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인터뷰]'당구 세계 제패' 최성원-김재근 "가슴이 뭉클..인생의 전환점 됐다"

김용일 입력 2017. 3. 1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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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김재근(왼쪽) 최성원 조가 13일 독일 피어젠에서 열린 제31회 3쿠션 세계팀선수권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뒤 금메달을 목에 건 채 우승컵을 들고 포즈를 하고 있다. 피어젠 | 김용일기자 kyi0486@sportsseoul.com

[피어젠=스포츠서울 김용일기자]“가슴이 뭉클…당구 인생 전환점이 될 것 같아요.”

한국 당구의 ‘세계 정복’을 이끈 최성원(부산시체육회), 김재근(인천연맹)은 우승컵을 들어 올린 뒤에야 환하게 웃었다. 13일(한국시간) 독일 피어젠에 있는 피어젠연회홀에서 막을내린 제31회 3쿠션 세계팀선수권대회에서 세계캐롬당구연맹(UMB) 랭킹 1위 벨기에(프레드릭 쿠드롱, 롤란드 포톰)를 누르고 한국의 사상 첫 우승을 이끈 이들은 스포츠서울과 인터뷰에서 “기분이 묘하다”고 입을 모았다.

스카치 더블(두 명의 선수가 번갈아 타석에 들어서는 2인1조 복식 경기)로 전 경기를 치른 대회인 만큼 팀워크가 매우 중요했다. 세계에서 내로라하는 팀도 동료의 샷 실수에 표정이 일그러지기 일쑤였다. 둘은 조별리그서부터 결승까지 신뢰와 배려로 똘똘 뭉치며 정상에 섰다. 최성원은 “대회를 앞두고 컨디션이 좋은 편은 아니었다. 재근이 형과 진심으로 소통하면서 나도 모르는 에너지를 얻은 것 같더라. 실수가 나와도 서로 괜찮다고 웃어줬다. 우승의 원동력이다”고 말했다. 김재근도 “형 노릇을 해야한다는 마음을 버렸다. 성원이가 국제대회 경험도 더 많기에 이 공간에선 ‘친구다’라는 마음으로 자유롭게 소통했다”고 강조했다. 서로 플레이 스타일을 존중하지만 개인 성향이 강한 종목인만큼 경기 내내 동료 샷 하나하나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스카치 더블 방식이라서 더 그렇다. 최성원은 “물론 어떠한 장면에선 ‘나같으면 이렇게 칠 것 같은데’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재근이형이 다르게 친 건 그만큼 그 배치에서 좋아하고 익숙한 길이기 때문이다. 경기하면서도 배운다는 마음으로 한 게 믿음의 폭이 서로 넓어진 것 같다”고 했다.

최대 고비였던 조별리그 최정전 이집트전 얘기도 꺼냈다. 이집트에 먼저 40점 고지를 허용한 한국은 후구를 잡은 가운데 최성원이 초구 포지션을 놓고 마지막 샷을 시도했다. 앞서 나란히 헝가리를 누르고 1승씩 챙긴 양 팀이나, 에버리지에서 한국(1.600)이 이집트(1.250)에 앞섰다. 최성원이 샷에 성공하면 40-40 무승부에도 한국이 8강행 티켓을 잡을 수 있었다. 김재근은 “우리가 비기기만 해도 (8강에) 올라간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정말 그렇게 해야 하는 상황에 몰려 가슴이 쿵쾅거리더라. 경험 많은 성원이가 해내리라고 믿었다”고 웃었다. 최성원은 “정말 그때 마지막 샷을 앞두고는 천국과 지옥을 오가는 심정이었다. ‘실패하면 한국에 돌아가서 어쩌지’라고 생각할 정도였으니. 그런데 성공하고 나서는 토너먼트서부터 더 잘될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둘 다 이번 우승은 당구 인생의 커다란 전환점이다. 마스터스(2011년 프랑스)와 월드컵(2012년 터키)에 이어 2014년 한국 선수로는 최초로 세계선수권 개인전 우승을 거머쥐며 그랜드슬램을 이룬 최성원은 한때 세계랭킹 1위까지 올랐지만 이후 주춤했다. 지난 2년 6개월간 국제무대에서 이렇다 할 성적을 거두지 못하자 당구 팬은 의아해했다. 그는 “솔직히 한동안 내 미래에 대한 고민이 컸다. 당구 산업 규모가 아직 크지 않다 보니 다른 일에도 관심을 뒀는데 어느 순간 방황하고 당구 연습에 소홀해지는 내 모습을 보면서 마음을 다잡았다”며 “국내 대회서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을 품었고 1위에 복귀했다. 그리고 이번 팀선수권에 참가하게 됐는데 우승을 하면서 반전의 계기가 된 것 같다”고 했다. 김재근도 마찬가지다. 현대차를 다니다가 당구 선수로 전업한 그는 2009년 전국대회 우승을 시작으로 국내에서는 톱클래스 선수로 거듭났지만 유독 국제대회 우승과 인연을 맺지 못했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일부 당구 팬들은 김재근의 출전을 두고 “아무리 국내 2위라고 해도 국제대회 경험이 많은 다른 선수가 나가야하는 게 아니냐”고 비난하기도 했다. 보란 듯이 맏형 노릇을 톡톡히 해내면서 생애 메이저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그는 “우승 타이틀을 얻었지만 더 큰 부담이 몰려오는 것 같다. 앞으로 월드컵과 세계선수권 개인전에서도 이 우승에 걸맞은 기량을 보여야 한다”며 “성원이처럼 그랜드슬램을 달성하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

최성원과 김재근 모두 부산과 인천에 각자 당구클럽을 운영 중이다. 이번 대회 우승으로 국내 당구계가 더 활발해지기를 소망하고 있다. 최성원은 “올해 말 당구장 금연법이 통과되면 당구가 대중에게 좋은 스포츠로 각인될 것으로 기대한다. 또 대기업 후원도 많이 늘어서 우리가 원하는 프로화의 길로 꼭 들어섰으면 한다”고 했다. 김재근도 “주변에서 ‘김재근도 하는데’라는 말이 나왔으면 한다. 더 많은 동료가 국제 무대에서 자신감을 갖는 계기가 됐으면 하고 당구 유망주가 늘어나기를 바란다”고 했다.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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