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영 원장의 펫토피아]대통령 후보들께 드리는 10가지 제언

라이프팀 입력 2017. 3. 2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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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라이프팀 =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결정으로 조기 대선이 확정됨에 따라 정치권은 오는 5월 9일 실시되는 대통령선거에 맞춰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정치, 경제, 안보, 외교, 복지, 교육 등 사회 모든 분야의 공약들이 각 정당과 후보 캠프에서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 가운데는 동물보호 및 복지와 관련된 여러 내용이 있지만, 동물과 사람의 '공존'을 위해서는 보다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공약들이 필요해 보인다.

우리나라에서 동물의 지위는 여러 가지다. 그들을 바라보는 사람의 시각이 가지각색인 데 따른 것이다. 어떤 이들은 동물을 하나의 생명체로 인식하지만 어떤 경우에는 소유 대상인 민법상 '물건'이 된다. 더 나아가 식용 또는 모피 생산용 등 산업 활동의 수단이나 상품 재료가 되기도 한다. 동물과 관련된 법체계도 동물보호법, 민법과 형법 등 일반 법규, 농축산업 관련 법령으로 나뉘어 현실에선 모순 관계에 놓여 배치되는 경우가 많다.

이런 문제점들을 해결하기 위해서 동물의 법적지위를 '물건'이 아닌 '생명'으로 명문화 할 필요가 있다. 독일에서는 과거 동물을 물건과 동일하게 보던 것을 1990년 8월 20일 민법 개정을 통해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 동물은 특별히 법률에 의해 보호를 받는다'고 규정했다. 같은 내용을 오스트리아는 1988년 민법 제285조에 포함시켰다.

이에 차기 대통령과 새로운 정부에 도움이 될 동물보호·복지 관련 10가지 제언을 해보고자 한다.

반려견.(자료사진)© News1

◇수의국(수의방역국) 신설

우선 수의국(수의방역국) 신설이 필요하다. 구제역, 고병원성 AI로 매년 천문학적인 피해(손실액 약 4조원)를 입고 있는데, 이를 해결하기 위해 축산진흥과 방역기능을 분리하고 독립된 정책추진력을 갖춘 국 단위 방역조직(수의방역국)이 필요하다.

현재 가축방역 업무는 농림축산식품부 축산정책국에서 맡고 있는데, 축산업을 진흥시키는 부분과 가축방역을 위해 소독, 예찰, 검사 하는 부분이 서로 크게 상충한다. 따라서 축산업 진흥이 주목적인 축산정책국과 별도로 강력한 중앙 전문 컨트롤타워인 '수의방역국'을 신설해 수의학적 전문지식을 바탕으로 가축전염병을 관리해야 한다.

전 세계에서 '국' 수준 이상(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북한 등)의 가축방역 전담 조직이 없는 나라는 사실상 한국뿐이다. 일본도 '과' 수준에서 관리하나 과 소속된 인원이 60여명으로 우리나라 '국' 수준이다.

◇가축질병 공제제도 도입

가축질병 공제제도 도입도 시급하다. 많은 축산농가에서 높은 진료비를 이유로 자신의 가축을 대상으로 주인이 직접 주사를 놓고, 약을 먹이는 등 자가진료를 하고 있다. 반려동물의 자가진료는 오느 7월 1일 이후 불법이나, 산업동물 자가진료는 적용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질병 초기 수의사에 의한 정확한 진단과 치료가 이뤄지지 않아 가축 질병 발생이 심각한 수준이다. 국내 축산업에서 질병으로 인한 손실액은 연간 4조원에 이른다. 또한 항생제 오남용을 통한 축산물 항생제 내성문제 심화 등으로 국민 건강까지 위협하고 있는 실정이다.

일본은 가축보험 제도를 시행하여 농가가 평상시 보험료를 납부하면 정부가 50%를 지원하고, 실제 사육하는 가축이 치료를 받을 경우 공제조합에서 진료비를 납부하고 있다. 농가 입장에서는 진료비 부담이 줄어들기 때문에 자가진료가 자연스레 줄어들고 수의사를 통한 올바른 진단·치료가 늘어나 가축 전염병의 전국적 확산도 미연에 방지 할 수 있다.

이는 결국 농가의 진료비 부담 감소→ 자가 진료 감소→ 수의사의 올바른 진단·치료 증가→ 농가 및 정부의 경제적 손실 감소→ 가축질병공제제도 활성화 등의 선순환이 이뤄지는 셈이다.

우리나라에서도 범축산계가 일본의 가축보험 같은 '가축질병 공제제도'의 필요성에 대해 지속적으로 건의하고 연구용역까지 완료했지만, 예산확보 실패로 시행되지 않고 있다.

◇동물보호 전담 부서 확대 개편

동물보호 전담 부서의 확대 개편도 이뤄져야 한다. 반려동물 인구가 1000만명을 넘어서며 동물보호복지 업무도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으나, 그간 동물보호업무 주관부서인 농림축산식품부 방역관리과의 담당 직원은 단 2명(사무관 1명, 주무관 1명)에 불과했다. 2017년 2월 28일 5명의 동물복지팀(4.5급 1명, 5급 2명, 주무관 2명)이 발족했으나 반려동물산업 육성을 목적에 두고 있어 동물보호 업무는 여전히 뒷전이 예상된다.

