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전드 킬러' 가스텔럼, 미들급 전선 흔들까

양형석 2017. 3. 13.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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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FC] 팀 케네디 은퇴시킨 데 이어 벨포트도 제압, 앤더슨 실바까지 겨냥

[오마이뉴스양형석 기자]

 켈빈 가스텔럼
ⓒ TUF
지난 1월 WWE 로얄럼블에서 우승을 차지한 랜디 오턴은 2000년대 초반 이름을 알리던 시절, '레전드 킬러'라는 기믹(캐릭터)으로 유명했다. 말 그대로 WWE에서 높은 업적을 쌓은 선수들을 하나씩 정리하며 명성을 높이는 캐릭터였는데 악역으로서는 상당히 매력적인 캐릭터였다. 팬들은 오랜 기간 명성을 쌓은 레전드들을 좋아하고 그 명성을 짓밟는 신예들에게 반감이 생길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2000년대 초반 WWE의 랜디 오턴이 그랬던 것처럼 최근 UFC에도 '레전드 킬러'에 가까운 캐릭터가 등장했다. 이미 한 명의 선수를 은퇴시켰고 브라질에서 열린 대회에서 브라질의 레전드에게 굴욕적인 패배를 안겼으며 이제는 UFC 역사상 최고의 챔피언에게 도전장을 던졌다. 미들급 전향 후 2연속 KO승을 거두고 있는 신성 켈빈 가스텔럼이 그 주인공이다.

체중 조절 삼진아웃 당하고 미들급으로 쫓겨난(?) 웰터급의 신성

2010년 중소단체를 통해 종합격투기에 데뷔한 가스텔럼은 UFC의 선수육성 프로그램 TUF의 17번째 시즌에 참가하며 얼굴을 알렸다. 미들급 토너먼트에 참가한 가스텔럼은 175cm의 작은 키와 180cm에 불과한 팔길이 때문에 그리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하지만 의외로 승승장구하며 결승까지 올랐고 결승에서 TUF 17의 스타 유라이어 홀을 판정으로 제압하고 UFC와 계약을 따내는 데 성공했다.

가스텔럼은 UFC와 정식으로 계약을 한 후 웰터급으로 체급을 내렸다. 신장의 약점을 조금이라도 줄이고 파워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조금이라도 작은 체급이 유리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TUF 출신들이 UFC와 계약 후 체급을 옮기는 것은 흔히 있는 일이다). 웰터급으로 체급을 내린 후 브라이언 멜란콘과 릭 스토리를 상대로 연승을 거둘 때만 해도 가스텔럼의 웰터급 적응은 매우 순조로워 보였다. 

하지만 2014년6월 니콜라스 무소케전에서 체중을 맞추지 못하면서 가스텔럼과 무소케의 경기는 계약 체중으로 치러졌다(가스텔럼 판정승). 이 때까지만 해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한 번의 실수라 여겼고 가스텔럼은 11월 제이크 엘렌버거전에서 계체를 무리 없이 통과해 체중조절에 이상이 없음을 과시했다. 엘렌버거전에서 1라운드 서브미션 승리를 거둔 가스텔럼은 10승무패에 빛나는 웰터급의 신성으로 큰 주목을 받았다.

그리고 2015년 1월 UFC에서는 가스텔럼의 가능성을 확인하기 위해 훗날 챔피언에 오르는 상위랭커 타이론 우들리와의 경기를 잡았다. 하지만 가스텔럼은 체중을 무려 4.5kg이나 오버했고 계약체중으로 치러진 이 경기에서 생애 첫 패를 당했다. 결국 미들급으로 체급을 올린 가스텔럼은 미들급에서 네이트 마쿼트를 KO로 제압하고 다시는 체중 조절에 실패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한 후 웰터급으로 컴백했다.

웰터급으로 돌아온 가스텔럼은 닐 매그니에게 생애 2번째 패배를 당했지만 2016년7월 전 챔피언 조니 헨드릭스를 판정으로 제압하며 성공적인 웰터급 컴백을 알렸다. 하지만 11월 도널드 세로니와의 경기를 앞두고 또 다시 계체에 실패하고 말았다. 격투기 선수의 기본이라 할 수 있는 체중 감량을 세 번이나 실패한 파이터에게 UFC 데이나 화이트 대표는 4번째 기회를 주지 않았다.

미들급 전향 후 베테랑 2명 제압... '전설' 앤더슨 실바에 도전장

웰터급에서 세 번이나 체중을 맞추지 못한 가스텔럼은 결국 미들급으로 강제 전향했다. 웰터급에서도 신체조건이 썩 뛰어나지 않았던 가스텔럼이 평소 체중이 100kg을 넘나드는 미들급의 거구들과 싸우게 된 것이다. 그나마 가스텔럼이 가진 상품성과 가능성 때문에 퇴출이 아닌 체급 상향으로 징계가 줄어들 수 있었다. 미들급으로 올라온 가스텔럼의 첫 상대는 두 번이나 스트라이크포스 미들급 타이틀전을 경험한 만37세의 노장 팀 케네디였다.

가스텔럼은 이 경기에서 한 수 위의 스피드를 앞세워 케네디를 압도했고 3라운드 KO승을 거두며 성공적으로 미들급 경기를 치러냈다. 가스텔럼에게 패한 케네디는 얼마 후 "내 몸이 머리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말을 남기고 은퇴를 선언했다. 본의 아니게 케네디를 은퇴시킨 가스텔럼은 12일(이하 한국시각) 브라질에서 열린 UFN106 대회 메인이벤트에서 브라질의 또 다른 전설 비토 벨포트를 상대했다. 

전 UFC 라이트헤비급 챔피언 벨포트는 만39세로 전성기가 지났지만 여전히 초반 화력만큼은 무시할 수 없는 선수로 꼽힌다. 하지만 벨포트는 젊은 가스텔럼의 상대가 되지 못했고 가스텔럼은 1라운드 3분52초 만에 벨포트를 KO로 제압했다. 경기가 끝난 후 벨포트는 완패를 인정하면서 UFC와 계약한 남은 한 경기를 브라질에서 치르고 싶다고 밝혔다. 은퇴 시기가 멀지 않았음을 간접적으로 시사한 셈이다.

낯선 땅 브라질에서 브라질 파이터를 상대로 일방적인 승리를 거두며 자신감을 한껏 끌어올린 가스텔럼은 승리 인터뷰에서 브라질이 낳은 또 한 명의 전설을 소환했다. 바로 미들급 10차 방어의 신화를 썼던 UFC 역사상 최고의 파이터 앤더슨 실바였다. 실바가 가스텔럼의 도발에 어떤 반응을 보일지는 알 수 없지만 만약 가스텔럼과 실바의 경기가 성사된다면 가스텔럼은 미들급 전향 후 '레전드 킬러'로서의 이미지를 더욱 굳히게 된다.

강력한 타격과 준수한 레슬링 실력, 그리고 상대를 두려워하지 않는 전사의 심장을 두루 갖춘 가스텔럼은 분명 스타가 될 기질이 충분한 특급 유망주다. 그리고 현재 미들급 상위권은 6위 로버트 휘태커 정도를 제외하면 대부분 30세가 훌쩍 넘는 노장들이 자리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전설들을 하나씩 정리하며 미들급에서 존재감을 넓히고 있는 가스텔럼은 미들급 전선을 더욱 흥미롭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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