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시엘니 잃고 와르르..아스널 '불운 아닌 실력'

한준 기자 2017. 3. 8.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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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풋볼리스트] 한준 기자= 아스널과 바이에른뮌헨의 `2016/2017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16강 2차전 경기 후 기자회견. 아르센 벵거 아스널 감독은 "우리가 원했던 경기를 했다고 느낀다"고 했다. 카를로 안첼로티 바이에른 감독은 "우리는 너무 열려 있었다. 아스널은 우리가 예상대로 강하게 압박해왔다. 우리는 원래 했온 것처럼 볼을 쥐었을 때 명확하지 못했다"고 했다.

말은 끝까지 들어봐야 한다. 승장이 안첼로티, 패장이 벵거다. 벵거 감독은 "오늘 일어난 일을 이해하기가 어렵다"고 했다. 아스널은 경기를 잘 시작 하고도 크게 졌다. 전반전에 1-0으로 리드했으나 후반전에 5골을 내주며 무너졌다.

안첼로티 감독은 "페널티킥을 넣기 전까지 어려웠다"고 했다. 후반 10분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가 페널티킥으로 동점골을 넣은 것을 기점으로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다. 후반 13분 아르연 로번, 후반 33분 더글라스 코스타, 후반 35분과 후반 40분 아르투로 비달의 골이 연이어 터졌다.

지난달 뮌헨에서 열린 1차전 경기 양상도 대동소이했다. 바이에른이 전반 11분 로버의 골로 앞서갔지만, 아스널은 전반 30분 알렉시스 산체스의 동점골로 쫓아왔다. 경기 내용은 팽팽했다. 전반전에는 아스널에게도 희망이 있는 것처럼 보였다. 하프타임 스코어는 1-1. 바이에른은 후반전에 4골을 몰아 넣어 5-1로 승리했다.

아스널이 1차전 경기에서 균형을 잃은 시점은 후반 4분이다. 단단하게 구축한 두 줄 수비의 중심에 있었던 센터백 로랑 코시엘니가 부상으로 빠졌다. 브라질 수비수 가브리엘 파울리스타가 교체로 들어온 이후 수비 균형이 어긋났다. 바이에른 공격이 아스널 수비를 유린했다.

2차전 상황도 거의 유사하다. 후반 9분, 코시엘니는 문전으로 침투하던 레반도프스키를 저지하려다 파울을 범했다. 페널티킥이 선언됐고, 레드 카드가 주어졌다. 아스널은 리드를 잃고 코시엘니도 잃었다. 벵거 감독은 "10명이 된 상황에서 4골을 넣어야 하는 상황이 되면, 선수들의 머리 속에는 불가능이라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고 했다.

1차전에 1-5로 진 아스널은 안방 2차전에서 4-0으로 승리할 경우 뒤집기가 가능했다. 전반전을 1-0으로 마쳤고, 페널티킥을 내주기 전에 올리비에 지루의 결정적인 헤더가 윗그물에 얹혔다. 전반 20분에 선제골을 넣은 시오 월컷은 득점 상황 이외에도 날카로운 장면을 여럿 만들었으나 추가 득점으로 이어갈 정밀함을 유지하지는 못했다.

전반전에 한 골더, 혹은 후반 이른 시간 한 골이 더 나왔다면 경기 양상은 달라질 수 있었다. 하지만 거기까지가 아스널의 한계였다. 누구를 탓할 수 있을까. 페널티킥 실점 이후 바이에른이 맞은 기회도 아스널의 자멸에 가까웠다. 아스널이 빌드업 과정에서 안일하게 연결한 패스를 차단 당해 역습 위기를 자초했다. 조금 더 냉정하고 침착하게 경기를 운영했다면 기적의 역전까지는 아니라도 안방에서의 참패는 피할 수 있었다.

아스널은 90분간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밀도를 유지하지 못했다. 불운의 요소가 없다고 말할 수도 없지만, 7년째 반복된 챔피언스리그 16강 탈락, 그리고 프리미어리그 우승 실패는 아스널의 위치를 냉정하게 말해준다.

위기는 언제든 찾아온다. 이 정도 수준의 경기에는 언제나 변수가 존재한다. 플랜A가 확실하다고 승리가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이는 레알마드리드를 상대로 선전한 이탈리아 세리에A클럽 나폴리도 경험한 사실이다. 챔피언스리그와 같은 큰 무대에선 꾸준함과 반응력, 그리고 확실한 마무리가 필요하다. 아스널이 분투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만한 깊이를 갖추지 못했다.

아스널은 1998년 11월 첼시와 리그컵에서 0-5로 진 이후 안방에서 가장 큰 패배를 당했다. 역사는 전반전의 선전이 아닌 90분의 참패만 기억할 것이다. 아스널 레전드 이안 라이트는 BT스포츠의 챔피언스리그 분석 프로그램에 출연해 "아스널 역사상 최악의 시기"라고 했다. 직전에 치른 리버풀과 프리미어리그 경기에서 1-3으로 진 아스널은 바이에른전 패배를 운이 나빴다는 말로 팬들에게 납득시키기 어려울 것이다. 올해 아스널과 계약이 끝나는 벵거 감독은 결단의 시기를 맞았다.

반면, 안첼로티 감독은 승부사의 면모를 보였다. 조별리그을 2위로 통과했으나 아스널을 상대로 한 16강 2연전에서 10골을 몰아쳤다. 레알 부임 당시 주제 무리뉴 감독이 세 시즌 연속 챔피언스리그 4강에서 좌절했다. 라데시마(열 번째 챔피언스리그 우승)의 영광은 부임 첫해 안첼로티를 통해 이뤄졌다. 바이에른은 주제프 과르디올라 감독과 세 시즌 연속 챔피언스리그 4강에서 멈췄고, 안첼로티 감독 과르디올라의 유산을 이어 받아 또 한번 `수확하는 사람`이 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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