐나다 워킹 비자를 받을 수 있었기 때문에 대학 수강신청보다도 훨씬 치열했다. 6개월 전부터 캐나다 유학을 차근차근 준비하고 있었던 필자의 친구는 탈락의 불안감에 일찌감치 필자에게 도움을 청했다. 대망의 접수 날 밤 12시(한국시간) 접수 시스템이 열렸고 필자는 비교적 순탄하게 광클(광속 클릭)전쟁에서 승리했다. ‘이거 시스템 오류인가? 너무 쉽게 신청되는데?’ 확인차 필자의 이름을 다시 써넣어보다가 덜컥 접수돼버렸고 그렇게 필자는 캐나다로 떠나게 됐다. (떠나자 미지의 세계로~)
‘이건 운명이다!’ 한치의 고민도 없었다. 최종 합격이 발표나고 아는 동생의 동생이 소개해준 ‘음식이 끝내준다는’ 홈스테이 숙소만을 예약한 채로 곧바로 출국했다. 아무런 준비도 계획도 걱정도 없이 무념무상으로 떠난 캐나다의 삶은 정말 운 좋게도 술술 잘 풀렸다. 한국에서의 바리스타 근무 경험 덕분에 곧바로 카페 매니저로 일하게 됐다. 또 그래픽 자격증 덕분에 프리랜서 디자이너 일까지 구해 투잡을 뛰게 됐다. 한국에선 하나도 안되던 취업이 캐나다에서 한방에 해결되다니, 정녕 필자는 캐나다에 적합한 인재였을까. 거기에다 아주 소울(Soul)이 잘 통하는 홈스테이 주인까지 만나 더할 나위 없이 심신이 행복한 날들이었다. 캐나다 생활에 조금씩 적응해갈 때쯤 캐나다 공휴일 중 하나인 ‘패밀리 데이(Family day·매년 2월 셋째 주 월요일)’가 다가왔다. 그 날은 대개 캐네디언들이 집에서 가족들과 함께 보내는 날이기 때문에 필자 역시 새로운 가족들과의 저녁 홈파티가 예정돼 있었다. 새 식구였던 필자를 위해 집주인은 특별히 자신의 오래된 베프들도 집으로 초대해 소개해준다고 했다. 저녁 6시쯤 집주인의 오랜 친구들이 홈파티용 음식들과 샴페인을 손수 준비해 삼삼오오 모여들었다. 그 중 단연 돋보였던 한 손님이 있었는데 훤칠한 키에 잘생긴 독일계 캐나다인이었다. 맛있는 음식과 유쾌한 사람들이 모이니 금세 저녁 식사 자리가 화기애애졌다.
한창 분위기가 무르익어 거의 뭐 2차까지 쭉 달리는 분위기가 되자 독일계 캐네디언은 자신의 주종목(?)라며 직접 만든 독일식 감자전을 펼쳐보였다. 캐나다의 명물이라는 메이플 시럽과 함께. ‘사각사각’ 감자결이 살아있는 감자전 한 조각에 메이플 시럽을 찍어 먹으니 단맛과 쓴맛이 적절히 섞여 오묘한 맛이 났다. 정체불명의 이 음식 맛을 음미하고 있을 때 갑자기 독일계 캐네디언 친구가 불쑥 집주인 곁으로 다가가 허리를 감싸더니 감자전 한조각을 입에 넣어주는 것이 아닌가. 생애 처음 글로만 봤던 남성동성애 일명 ‘게이’들의 진한(!) 연애사를 눈앞에서 목격했다. 그렇다. 필자와 소울이 잘 통한다던 집주인은 남성이었다. 필자는 애써 못본 척 감자전을 폭풍 흡입했다. 그 뒤로 한참 동안 그 둘은 독일어와 영어를 적당히 섞어가며 대화를 나누더니 갑자기 필자에게 다가왔다. “He is special. You know what I mean?” “(멋쩍은 미소와 함께) Sure. You guys look so good!”
그 날 처음 맛본 메이플 감자전의 맛은 그들의 사랑만큼이나 낯설고도 강렬했다. 생각해보니 이 날의 캐네디언식 홈파티도, 낯선 이들과의 만남도, 메이플 시럽을 곁들인 독일식 감자전도 모두 내 인생의 첫 경험이었다. 물론 얼떨결에 게이 친구들을 사귀게 된 것도. 한꺼번에 다가온 낯섦 덕분에 그 날 먹었던 메이플 감자전은 서서히 기억 속에 묻혀졌다. 그 사건 이후 그들과 몇번의 저녁식사자리를 함께한 뒤 그 둘은 독일로 장기 여행을 떠난다고 했고 자연스럽게 필자도 다른 집을 구해 이사를 가게 됐다. 잊을 수 없는 그 남자들의 손맛과 연애사는 그렇게 아찔한 추억으로 남게 됐다. ‘뭐지 이 익숙한 낯섦은.. 그래 그 남자(들의 연애)였어!’ 올해 캐나다 건국 150주년이라고 한다. 이번 휴가엔 메이플향 가득한 그 남자의 손맛을 추억하며 캐나다 여행 계획을 세워봐야겠다. /정가람기자 garamj@sedaily.com **위치: 6호선 대흥역 4번 출구로 나와 약 300m 정도 쭉 걸어간 후 좌측 큰 골목으로 200m 정도 걸어가면 벽산아파트 상가에 위치. 서울특별시 마포구 신수동 광성로 28
**가격: 점심메뉴 8,000원선, 저녁메뉴 11,000원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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