최소 동물보호복지과, 혹은 동물보호국 정도는 만들어져야 할 것이다. 현재 존재하는 방역총괄과, 방역관리과, 검역정책과에 동물보호팀을 결합하여 농식품부 내에 '수의방역국'을 만드는 방안도 고려해 볼 만 하다.

◇동물의료보험 도입

반려동물 공보험제도(동물의료보험) 도입도 검토해야 한다. 반려동물 보호자들 사이에서는 동물병원 진료비에 대한 부담이 크다는 불만이 나온다. 때문에 사람처럼 보험제도가 있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많다.

현재 국내에는 동물 공보험이 없고, 반려동물 관련 사보험이 3개 있으나 가입률이 0.1% 수준으로 매우 저조하다. 때문에 농식품부에서 동물보험 상품 개발 기반 마련을 위한 정책을 수립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따라서 국가차원에서 반려동물 공보험 제도 도입을 추진해볼 필요가 있다.

전세계적으로 반려동물 공보험제도를 운영하는 나라는 없으나, 우리나라는 1989년 전국민의료보험제도를 도입할 정도로 의료보험제도 분야에서 선진국이기 때문에, 제도 도입에 대한 국민 이해도가 높은 상황이다.

참고로, 독일의 경우 동물 공보험 제도는 없으나 동물진료 수가제가 도입되어 있다. 동물병원은 해당 수가에서 최대 3배까지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자율경쟁도 어느 정도 가능하다. 또한 반려동물을 분양·입양할 때 동물등록과 함께 동물세(개의 세금, Hundesteuer)를 매달 내야한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동물등록제가 시행중이므로, 동물을 키우는 사람이 매달 일정 금액의 보험료를 납부하고, 동물이 사망하면(동물등록이 말소되면) 보험료 납부가 끝나는 방식으로 동물 공보험 제도 추진이 가능할 것이다. 이를 위해선 동물진료항목 표준화가 먼저 되어야 하고, 이를 담당할 기구 역시 필요하다.

◇동물등록제 실효성 강화

동물등록제 실효성 강화도 시급하다. 2013년 1월 1일부터 3개월령 이상 반려목적의 개에 대한 동물등록제가 의무시행됐으나, 등록개체 수는 97만 9000마리에 그치고 있다. 전체 반려견은 300만 마리 이상으로 추정하고 있다.

동물등록방법은 내장형 칩, 외장형 태그, 외장형 인식표 등 3가지 방법이 있으나, 외장형 2가지 방법은 분실의 위험이 있고 누군가에 의해 제거되기 쉽기 때문에 사실상 동물등록의 실효성(유기동물을 줄이고, 잃어버린 동물을 찾아준다)을 거두기 어렵다.

실제로 외장형으로 등록한 뒤에 태그·인식표를 분실해 재등록하는 경우도 빈번하다. 따라서 동물등록제의 실효성을 위해 동물등록방법을 내장형 칩으로 일원화하고, 장기적으로는 내장형 칩에 대해 불안감을 가지고 있는 보호자들을 위해 비문(코 지문) 인식, DNA 검사, 홍채 인식 등 개체식별 방법 개발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개뿐만 아니라 반려묘도 증가하고 있고, 유기묘 문제도 심각하므로 고양이의 동물등록제도도 시행해야 한다.

반려동물 등록은 동물보호관리시스템(www.animal.go.kr) 상의 동물 등록정보를 통해 소유자를 쉽게 찾을 수 있어 유기동물 발생을 방지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News1

◇초등학교 동물보호 교육 의무화

초등학교 동물보호 교육 의무화도 필요하다. 2012년부터 농식품부 주최, 대한수의사회 주관으로 일부 초등학교에서 4~6학년 고학년을 대상으로 '초등학교 동물보호교육'이 시행되고 있다.

매년 참가 학교가 늘어나 2016년에는 전국 148개 학교 1만 8000여명의 학생들이 동영상교육 1시간, 수의사 방문교육 2시간으로 짜인 3교시 동물보호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교육 참가 학생들은 만족도가 매우 높으며, 어린 학생들에게 동물보호·복지의 중요성을 심어줘 동물학대 예방에도 기여하고 있다.

이에 초등학교 동물보호교육을 의무 교육과정으로 포함시켜, 전체 초등학생이 동물보호교육을 받으면 우리나라의 동물보호·복지 수준이 크게 향상될 것으로 보인다.

◇수의사 처방제도 보완

수의사 처방제도 보완해야 한다. 2013년 8월 2일부터 동물용의약품의 오남용을 줄이고, 동물 및 축산물에 잔류하거나 항생제 내성균의 출현 등을 예방하기 위해 '수의사처방제'가 시행되고 있다.

