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씨의 #그래도_연애] 솔로대첩 '300 특공대' 체험기

솔로대첩‘300특공대’였던기자 입력 2017. 3. 31. 15:31 수정 2017. 3. 31. 16:39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영화 ‘300’의 포스터. /출처=네이버캡처
[서울경제] ‘300’

“스파르타”를 부르짖던 영화 ‘300’이 뇌리를 스칩니다. 영화는 도무지 게임이 될 수가 없는, 질 게 명백한 페르시아 100만 대군을 온 몸으로 막아내기로 결심한 300명의 스파르타 전사들을 담아냅니다. ‘전장’에 나선 그들의 눈엔 공통점이 있습니다. ‘간절함’에서 비롯된 용기죠.

그런 점에서 영화 ‘300’은 제가 경험한 ‘솔로대첩 300’과도 닮은 점이 꽤 많습니다.

(쓰고 보니 자기합리화네요 ㅋㅋ)

연인이 될 확률을 계산하고 믿어서라기보다 ‘이렇게 좋은 봄날, 더는 혼자 보내고 싶지 않다’는 데서 비롯된 간절함. 솔로대첩에 참가한 300명의 전사들. 남자 150명과 여자 150명은 그게 재미든 호기심이든 어떤 형태로든 용기를 냈습니다.

저도 마찬가지였죠. 제 용기는 호기심 반, 취재 반이었습니다.

귀띔하자면 솔로대첩은 ‘한 번쯤 경험해도 괜찮은, 초심자라면 놀랄 만한 일이 꽤 많은 이벤트’ 였습니다.

/출처=웹툰‘마음의소리’캡처
#. 예정된 시간보다 10분 가량 늦게 도착. 그랬더니 여자만 바글바글?!

뭐든 첫인상이 중요한 법인데 장소에 들어서자마자 ‘뜨악’했습니다. 놀이기구 타듯 일렬로 길게 늘어선 줄에는 온통 여자뿐이었습니다. ‘나이를 먹을수록 다급해지는 여자들이 이토록 많단 말인가’ 하는 섣부른(?) 판단과 함께 줄 끝에 섰습니다. 제 차례가 되자 누가 봐도 협찬으로 보이는 여행용 치약 1개와 숙취 음료가 손에 쥐어졌습니다. 손목엔 지정 음식점 자유이용권에 해당하는 하얀 띠가 둘러졌습니다.

알고 보니 참가자는 여자 150명, 남자 150명으로 동일했습니다.

남자에 비해 조금 늦게 도착한 여자들이 많았을 뿐이었던 거죠.

2대 2 미팅이기 때문에 저는 동료 기자와 함께 참석했습니다. 기사를 쓰기 위함이기는 했지만 전혀 모르던 사람을 만나게 된다는 생각에 고백하자면 약간 설렜던 것도 사실입니다.

/출처=MBC무한도전캡처
#. 2대 2가 좋은 이유, 어색한 침묵의 무게가 반으로 줄어들기 때문

단 둘이 대화할 때 이야깃거리가 떨어지면 영겁 같은 침묵이 흐릅니다. 분위기는 금세 어색해지고 두 눈은 할 말을 찾아 허공을 헤매기 시작합니다. 뇌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근태(근무태도)’가 엉망입니다. 하지 않았다면 더 좋았을 법한 말도 툭툭 내뱉게 내버려 두니까요.

누군가를 처음 만난다는 건 사실 꽤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하는 일이죠. 상대방의 몸짓, 표정 하나하나 주시하고 반응해야 합니다. 그러나 친한 친구와 함께라면 잠깐 쉬는 게 가능합니다. 중간중간 호응이 필요한 경우엔 옆에 앉은 친구를 바라보면 됩니다. 충분한 리액션을 손쉽게 얻을 수 있죠.

이런저런 이유로 ‘아는 사람’이 함께 한다는 건 새로운 만남에 대한 부담을 반으로 줄여주는 효과가 있습니다.

주최측 입장에서도 이득입니다. 행사를 지속하려면 참가자들의 만족도를 높이는 게 우선입니다. 당연히 솔로대첩 참가자들의 만족도는 커플 성사 비율과 비례합니다. 커플 성사 비율을 높이려면? 최대한 많은 이성을 만나게 해줘야죠. 어색함은 최소화하되 기억에 남을 만한 인원 수로는 2명이 가장 적당하다는 판단을 한 거죠.

/출처=MBC무한도전캡처
#. 2대 2가 나쁜 이유, 결국 내 옆의 그, 그녀는 경쟁자다

그러나 2대 2는 살펴보면 단점도 꽤 많습니다. 한 사람을 두고 친구와 경쟁해야 할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30~40분은 누군가를 알아가기엔 지나치게 짧은 시간입니다. ‘호감이 생긴다’ 정도면 아주 성공적이라는 뜻입니다. 그런데 사람 보는 눈은 비슷한 경우가 더 많다고들 합니다.

온라인 쇼핑몰을 열심히 뒤져서 ‘득템’한 블라우스를 개시한 날, 옆 부서 김대리와 “쌍둥이 아니냐”는 소리를 듣고.

