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동원 김수현 공유 현빈..북한 특수요원, 왜 꽃미남일까

부수정 기자 2017. 3. 19.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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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안 = 부수정 기자]
배우 현빈은 영화 '공조'에서 북한 특수요원 캐릭터를 소화했다.ⓒCJ엔터테인먼트

지난 1월 개봉해 700만 관객을 모은 영화 '공조'에서 현빈은 북한 특수부대 출신 형사로 분해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꽃미남 외모와 다부진 체격을 자랑하는 그는 각 잡힌, 고난도 액션을 선보이며 관객의 눈을 즐겁게 했다. 그야말로 남자 중의 남자 '상남자'였다. 강직한 캐릭터는 인간미와 동료애까지 더해져 더욱 매력적인 캐릭터로 그려졌다. 완벽한 북한 캐릭터와는 달리 영화 속 남한 형사는 다소 코믹하고, 어설프게 표현됐다.

영화 속 꽃미남 북한 특수요원은 최근 한국 영화의 트렌드다. '의형제'(2010) 강동원을 시작으로 김수현('은밀하게 위대하게'·2013), 공유('용의자'·2013) 등이 거쳐 갔다.

북한 특수요원 캐릭터 계보

꽃미남 북한 특수요원 물꼬를 튼 건 배우 강동원이다. 모델 출신다운 우월한 기럭지, 미소년 마스크를 지닌 그는 '의형제'에서 북한으로부터 버림받은 엘리트 남파 공작원 송지원으로 분했다. 송지원은 차가운 머리에 따뜻한 가슴을 지닌 캐릭터다. 적에겐 냉철하나 동료에겐 신의를 지키고 약자에겐 인간적이다.

송강호가 분한 전 국가정보원 요원 이한규와 시간이 흐를수록 서로 이해하고 소통한다. 강동원은 특유의 신비한 매력으로 알 듯, 말 듯 한 미스터리한 꽃미남 북한 특수요원을 표현했다. 영화는 541만명을 기록하며 흥행했다.

배우 강동원은 영화 '의형제'에서 북한 엘리트 요원을 연기했다.ⓒ쇼박스

한류스타 김수현은 '은밀하게 위대하게'에서 파격 연기 변신을 했다. 영화는 북한 남파특수공작 5446부대에서 '조국통일'이라는 사명을 안고 남파된 북한 최정예 스파이 류환(김수현), 해랑(박기웅), 해진(이현우)이 펼치는 작전을 보여준다. 평단의 평가는 나빴지만 흥행 성적은 좋았다.

헐거운 만듦새에도 690만명을 동원한 힘은 김수현이다. 그가 분한 원류환은 남파특수공작부대 출신으로 2만대 1의 경쟁률을 뚫은 최고 엘리트 요원이지만 남한에서는 동네 바보 동구로 위장해 지낸다.

트레이닝복 차림에 바가지 머리를 한 김수현은 바보 연기를 맛깔스럽게 해냈다. 동네 바보에서 다시 류환으로 변실할 때는 카리스마 넘치는 액션을 소화했다. 바보 동구와 냉철한 간첩 류환을 넘나드는 폭넓은 연기를 선보인 그는 인간적인 북한 공작원의 복잡한 내면을 눈빛에 담아내기도 했다.

올 초 종영한 tvN '도깨비'로 폭발적인 인기를 누린 공유는 '용의자'에서 거친 매력을 뿜어냈다. 공유는 조국으로부터 버림받고, 가족까지 잃은 채 남한으로 망명한 북한 최정예 특수요원 지동철을 연기했다.

공유는 '커피프린스'에서 얻은 '달달한' 로코 이미지를 벗고 다가가기 어려운 상남자가 됐다. 근육질 몸매로 완성한 날렵하고 선 굵은 액션은 여심을 저격하기에 충분했다. 아내와 딸을 죽인 자를 쫓는 과정에서 고독하면서도 복수심 불타는 마음을 섬세하게 표현했다. 영화는 410만명을 모으며 흥행했다.

