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에게 금메달 부칠게, 약속 지킨 '당신'

박린 2017. 3. 14. 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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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구 '그랜드 슬래머'이룬 최성원
마스터스·월드컵·세계선수권 이어
김재근과 세계팀선수권서 우승
세상 떠난 단짝에 했던 우승 다짐
'당구 4대천왕' 꺾고 2년 만에 이행
‘당구의 신’으로 불리는 최성원. 세계팀 스리쿠션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하면서 그랜드슬램을 달성했다. 그는 2015년 사고로 세상을 떠난 파트너 김경률에게 금메달을 바치겠다고 말했다. [사진 대한당구연맹]
‘당신’이라고 불리는 남자가 있다. 최성원(40·부산시체육회). ‘당신’은 ‘당구의 신(神)’을 줄인 말이다. 김재근(45·인천당구연맹)과 팀으로 출전한 세계팀 스리쿠션선수권대회(독일 피어젠)에서 13일 벨기에를 24이닝 만에 40-34로 꺾고 우승했다. 당구경기의 한 종목인 스리쿠션은 수구(手球)를 큐로 쳐서 제1적구(的球)와 제2적구를 맞히는 동안 당구대 모서리인 쿠션에 3회 이상 닿아야 하는 게임으로 40점을 먼저 내는 쪽이 이긴다.

한국(세계 7위)은 8강에서 터키를, 4강에서 프랑스를 연파했다. 결승전 상대는 세계 당구 ‘4대 천왕’ 중 한 명인 프레드릭 쿠드롱(49)이 속한 벨기에(세계 1위)였다. 22이닝까지 32-31로 근소하게 앞섰던 한국은 23이닝 6점을 연속으로 뽑았다. 그리고 24이닝에 최성원이 빗겨치기를 성공해 마지막 포인트만 남겼다. 김재근이 뒤돌려치기로 마지막 1점을 뽑아 40점 고지를 밟았다. 한국이 세계팀 선수권에서 우승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 스리쿠션의 선구자인 고(故) 이상천(1954~2004)은 12년간(1990~2001년) 미국당구선수권대회를 제패하고 투어대회인 월드컵 정상에도 섰지만 세계선수권 우승은 없었다. 최성원은 스리쿠션의 본고장인 유럽에서 활동하며 한국 ‘최초’ 기록들을 써가고 있다. 2014년 세계선수권에서 한국인 최초로 우승했고, 2015년엔 한국선수로는 처음 세계 1위에 올랐다. 마스터스(2011년), 월드컵(2012년), 세계선수권(2014년)에 이어 세계팀선수권까지 우승하면서 한국인 첫 ‘그랜드 슬래머’가 됐다.

김경률(左), 최성원(右)
최성원은 아버지가 운영하던 당구장에서 9살 때 처음 큐를 잡았다. 대학 1학년이던 2002년 다소 뒤늦게 정식선수가 된 그는 새벽까지 당구장에 홀로 남아 훈련했다. ‘하수(下手)도 스승’이라는 생각으로 남의 장점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다. 나근주 대한당구연맹 사업운영팀장은 “최성원 선수가 장난기가 많은데 막상 경기가 시작하면 무서운 승부사로 변한다. 유럽 선수들이 가장 까다로워하는 선수다”고 전했다.
이번 우승은 최성원에게 개인적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 최성원은 2014년 세계선수권 우승 이후 슬럼프에 빠졌다. 당시 그는 지인들에게 “동기부여가 안된다”고 고충을 털어놓았다. 세계선수권 우승 후유증이었다.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은 2015년 최성원과 한국당구의 원투펀치였던 김경률이 34세의 젊은 나이에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최성원과 김경률은 2008, 10년 세계팀선수권에서 호흡을 맞춰 3위에 오른 단짝이다.

최성원은 장례식장에서 “경률아! 기억나니? 우리 2008년 세계팀선수권에서 토브욘 브롬달 의 스웨덴을 상대로 단 1점 못쳐서 같이 울었잖아. 다신 그런경기 하지 말자고 이를 갈았잖아. 네가 추구하고자했던 당구의 모습을 완성시켜 나가볼테니 부디 편히 잠들어라”는 추도사를 읽으며 눈물을 쏟았다. 그로부터 2년 최성원은 비록 다른 파트너였지만 세계팀선수권 정상에 서면서 고 김경률과 약속도 지키게 됐다. 우승 후 독일을 출발하기에 앞서 최성원은 본지를 통해 김경률에게 대신 하고픈 말을 전했다.

“경률아! 하늘에서 잘 지켜봤지? 내가 지금도 당구공을 칠 때는 너와 함께란다.”

박린 기자 rpark7@joon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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