분위기는 좋은데 인적이 드문 카페를 찾았다며 ‘나만의 아지트’로 삼겠다고 마음 먹은 지 일주일 만에 ‘만인의 아지트’로 전락하고.

내 눈에 좋아 보이는 건 남의 눈에도 좋아 보인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사람도 마찬가지죠.

‘괜찮다’거나 ‘어떤 사람일지 궁금하다’고 느끼면 내 친구도 그에게 호감이 생겼을지 모릅니다.

그래서일까요?

그 날 총 4팀(남자 8명, 최대 5 군데의 지정된 식당·카페에서 ‘5팀=10명’을 만날 수 있다)을 만났는데 그 중 3팀이 혼자 온 남성분들의 조합이었습니다. 주최측은 혼자 참가한 사람들을 비슷한 연령대로 묶어줬습니다. 솔로대첩용 일일 파트너죠. 잘 아는 친구와 경쟁하는 것보다는 생판 모르는 남과 하는 게 더 낫겠다는 판단이 조금은 작용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이순재 할아버지가 생각나네요…
#. 간만 보니까? 개인정보는 묻지도 따지지도 마세요

정말 묻지도 따지지도 않습니다.

소개팅은 으레 나이·직장·성격·스타일·외모 정보를 공유하는데 그런 절차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어디 사는지 어떤 직종에 종사하는지 어느 회사를 다니는지 묻지도 따지지도 않습니다. 아니, 묻더라도 대답할 필요가 없습니다. (지극히 주관적인 경험이라는 전제가 이 글 전체에 깔려있다는 걸 다시 한번 알려드립니다. ‘저는 안 그랬는데요’라고 묻지도 따지지도 말아 주세요. ㅠㅠ)

한 분은 “회사가 어디...?” 라고 했다가 바로 질문을 정정했습니다.

“아, 그게 아니고 사무직이세요?”

개인정보와 관련된 질문은 매우 조심스럽게 그리고 적정선을 넘지 않아야 한다는 규칙이 존재하는 듯 했습니다. 그렇게 추리다 보니 할 수 있는 질문이라곤 취미·좋아하는 영화 정도가 다였습니다. 물론 압도적으로 많았던 건 직장을 알리지 않는 채 하는 직장 이야기였죠. ‘회사 밖에서도 회사 얘기 말고는 할 게 없다니’ 약간의 자괴감마저 들더군요.

(이 때 ‘취미를 이야기하면서 30분 이상 수다를 떨 수 있는 이성이라면 매력적이겠다’는 생각을 문득 했습니다. 쉴 때 자거나 TV를 보는 것 말고 기꺼이 즐겁게 할 수 있는 무언가가 있다는 건 그만큼 인생을 다채롭게 사는 사람일 것 같았거든요.)

#. 당신의 운을 믿는다면, 주선자 눈치 보고 싶지 않다면 도전!

직장인이 되면 세상의 반경은 좁아집니다. ‘직장-집-직장-집-가끔 친구’ 이 사이클 속에서 색다른 만남을 기대하는 건 어렵습니다. 만날 사람이 없다고들 하지만 그만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다는 게 더 정확한 표현입니다. 그런 면에서 솔로대첩에 나오기를 결심하고 실천한 직장인 모두 박수받아 마땅하죠.

결과와 관계없이 한 가지 확실한 건 다양성이 보장된다는 겁니다. 방금 언급했듯이 결과와는 무관하게요.

그 날, 제가 만난 8명의 이성 중 일반 기업에 재직 중인 직장인은 세 명이었습니다.

제가 지인에게 소개팅을 받는다면? 그 지인의 동료이거나 친구일 텐데 직장인일 가능성이 90% 이상이라고 봅니다. 보통 인맥은(소개팅을 거론할 만큼의 친분을 유지하고 있는) 한정적이죠. 내가 다니는 회사·종사하는 직종을 기반으로요.

나머지 네 명은 제 주변에는 없는 분들이었죠. 경호원, 엔지니어, 작곡가, 조종사.

아, 거론되지 않은 한 분은 기자였습니다. (좌우로 고개만 돌려도 가득하네요.)

그래서 철저히 제 개인적인 경험에 근거해 ‘운을 믿는 이라면 도전해 보시라’ 권하고 싶습니다.

미지의 세계를 간접 탐험하는 것 같달까요?

저는 특히 작곡가 분이 기억에 남습니다.

(지금 나오는 이 노래 알아요? 라고 대화를 시작하셨죠. 다행히 아는 노래였네요. ㅋㅋ)

어떤 식으로 곡 작업을 진행하는지, 하루를 어떻게 보내는지 등 그 분에게는 일상이지만 제게는 신기한 것 투성이였거든요.

주선자와 껄끄러워 질까봐 소개팅을 주저하는 분께도.

소개팅보다는 첫 만남이 가볍기를 원하는 분께도.

이렇게 말씀드리고 싶네요.

“큰 기대는 하지 마시고 한 번 시도해보세요. 생각보다 재밌을지 모르잖아요.”

(복불복이란 거 잊지 마세요.)

/솔로대첩‘300특공대’였던기자

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