배우 김수현은 영화 '은밀하게 위대하게'에서 북한 최정예 엘리트 요원을 연기했다.ⓒ쇼박스

북한군 캐릭터의 내·외적 변화

한국 영화 속 북한군 캐릭터는 외적 변화뿐만 아니라 내적 변화도 거쳤다. 1960~70년대 영화 속 북한군은 '절대 악'이었다. 북한군을 조금이라도 인간적으로 표현했다 하면 검열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그러다 1990년대 들어 조금씩 인간적인 면모가 드러나는 북한군이 등장했다. 세계적으로 냉전체재가 약화됐을 뿐더러, 1990년대 후반에는 김대중 정권의 햇볕정책으로 영화 속 표현의 자유는 한층 자유로워졌다.

대표적인 영화로는 '쉬리'(1999)가 있다. 남한 국정원 요원 유중원(한석규)이 북한 여간첩 이방희(김윤진) 사랑에 빠지는 설정 자체가 파격적이었다. 특수 8군단 소속 최고의 저격수 이방희는 매력적인 여성 캐릭터로 존재감을 뽐냈다. 김윤진은 이 영화로 스타덤에 올랐고, '쉬리'는 당시 620만 관객을 동원하며 대박을 쳤다.

이후 '공동경비구역 JSA'(2000)와 '웰컴투 동막골'(2005)이 극장에 걸렸다. '공동경비구역 JSA'는 이수혁 병장(이병헌)과 북측 오경필 중사(송강호), 북한 초소병 정우진(신하균)이 밤이면 군사분계선을 넘어서 몰래 우정을 쌓는다는 설정을 긴장감과 비극으로 연결해 평단과 관객의 호평을 얻었다.

'웰컴투 동막골'은 전쟁 한 가운데 선 남·북한 병사들의 우정과 갈등을 유머와 슬픔으로 버무려 공감을 얻었다.

이념 대립을 부각한 과거의 북한군 캐릭터에서 가족을 위해 희생하는 모습, 내면의 상처와 고뇌가 더해진 인간적인 캐릭터로 변모한 것이다.

배우 공유는 영화 '용의자'에서 북한 최정예 특수요원을 연기했다.ⓒ쇼박스

양경미 영화평론가는 "최근 들어 많은 탈북자가 우리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 자리 잡게 되면서 영화 속 북한군 캐릭터를 왜곡된 시각으로 보지 않게 됐다"며 "이전보다 순화된 이미지로 등장하고 있는 편이다"고 분석했다.

북한군 캐릭터를 꽃미남 배우들이 연기하는 분위기가 여성 관객을 겨냥한 충무로의 영화 마케팅일 뿐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양 평론가는 "주된 관객층이 20~30대 여성임을 감안하면 주인공이 멋있어야 한다는 건 상업 영화의 기본 공식"이라며 "흥행을 목표로 하는 상업 영화에서 마케팅을 위해 멋진 배우를 기용하는 건 당연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문제는 단순히 외형적 캐릭터가 아니라는 것에서 나온다"고 지적했다.

외적인 변화도 중요하지만 북한군과 남한군 캐릭터의 대비에 더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태극이 휘날리며'에서 북한군이 된 형 진태(장동건)는 강인하게, 남한군이 된 동생 진석(원빈)은 나약하게 나온다.

'의형제'에서 전 국정원 요원 이한규는 감으로 접근하는 성격인 반면, 북한 특수요원은 실력도 뛰어나고 감정을 절제할 줄 아는 성격이다. 출중한 외모는 덤이다. '은밀하게 위대하게'와 '공조' 속 북한 특수요원도 엘리트로 나온다.

북한 특수요원에 대한 묘사가 또 다른 고정관념을 만들 수 있다는 지적이다.

양 평론가는 "북한군 캐릭터는 잘생긴 엘리트 요원으로 표현되지만, 남한군 캐릭터는 북한군보다 어리숙한 인물로 정해져 있다"면서 "관객들은 영화 속 역할에 동요되고 동경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이어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으로 안보가 불안정한 시기에 영화가 만들어낸 허구의 이미지로 인해 그들의 위험성이 무뎌지는 건 아닌지 우려된다"며 "영화는 영화일 뿐 현실을 직시 할 필요가 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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