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년 전 무심코 나눈 한마디.. 무대 위 '송어'로 펼쳐지다

김경은 기자 2017. 3. 28. 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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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토 10주년 페스티벌 '카니발'
용재 오닐이 음악감독 맡아
정경화, 후배 네 명과 합주

2001년 부산, 미 줄리아드 음악원의 강효 교수가 이끄는 실내악단 세종솔로이스츠의 멤버로 처음 한국에 온 비올리스트 리처드 용재 오닐(39)은 뜻밖의 만남에 뛸듯이 기뻤다. 당시 협연자는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69). 스물셋 청년에게 하늘 같은 존재였던 그녀가 "우리, 언제 같이 연주해야지?"라고 인사했던 것이다. 그는 들떠서 "지금 당장요!"라고 흔쾌히 받았다.

그 후 16년. 농담처럼 오갔던 한마디가 현실이 됐다. 오는 7월 1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리는 그랑 갈라 콘서트 '디토 파라디소'에 정경화가 출연, 2부에서 용재 오닐을 비롯한 후배 네 명과 실내악 연주를 선보이기 때문이다. '보다 즐거운 클래식, 클래식에의 공감'을 내걸고 2007년 앙상블 디토를 결성한 용재 오닐의 디토 10주년 페스티벌 '카니발'(6월 14일~7월 2일)의 여덟 무대 중 하나다.

신선한 조합이다. 용재 오닐을 비롯해 앙상블 디토를 거쳐간 역대 멤버인 피아니스트 임동혁(33), 첼리스트 문태국(23), 더블베이시스트 성민제(27)가 함께한다. 이 넷의 평균 나이는 30.5세. 한국을 대표하는 바이올린 여제(女帝)가 아들뻘 후배들과 합주에 나선 것이다. 곡목은 슈베르트의 피아노 오중주 '송어'다.

이 곡은 '우정의 상징'이기도 하다. 1969년 당시 스물여섯 젊은 나이에 영국 사우스뱅크 여름 음악축제의 예술감독이 된 지휘자 다니엘 바렌보임이 저마다의 분야에서 한창 가능성을 인정받고 있던 친구들을 불러모아 연주한 뒤의 일이다. 청년 바렌보임(피아노)과 이츠하크 펄먼(바이올린), 재클린 뒤프레(첼로), 핀커스 주커만(비올라), 주빈 메타(더블베이스) 5인방은 평안함과 청명함이 공존할 수 있다는 깨달음의 연주를 들려줬다.

지난해 5월 중국 베이징을 시작으로 상하이, 서울, 도쿄, 런던 바비칸센터(5월 10일), 뉴욕 카네기홀(5월 18일) 등 세계 20여개 도시에서 바흐 무반주 전곡(全曲) 리사이틀을 열고 있는 정경화는 후배 연주자들에겐 이루고 싶은 꿈이자 넘어서야 할 산이다. 용재 오닐은 "정경화 선생님은 내가 지금 연주하는 이유"라고 했다.

▷디토 파라디소=7월 1일 오후 8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1577-52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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