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뉴스1

세월호 본체 인양 시작.."이렇게 쉬운 일을 왜 이제서야"

권혜정 기자,정재민 기자 입력 2017.03.22. 21:27 댓글 0
음성 기사 옵션 조절 레이어
글자 크기 조절 레이어
"朴 전 대통령 탄핵 되고 일사천리..분노 감출 수 없어"
22일 오후 세월호 침몰 해역인 전남 진도군 동거차도 앞바다에서 재킹바지선 등 선박들이 세월호 인양작업을 하고 있다. 해양수산부는 세월호 선체가 해저면에서 약 1m 인양됐다고 밝혔다. 현재 인양현장은 세월호 인양을 위해 24시간 근무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17.3.22/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서울=뉴스1) 권혜정 기자,정재민 기자 = 수학여행을 떠나던 고등학생을 태운 세월호가 깊은 바다 속으로 잠긴 지 1072일 만인 22일 저녁. 세월호 본체 인양 소식이 알려진 이날 세월호 유가족들이 긴 밤을 지샌 서울 광화문광장은 평소와 다름 없는 모습을 보였다.

퇴근 시간을 훌쩍 넘긴 오후 9시, 광화문 광장에는 세월호 참사를 위한 수요미사 등에 참석하고 집으로 향하는 시민 몇명 만이 자리해 있었다. 많은 이들이 모인 광화문광장은 아니었지만 이곳에 있는 시민들은 모두 '세월호의 온전한 인양'을 간절히 바라는 모습이었다.

이곳에서 만난 박지혜씨(35·여)는 "세월호가 온전한 상태로 인양에 성공됐으면 좋겠다"며 "다만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되고 이렇게 빠르게 인양이 진행되는 것이 우연일까 하는 생각은 지울 수 없다"고 말했다.

이날 광화문 광장에서 진행된 세월호 참사 미사에 참석한 김현욱씨(30)도 "빨리 인양이 되어서 세월호 안에 우리가 기다리던 9명의 실종자를 만나고 싶다"며 "그토록 원하던 진실이 규명돼 다시는 한국에서 이러한 일이 벌어지지 않았으면 한다"고 바랐다.

그는 "왜 이렇게 간단한 일을 박 전 대통령이 탄핵되기 전까지 못했던 것인지, 탄핵이 되고서야 일사천리로 인양이 진행되는 것인지 분노를 감출 수 없다"고 토로했다.

회사원 정모씨(30)는 "아이들의 시신, 유품 등을 수습해 가족 품에 꼭 돌려보내 줬으면 한다"며 "그게 아이들을 바다에 묻은 어른들이 마지막으로 할 일"이라고 말했다.

세월호 희생자들의 영정에 헌화를 한 대학생 김세연씨(22·여)는 "세월호 인양 소식을 듣고 학교 수업을 마친 뒤 바로 이곳을 찾았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아이들이 살아있었더라면 지금쯤 대학교에서 수업도 듣고 MT도 가고 했을 텐데 너무 안타깝다"라면서 "인양이 성공돼서 아이들의 흔적을 가족 품으로 돌려보내 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인양작업에서 혹시 있을지 모를 사고를 염려하는 시민도 있었다. 회사원 이가연씨(32·여)는 "물론 한시라도 급한 건 알지만 인양 작업 중에 다치는 사람이 나오지 않았으면 한다"라며 "유가족들도 대부분 진도로 내려간 것으로 아는데 몸 건강히 조심히 다녀왔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예은이 아빠로 알려진 유경근 4·16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도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2014년 4월16일에 아이들을 데려오려고 서둘러 나섰던 그 길을 아홉분 미수습자들을 데려오려고 다시 갑니다. 두렵지만 피하지 않고 마주하려고 합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가족들이 떠나고 차가운 분향소 예은이 앞에 섰습니다. 제발 오늘은 세월호를 인양하게 해달라고 염치없는 부탁을 했습니다"라고 덧붙였다.

이 글에 누리꾼들은 "파도는 잔잔하고 바람은 멈추고 오로지 간절한 바람만을 그 바다가 가져가 아직 오지 못한 아이들을 들어 올려주길", "오늘은 하늘도 좋고 바다도 잠잠해서 이제 아이들을 꼭 데려오길 빈다" 등 희망의 메시지를 전했다.

각자의 집으로 향하는 시민들은 발걸음을 멈추고 세월호 인양 뉴스에 귀를 기울였다. 서울 동대문구 지하철 1호선 청량리역 대합실에서 세월호 인양 뉴스를 보고 있던 김성현씨(44)는 "1072일이라는 시간이 흘렀다"고 어렵게 입을 뗐다.

김씨는 "그 시간 동안 차가운 바닷속에 있었을 아이들이 이제라도 가족의 품에 돌아가길 간절히 소망한다"고 말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발걸음을 멈추고 뉴스를 시청하던 성재현씨(55)는 "한동안 아이들을 잊고 있었던 내 자신에게 부끄러움을 느낀다"면서 "가족들의 눈에 이제 더는 눈물이 흐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성씨는 "왜 이제서야, 이렇게 많은 시간이 지나서야 인양을 하는 것인지 도대체 이해가 안 된다"라며 "뒤늦은 작업이지만 가족들과 국민이 바라는 만큼 미수습자 9명 모두 가족 품으로 돌아오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이날 오후 8시50분 세월호 본인양을 결정했다. 오전 10시에 시험인양에 들어간 지 10시간 50분 만이다.

앞서 해양수산부는 오후5시 30분에 진도군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오후 3시 30분에 세월호 선체를 해저면 1m까지 들어 올려 잠수사들을 투입해 육안확인하고 선체 균형잡기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jung907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