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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연 수익 10억 고졸 크리에이터 .. 유튜브·카카오·네이버 모시기 경쟁

김경록.하선영 입력 2017.03.18. 01:01 수정 2017.03.20. 09:47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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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겨찾는 사람 150만 1인 방송 스타
광고 10여 편 찍고 EBS '잡쇼' 진행
"대본 있는 지상파 방송이 더 쉬워"
1인 방송 시장 규모 작년 3000억
지상파도 비슷한 프로그램 만들어
"자극적 방송보다 퀄리티가 중요"
대중문화로 자리잡은 인터넷 방송
방통위, 멀티미디어 콘텐트 규제 검토
"시청자들과 소통하려 공부 많이 해
주부·노년층 대상 콘텐트 유망할 것"

━ 인터넷 1인 방송 8년째 진행 ‘대도서관’ 지난 16일 유튜브 ‘대도서관TV’ 채널. 인터넷 방송 진행자로 유명한 BJ(Broadcasting Jockey) 대도서관(본명 나동현·39)이 생방송을 진행 중이다. 오후 11시가 넘었지만 그의 방송을 보고 있는 시청자 수는 6000명이 넘었다. 유튜브에 들어가면 누구나 매일 오후 10시부터 오전 1시까지 이어지는 그의 생방송을 시청할 수 있다.

그의 방송은 변화무쌍하다. 방송시간도 매일 조금씩 다르다. 편성표도 대본도 없는 ‘즉석 생방송’이다. 대도서관은 게임 생중계 방송으로 유명해졌지만 요즘은 하루에 한 시간씩은 ‘토크 방송’도 꼭 한다.
BJ 대도서관은(본명 나동현) 매일 밤 경기도 판교 자신의 집에서 인터넷 생방송을 진행한다. 스튜디오는 모니터 2개가 놓인 평범한 책상 앞이다. 그는 8년차 ‘인터넷 방송인’답게 카메라 앞에서도 여유가 넘쳤다. [사진 김경록 기자]
“나이를 한 살 한 살 먹게 되니 라디오 방송처럼 현실적인 조언을 시청자들에게 많이 해 주게 돼요.”

오후 11시가 넘으니 ‘토크 방송’은 ‘게임 방송’으로 바뀌었다. 게임 방송이라고 남자만 많은 것은 아니다. 시청자들의 성비는 반반이다. 게임 방법을 몰라도 상관없 다.

“네, ‘횃불’을 사용하셔야 해요.” “아, 이 업그레이드 버튼은 뭐죠? 어렵지 않은데?”

자정이 넘으니 시청자 수는 1만 명을 돌파했다. 그의 방송 채널을 ‘즐겨찾기’ 해 둔 사람은 150만 명을 넘는다.

대도서관은 MCN(Multi Channel Network·인터넷 1인 방송사업)의 아이콘과도 같은 존재다. MCN이란 1인 크리에이터(창작자)가 만든 영상 콘텐트의 마케팅·저작권·유통에 대한 수익을 공유하는 비즈니스를 말한다. 대도서관 같은 스타 크리에이터 한 명은 인터넷 생방송을 비롯해 다양한 동영상 콘텐트를 만들며 부가적인 경제효과를 창출한다.

그는 일주일에 여섯 번 유튜브에서, 한 번은 카카오TV에서 방송을 진행한다. 방송 다음 날엔 가장 웃긴 장면만 모은 ‘요약본’도 따로 올라온다. 자신의 방송 콘셉트를 그대로 차용한 광고 10여 편도 찍었다. 지난해 7월부터는 EBS ‘대도서관 잡쇼’라는 직업 탐색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지상파로도 진출했다.

대도서관을 지난달 22일 경기도 판교 자택에서 만났다. 그는 매일 밤 방송을 진행하는 자신의 방을 거리낌 없이 공개했다.

“컴퓨터는 남들 다 쓰는 평범한 사양인데 마이크에는 돈 꽤나 들였어요.”

2015년 결혼한 부인 BJ 윰댕(본명 이유미·32) 역시 이 집 안방에서 인터넷 방송을 진행한다. 부부는 집에서 연간 수백만 명의 시청자를 만나며 막대한 수익을 올린다.

대도서관은 원래 평범한 직장인이었다. 고등학교 졸업 후 e러닝 사이트를 운영하는 대성마이맥과 SK커뮤니케이션즈를 다녔다. 군대 시절부터 취미로 짬짬이 해 오던 인터넷 방송을 위해 2010년 회사를 그만뒀다. 당시 인터넷 방송은 자극적인 욕설과 저질 방송으로 악명을 떨칠 때였다.

“인터넷 강의 현장에서 코칭과 촬영·편집을 도맡아했어요. 어떤 선생님이 말을 잘하는지, 혹은 스타성이 있는지 자연스레 습득하게 되더라고요. ‘말발’에 자신 있던 저도 직접 도전했지요.”

방송 초반 그는 아프리카TV에서 게임 방송을 하며 ‘문명(컴퓨터게임)하는 송중기’로 이름을 알렸다. 대도서관이라는 이름도 ‘문명’ 게임에 등장하는 아이템에서 따왔다. 중저음의 목소리에 부드러운 말투 덕분에 매번 방송 때면 여성 시청자 1000명이 몰렸다. 시청자들은 그에게 현금으로 바꿀 수 있는 ‘별풍선’을 주저 없이 보냈다.

아프리카TV에서 유튜브로 옮겨 온 뒤부터는 ‘별풍선’ 대신 방송 앞에 붙는 5초 안팎의 광고수익을 유튜브와 나눠 갖는다. 방송 초반 100만원 단위였던 그의 월수입은 이제 6000만원을 훌쩍 넘는다. 광고·강연 등 부수입까지 다 합치면 그는 연간 10억원이 훌쩍 넘는 돈을 버는 어엿한 ‘1인 기업’이다.