수의사처방제는 '동물 및 인체에 위해를 줄 수 있어 사용을 제한하거나 취급에 신중을 기하여야 하는 동물약품(처방대상 동물용의약품)'을 구입·사용할 경우 반드시 수의사의 직접진료 후에 수의사에게 직접 조제 받거나 처방전으로 발급받아 동물약품을 구매하도록 하는 제도다.

그러나 현재 전체 동물약품 중 15%만 처방대상 약품으로 분류되어 있다. 이로 인해 1년에 160톤 이상 사용되는 페니실린 계열 항생제도 수의사 처방전 없이 구입해 사용할 수 있다. 국내 항생제 사용량은 OECD 국가 평균보다 약 35%가 많으며, 사람과 동물의 주요 항생제 내성률도 타 선진국에 비해 높은 편이다.

또한 '약사예외조항'이 있어 약국에서는 수의사 처방전 없이도 처방대상 동물용의약품을 합법적으로 마음껏 판매(일부 백신 및 항생제 제외)할 수 있다.

처방대상 동물약품으로 분류된 동물용마취제, 동물용호르몬제도 약국에서 처방전 없이 살 수 있어 이를 이용한 범죄가 발생하기도 한다. 따라서 수의사 처방대상 약품의 확대 및 수의사 처방제 약사예외조항 삭제가 절실히 필요하다.

◇동물용의약품 전담부서 설치

동물용의약품 전담부서 설치를 제안한다. 동물용의약품 업무는 주관 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 내 축산정책국 방역관리과에서 담당한다.

하지만 방역관리과에는 동물약품 업무를 전담하는 직원이 단 한명도 없을 뿐더러 여러 업무를 함께 맡다보니 고병원 AI가 발생하면 동물약품 업무는 사실상 마비된다. 2016년 하반기에 수의사처방대상 동물용의약품 약품 확대가 진행되었어야 하지만, AI 발생으로 논의가 멈춘 상황이다.

동물용의약품 산업은 지난 2012년 수출 1억 달러 달성에 이어 4년만인 지난해 수출 2억 달러를 달성하는 등 큰 쾌거를 이뤄냈다. 이런 발전을 이어갈 수 있도록 농식품부 내 동물약품 담당 직원 또는 전담 부서를 설치해야 한다.

◇동물병원 인체용의약품 공급 개선

동물병원에서 사용하는 인체용의약품의 공급 개선을 위한 법 개정이 필요하다. 동물병원에서는 동물의 진료를 위해 적절한 인체용 의약품의 사용이 불가피한데, 이를 인체의약품 도매상에서 구입하지 못하고, 소매상인 약국에서만 구입하도록 규정돼 있다.

이 때문에 반려동물 보호자 및 축산농가의 약값 부담이 높고, 심지어 동물병원에서 필요로 하는 약품이 없는 약국이 많아 약을 제 때 공급받지 못해 동물이 피해를 보는 경우도 있다.

대한수의사회가 2011년 전국 12개 시도 약국 298개소를 대상으로 실시한 현황조사에 따르면 동물병원에 꼭 필요한 주사제나 수액제를 보유하고 있는 약국은 3% 뿐이고, 전문의약품의 동물병원 판매에 협조할 의사가 있는 약국도 13%에 불과했다.

이에 대한수의사회-대한약사회가 MOU를 체결했으나 문제 해결은 전혀되지 않고 있다. 따라서 동물병원에서 동물의 진료를 위해 사용하는 인체용의약품을 소매상(약국)이 아닌 도매상(인체의약품도매상)에서 직접 구입할 수 하도록 약사법 개정이 검토되야 한다.

◇동물약품 제조 및 도매 관리자 수의사 확대

동물약품 제조소 및 동물약품 도매상의 관리자를 수의사까지 확대할 필요가 있다. 현행 약사법은 의약품·의약외품의 제조소에 약사·한약사를 두고 제조 업무를 관리하게 하고 있다. 그런데 농·어촌에 위치한 영세한 동물용 의약품·의약외품 제조소의 경우 약사·한약사의 인력 공급이 부족해 이들을 제조 관리자로 고용하기에 현실적인 어려움이 많다. 따라서 인체용의약품을 만드는 곳이 아닌 오로지 동물용의약품만 만드는 제조소의 경우 수의사에게도 제조 관리 업무를 맡겨 현행법의 입법 취지를 반영하고 동물용 의약품·의약외품에 대한 관리를 합리화할 필요가 있다.

이미 '생물학적 제제, 세포 치료제, 유전자 치료제를 제조하는 제조업의 경우 의사 또는 세균학적 지식을 가진 전문기술자에게 그 제조 업무를 관리하게 할 수 있다'는 특례조항을 두고 있기 때문에, 동물용 의약품·의약외품 제조업체의 제조 관리자를 수의사까지 확대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마찬가지 이유로, 인체용의약품 도매상이 아닌 오로지 동물용의약품만 다루는 동물용의약품 도매상의 관리업무 역시 현재 약사만 가능하나(관리약사) 이를 수의사까지 확대하는 약사법 개정이 필요하다.

수의사는 대학에서 약리학, 약동학, 임상약리학 등 관련 전공을 공부하고 있다.

김재영 태능동물병원장.©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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