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역, 20년째 유동인구 최다, 활력지수는 서래마을보다 낮아

손동우 2017. 3. 9.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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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역이 서울에선 가장 번화한 곳 아닌가요. 그런데 (지하도로에 들어오니) 길이 어느 방향으로 나 있는지도 모르겠어요. 30분을 헤맸는데 나중에 보니까 10분이면 올 거리였더라고요." 한국에 관광 온 싱가포르인 저우쥐링 씨는 서울 강남역에 왔다가 지하도에서 길을 잃고 한참을 헤맸다.

국무총리실 산하 건축도시공간연구소에 따르면 강남역의 '거리 활력지수'는 신촌, 서래마을보다도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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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따로, 빌딩따로 개발..교통요지 장점 못살려
초대형건물 삼성타운..지역과 연계개발 못해

◆ '도시 르네상스' 열자 ② ◆

주변 지역과 연계되지 못한 채 외딴섬처럼 고립된 삼성 서초사옥. [김호영 기자]
"강남역이 서울에선 가장 번화한 곳 아닌가요. 그런데 (지하도로에 들어오니) 길이 어느 방향으로 나 있는지도 모르겠어요. 30분을 헤맸는데 나중에 보니까 10분이면 올 거리였더라고요." 한국에 관광 온 싱가포르인 저우쥐링 씨는 서울 강남역에 왔다가 지하도에서 길을 잃고 한참을 헤맸다. 강남역 지하도 상가 길이 미로 같아 방향을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강남역 일대를 스쳐 가는 사람은 하루 100만여 명(강남구 자료)에 이른다. 서울 인구 10명 중 1명은 매일 이곳을 지나간다. 최근 발표된 '2016 서울 대중교통 이용 현황' 조사에서 강남역은 이용자가 가장 많은 지하철역으로도 꼽혔다. 하루 평균 19만9596명이 이용했다. 20년째 압도적인 1위다.

하지만 강남역이 외국인들에게 주는 첫인상은 상당히 불편하다. '강남역에서 길을 잃었다'는 저우쥐링 씨의 얘기는 이곳을 처음 나갔던 한국 사람조차 충분히 경험하는 일이다. 테헤란로에 거대한 오피스 빌딩 군락이 만들어졌지만 바로 한 블록 뒤만 들어가도 유흥가와 소규모 점포가 난립해 있고, 이면 도로가 구불구불 이어진다. 이정형 중앙대 건축학부 교수는 "강남역은 지하상가를 제외하고는 계획적으로 만들어진 보행 전용 쇼핑몰도 없다"며 "상하이 난징루, 싱가포르 오차드 로드, 도쿄 긴자 거리 같은 상징 가로도 없다"고 설명했다.

강남역은 1982년 12월 지하철 2호선이 개통되면서 본격적인 확장이 시작됐다. 이곳을 중심으로 강남대로와 테헤란로 개발이 본격화했다. '영등포의 동쪽'이라는 의미로 영동(永東)이라 불리던 지역이 반세기 만에 상전벽해(桑田碧海)가 됐지만 통합 개발의 개념조차 없었다.

서울에서 가장 번화한 곳 중 하나인 강남역 일대지만 공간의 활력은 오히려 떨어진다는 분석도 있다. 국무총리실 산하 건축도시공간연구소에 따르면 강남역의 '거리 활력지수'는 신촌, 서래마을보다도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거리 활력지수'란 사람이 모이는 정도(보행량)뿐만 아니라 보행자의 활동 유형, 활동 시간 등을 통합해 100점 만점으로 산출하는 것이다.

강남역 일대의 평균 활력지수는 16.5점에 불과했다. 여유 공간이 거의 없는 테헤란로 5길의 이면 도로는 활력지수가 0점이었다. 반면 서래마을의 평균 활력지수는 57.3점, 신촌 일대는 35.5점이었다. 부동산 디벨로퍼인 김승배 피데스개발 대표는 "통합적인 마스터플랜으로 만들어지지 않아 실내 공간과 이동하는 공간이 분절된 극단적인 사례가 강남역"이라며 "메인 거리다운 시원시원함도, 작은 소로의 아기자기한 재미도 없어서 유동인구가 모두 흘러나간다"고 말했다.

물론 강남역이 마스터플랜에 따른 통합 개발 기회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2008년 준공된 삼성 서초사옥 건설은 강남역 일대를 크게 바꿀 좋은 기회였지만 초고층 업무빌딩과 아파트 몇 개 동을 지은 '삼성타운'으로 끝났다. 주변지역과 연계된 타운형 개발에 실패했다.

건설업계의 한 고위 관계자는 "당초 삼성이나 서초구청도 강남역 일대와 연계된 복합개발을 추진했지만 반재벌 정서에 부딪혀 좌초됐다"며 "삼성 사옥에 과감히 규제 완화를 제공하고 개발 이익을 강남역 일대 정비로 환원했다면 아시아를 대표하는 거리가 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손동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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