대도서관 같은 1인 크리에이터들이 큰 인기를 끌면서 MCN 업계도 덩달아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가 발표한 2016년 MCN 시장 규모는 약 3000억원이다. 1인 방송은 한때 소수의 네티즌만 즐기는 콘텐트였지만 이제는 엄연히 대중문화의 한 카테고리로 자리 잡았다.

2013년 국내 대기업 최초로 MCN 업계에 진출한 CJ E&M은 현재 대도서관 등 크리에이터 1100명의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세계 최대 동영상 플랫폼 유튜브는 MCN 사업자들을 지원하는 제도를 속속 내놓고 있다. 카카오와 네이버 등도 자체 온라인 TV 채널을 선보이며 인기 크리에이터들을 모시는 데 심혈을 기울인다.

현재 국내 MCN 관련 사업자는 100여 곳, 크리에이터 수는 1만 명이 넘었다. MBC는 2015년 4월 이 포맷을 그대로 차용해 ‘마이 리틀 텔레비전’이라는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KBS와 MBC는 각각 ‘예띠TV’ ‘엠빅TV’라는 이름으로 MCN 시장에 뛰어들었지만 시장의 반응은 별로다.

대도서관은 인기 비결로 8년째 매일 방송을 하면서 감을 유지하는 것을 꼽았다.

“주 6일을 혼자서 진행합니다. 시청자들의 만족도를 실시간으로 파악해야 하고요. 저를 찾아오는 시청자들에게 어떤 콘텐트를 보여 줘야 하는지 방송 내내 고민합니다.”

매일 밤 하는 생방송은 여전히 큰 부담이다. “ 재미있는 상황도 홀로 만들어야 합니다. 시청자와 소통도 해야 하고요.”

대도서관은 “오히려 지상파나 케이블 방송국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것이 더 쉬워요. 준비된 촬영장과 대본이 있으니까요”라고 털어놨다.

방송을 하지 않을 때는 새로 나오는 게임들을 다양하게 해 본다고 한다. 이런 준비 과정을 그는 일종의 ‘트레이닝(훈련)’이라고 했다. 혼자서 TV·만화·영화·방송 프로그램 공부도 많이 한다고 했다.

그는 자신이 출연하는 광고도 직접 기획한다. “‘대도서관이 나오는 광고는 확실히 다르네’라는 말이 나와야 MCN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도 좋아지지 않을까요.”

그는 MCN 업계의 미래를 긍정적으로 내다봤다. “ 큰 기업들이 MCN에 뛰어들면서 인터넷 방송도 발전했어요. 자극적인 방법으로 쉽게 시청자를 모을 수도 있지만 오래가려면 퀄리티가 중요합니다. 경쟁보다도 공생이 중요합니다. 제 ‘허니버터칩 먹방’이 화제를 모으면 사람들은 다른 크리에이터들의 과자 먹방을 찾아봅니다.”

그는 ‘제2의 대도서관’을 꿈꾸는 이들에게 주부와 노년층을 잡는 콘텐트를 노려 보라고 조언했다.

“애들 조용히 시키려고 만화 틀어 주는 것 말고요. 주부들이 진짜 관심 있는 육아·음식 콘텐트로 승부해 볼 만합니다. 컴퓨터가 익숙지 않은 어르신들에게도 영상을 그냥 보는 것만큼 쉬운 게 없습니다.”

규모는 커지고 있지만 MCN 업계가 풀어야 할 과제도 여전히 많다. 일부 스타 크리에이터들만 안정적인 수익을 거두는 것도 문제다.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MCN 콘텐트에 대한 심의와 규제를 해야 한다는 지적도 꾸준히 나온다. 지난달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MCN 같은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멀티미디어 콘텐트에 대한 규제를 도입할지 여부를 검토 중이라고 발표했다.

■[S BOX] CJ E&M, 크리에이터 활동 지원 … 해외 진출도 도와

「‘1인 방송’ MCN 뒤에는 CJ E&M의 다이아TV, 트레저헌터 등 MCN 전문 기업들의 전폭적인 투자와 지원이 있다. 이들 기업은 일찌감치 MCN의 수익성을 알아보고 시장에 뛰어들어 대형 연예기획사들처럼 크리에이터(창작자)들의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CJ E&M은 2014년 초 ‘다이아 티비 스튜디오’를 서울 서교동에 세웠다. 280㎡ 규모의 이 스튜디오에서 크리에이터들은 HD급 영상을 제작할 수 있는 카메라, 크로마키 스튜디오, 편집 시설 등을 이용할 수 있다. 지난해 8월에는 아시아 최대 규모 MCN 행사 ‘다이아 페스티벌’을 서울에서 개최해 3만 명의 관람객을 모았다.

크리에이터들은 유럽과 미국 등 해외에서 인기 있는 플랫폼에 진출하기도 한다. ‘씬님’ ‘소영’ 등 인기 뷰티 크리에이터들은 K뷰티 인기에 힘입어 미국과 일본을 방문하기도 했다. CJ E&M은 10%대인 글로벌 시장 사업 비중을 올해 말까지 30% 늘린다는 계획이다.

CJ E&M 출신 임직원들이 설립한 트레저헌터는 중국 법인을 만들어 국내 크리에이터들의 해외 진출을 돕고 해외 인기 크리에이터들도 발굴한다. 트레저헌터는 뉴미디어에 친숙한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영상 교육을 진행해 차세대 크리에이터를 키우고 있다. 적절한 배경음악을 고르는 법, 미리보기 화면을 만드는 법 등을 알려준다.」

글=하선영 기자 dynamic@joongang.co.kr 사진=김경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